영화 ‘아이, 로봇(2004)’은 2035년을 배경으로 한다. 지능을 가진 로봇은 사람처럼 생긴 외관에 아이들을 돌보고 요리를 해주며 인간과 공생한다. 개봉 당시만 해도 약 30년 뒤의 일을 상상한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였다. 이제 더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시대가 다가왔다.

로봇이란 용어는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에 처음 등장한다. 체코어로 중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했다. 이후 자동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며 로봇 산업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공장 자동화 로봇 대부분은 로봇 팔 정도이며 완전한 인간형의 모습은 없는 상황이다. 유독 인간을 닮은 로봇 개발 속도가 더뎠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람처럼 2족(足) 보행을 하는 로봇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팔과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도 난제였다.

최근 들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분위기가 반전됐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개발한 로봇 ‘옵티머스’는 한 다리로 균형을 잡으면서 다른 다리와 두 팔을 쭉 뻗는 요가 동작을 취할 수 있다. 인간의 모습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것이다. 특히 AI는 로봇을 더 똑똑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열풍이 불었던 생성형 AI까지 로봇에 접목되면서 하드웨어뿐 아니라 로봇의 ‘뇌’까지도 완벽에 가까워진 것이다. 영국 로봇기업 엔지니어드 아츠가 개발한 ‘아메카’는 웃고 찡그리고 놀라는 등 사람의 표정을 그대로 모방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기업들은 상업화 준비에 착수했다. 미국 로봇 기업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오리건주에 연내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로봇 ‘디지트’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시설로는 세계 최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7만 제곱피트 규모의 공장에서 연간 1만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스타트업 앱트로닉도 내년 말부터 로봇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테슬라도 궁극적으로 전기차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제조현장에서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해결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예상되는 미국 제조업 노동력 부족의 4%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추세라면 2025~2028년에는 공장에, 2030~2035년에는 일상생활에 로봇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말 영화 속 이야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로봇과 함께 일하고 일상을 보내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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