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템(이하 저스템)의 고진공 이온화 제전장치는 OLED 생산공정 챔버 내에서 정전기를 제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한 장치이다. 그동안 정전기는 OLED 생산공정에서 고질병처럼 불량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저스템의 제전장치 덕분에, OLED는 불량 감소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기술개발에 성공한 저스템의 ‘고진공 이온화 제전장치’는 2024년 49주 차 장영실상을 수상하였다.

 

정전기 제거 기술의 개요

OLED는 우리 일상에 너무나 깊숙이 들어와 익숙하지만, 사실은 초정밀 기술이 필요한 제품이다. 미세한 먼지 하나도 불량을 발생시킬 수 있기에 OLED 공정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고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 여러 층의 유기물을 열로 증발시켜 유리나 플라스틱 패널에 얇게 입히는 것이 OLED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치 샌드위치를 만들 때 빵에 소스를 얇게 펴 바르고 상추를 얹고 햄과 치즈를 차례로 올리듯이, OLED 공정은 패널에 유기물을 층층이 올려 쌓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때, 한 층의 두께는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머리카락 두께가 약 100마이크로미터인 것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지 이해될 것이다.

[그림1] 저스템의 고진공 이온화 제전장치

저스템이 개발에 성공한 제전장치는 고전압을 이용하여 연속적으로 형성한 이온으로 정전기를 제거하는 장치다. 이온이 고진공 상태의 챔버 내로 퍼져 나가 OLED 패널에 누적된 정전기를 제거한다. 마치 디퓨저의 향이 실내로 퍼져 나가듯이, 전기를 띤 이온 입자들이 챔버 내로 확산하면서 반대 전하를 띤 정전기와 결합하여 중성이 되고 정전기를 사라지게 만드는 원리다. 이온 입자가 고진공 상태인 챔버 안을 떠돌면서 정전기를 제거하는 방식이라 진공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뿐더러, 공정 중에 사용한 잔존가스와 자기장의 힘으로 이온이 확산하는 방식이라 패널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조용한 소방수가 보이지 않는 소화액을 뿌려 숨어있는 불을 소멸시키는 장면이 연상된다.

 

기술혁신 성공의 공식

저스템의 여러 가지 성공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술혁신이라는 성과를 낳았겠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직원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회의 문화였다. 기술개발 기간인 3년 동안, 7명의 연구원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회의한 횟수만 1천여 회에 다다른다. 장영실상 수상자이자 기술개발을 이끈 선행개발팀 이영섭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회의보다는 토론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한 모습이었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걷다가도 말하고 서서도 편하게 이야기 나누었으며, 회의실에 모여 본격적으로 토론하기도 했다. 저스템에서 이러한 회의가 있을 때는 직급이나 부서의 장벽은 존재하지 않는 진공상태가 만들어졌다.

저스템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에 있었다. 여기에서는 저스템의 일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는데, 저스템은 현장에서 엔지니어와 책임자가 2인 1조가 되어 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고객의 현장을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책임자가 꼭 함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책임자가 전달에 전달을 통해 보고를 받으면 그만큼 현장이 멀어지기에, 저스템에서는 책임자가 함께 현장으로 움직여 현장에 공감한다.

현장을 공감한다는 말은 단지 현장 설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여 고객과의 소통력을 높인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래서 저스템은 누구보다 먼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다시 빠르게 수정해 내는 실행력이 뛰어나다. 한 마디로 저스템은 애자일(Agile) 방식으로 일한다고 할 수 있다.

 

기술혁신의 인프라

저스템은 반도체 습도제어 분야 전문 장비 회사로, 2016년에 회사를 창립한 이후 2017년에 바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였다. 2023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우수 기업연구소로 선정되었고, 2024년에는 대한민국 강소기업대상 기업문화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고객으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사업을 하는 국내외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두고 있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10년 동안에 저스템이 이러한 업적을 쌓아온 것은 어쩌면 이번 기술혁신 성공보다 앞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일 수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처럼, 저스템은 지난 10년간 훌륭한 토양을 다져왔기에 오늘의 기술혁신 성공은 그 토양으로부터 자라난 자연스러운 결과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