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는 데이터 속에 파묻혀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정보를 탐닉하고 있고, 여가를 즐기는 시간에도 유튜브, 넥플릭스 등 사용자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고 있다. 더욱이 2020년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데이터 소모량은 더욱 증가하였다. 과기정통부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 1인당 월평균 트래픽은 10.12GB로 처음으로 10GB를 돌파했다. 특히 5G 가입자의 월평균 트래픽은 26.86GB를 기록하였다. 일반인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은 이러한 대용량 무선 트래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선 광통신 인프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광통신이란 빛을 이용하여 광섬유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른 속도로 보낼 때 사용된다. 우리가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이나 검색 엔진을 위한 데이터는 데이터센터에 보관되어 있으며 필요할 때 이동통신용 기지국까지는 광섬유를 통해 신호가 전달된다. 즉 우리가 스마트기기에서 무선으로 많은 정보를 취할 때 대부분의 데이터는 유선망을 통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의 보관 및 처리를 위해 구글, 아마존, 패이스북, MS 등은 축구장 2~3개를 합친 크기의 대면적 데이터센터(Hyper-scale Data Center)를 여러 곳에 구축하였고 또한 구축 중에 있다. 대면적 데이터센터 내부의 대용량 정보 전송을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광송수신 엔진이다. 원래 광신호를 주고 받기 위해서 광트랜시버라는 장치를 이용한다. 광트랜시버는 서버가 가지고 있는 전기신호 형태의 데이터를 광신호로 바꾸어 광섬유를 통해 전달하고 반대로 광신호로 전달된 데이터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서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전기신호를 광신호로 변환하여 전달하는 이유는 변조속도가 증가할수록 전기신호의 손실이 커져 신호 전송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광송수신 장치를 스위치 소자에 근접하게 위치시킬 필요성이 생겨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광송수신 엔진이다.
일반적으로 광트랜시버는 데이터를 광신호로 변환하는 광송신기와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전달하는 광수신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개발된 광송수신 엔진은 소형화를 위해 이를 하나의 모듈에 집적하여 개발되었다. 광송신을 위한 핵심 소자는 변조기 집적 레이저(EML: Electro-absorption Modulated Laser)로 단일 파장을 내는 레이저와 이를 고속 변조하기 위한 변조기가 단일 집적된 소자로 고속 전송에 사용되며 400G 광송수신 엔진에 적용된 EML은 기존 광원 대비 속도가 4배 빨라진 100Gbps의 속도로 동작한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 기업에서만 확보하고 있는 기술이다. 400Gbps 광송수신 엔진 제작을 위해 파장이 다른 4종류의 EML이 개발되었고 이를 하나의 광섬유로 출력하기 위해 파장 다중화기와 결합되었다. 반대로 광수신기는 4개의 다른 파장의 신호 수신을 위해 파장 역다중화기와 광수신기가 결합되었다. 이러한 광송신기와 수신기는 하나의 모듈 안에 집적되어 400Gbps의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대면적 데이터센터용 400G 광송수신 엔진 및 광소자를 설계부터 제작 단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력으로 이뤄낸 것이다. 이는 Full HD 영화를 예로 들면, 5GB 정도되는 Full HD 영화 10편을 1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이다. 특히 EML 광소자의 경우 5G 이동통신의 보급에 따라 전화국에서 기지국까지 신호 전달에 사용되는 25Gbps급 소자도 기술적 난이도로 인해 전량 일본에서 수입 중으나 현재 기술이전을 통해 국산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제작된 400Gbps 신호 전송용 광송수신 엔진은 어른 손가락 크기 하나 정도 되는, 약 3.5cm의 엔진 하나로 10만 명이 실시간 고화질 유튜브 영상을 스트리밍 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전송속도가 기존 제품 대비 4배 빨라졌고 소형화를 통해 장착밀도를 2배 높여 총 처리용량도 8배나 늘었다. 더욱이 개발된 광송수신 엔진은 기존처럼 광트랜시버에 내장해 사용도 가능하고, 통신 장비 라인카드 보드 상단에 부착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SCI 저널을 통해 발표되었고 세계 최대의 광통신학회인 OFC에서 2년 연속 발표되어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인공지능,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 관련 서비스의 증가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데이터 전송 속도와 처리용량이 더욱 큰 데이터센터용 광통신 기술이 절실해졌다. 앞으로 데이터는 서로 연결⋅융합되며 그 정보량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ETRI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해,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400Gbps 신호 전송용 광송수신 엔진을 개발했다. ETRI는 이에 멈추지 않고 400Gbps를 넘어 1.6Tbps(테라)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점차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데이터 시대에 발맞추어 그 기술력을 견고히 쌓아 보다 나은 미래, 그리고 편리한 생활을 위한 기반 구축을 위해 부단히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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