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업계의 화두는 누가 뭐라 해도 ChatGPT다. ChatGPT란 생성형 AI 기능을 활용해 인공지능이 거대한 인간의 언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여 만든,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ChatGPT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은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우리는 ChatGPT를 활용하여 단순한 지식의 습득뿐만 아니라, 보고서 작성, 작곡, 소스 코드의 개발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기계가 범접할 수 없다고 여겼던 인간의 창의력과 창작의 영역에까지 인공지능의 침범을 맞게 되었다.
1950년대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 박사가 제안한 ‘튜링테스트(Turing Test01)’로부터 시작된 인류의 인공지능 연구는, 70여 년간의 발전과 축적 끝에 ChatGPT의 탄생에까지 도달했다. 1990년대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긴 IBM 슈퍼컴퓨터, 2016년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가 등장했지만, 지금까지의 AI 기술은 특정 영역에서만 인간의 지적 능력보다 우위를 보이는 Task-AI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 멀티모달 AI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떠한 지적 업무도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인공 일반 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펼쳐갈 세상의 변화는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거대하고, 혁신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또는 인간이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AI 특이점 시대로 명명할 수 있다. 건축 설계, 제품 디자인, 연구개발, 금융 상품 운용 등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에도 해당 분야에 특화된 언어 모델(sLLM; Small Large Language Model)이 구축되고, 이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서비스가 구현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혁신 사례가 신약 개발 분야다.
신약 개발에는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리며, 막대한 개발 기간과 함께 평균적으로 수천억 원, 많게는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수많은 후보 약물 중 개발에 성공해 시판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 정도로 성공 확률 또한 희박하다. 이처럼 인류의 난제 중 하나인 신약 개발에 생성형 AI가 접목되어 그 성공률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예를 들어,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데 생성형 AI가 활용되고 있다. 단백질은 세포조직과 장기 등의 구성 요소이자, 의약품을 만들 때도 중요한 요소다.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단백질 생성 AI를 개발한 곳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mind)다. 딥마인드는 2020년 단백질 모양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2021년 7월에는 36만 5,000개 이상의 단백질 3D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알파폴드 기술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인간이 가진 단백질 2만여 가지 중 98.5%가 포함됐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DB)에 신약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단백질 예측 모델 2억 1,400만 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구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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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거대한 데이터 학습과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은 복잡하고 난도 높은 영역에서도 충분히 그 성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금융업에서도 앞다투어 생성형 AI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얼마 전 블룸버그는 금융 분야에 특화된 언어 모델 ‘블룸버그GPT’를 출시했다. 블룸버그GPT는 방대한 금융 데이터로 훈련한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평가하고 회계와 감사 작업을 자동화해 처리하는 등, 금융기관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 도출 작업을 수행한다. 고객이 원하는 금융 관련 정보와 인사이트를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생성하여 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블룸버그는 지난 40년 이상 수집·축적한 금융 관련 문서를 기반으로, 대규모 훈련 데이터 세트를 만들어 활용했다고 한다.
또한 향후 수많은 글로벌 금융사가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고객 상담 및 금융 상품 제조나 운용 영역을 혁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고객 자산 상담에 생성형 AI를 도입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챗봇의 수준을 월등히 넘어서 맥락을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창의적인 답을 내놓는 생성형 AI가 금융 고객과의 소통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는 앞선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고객이 사전에 제공한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특화된 답을 내놓는다. 계좌 정보, 대출 정보, 금융 상품 위험 선호도, 취향 정보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 정보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수집된 비금융 정보들도 고객과의 대화에 인풋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생성형 AI 분야는 2023년 기준 약 44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연평균 24.4% 성장하여 약 2,07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언어 모델과 생성형 AI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 분야의 발전은 향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더 고차원의 지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의 탄생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우선, 생성형 AI는 스마트폰, VR/AR 기기, 자율주행차 등 개인화된 디지털 기기에 적용되어 사용자와 기기 간의 인공지능 기반 상호작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는 개인화된 기기와 더욱 밀접한 소통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기는 사용자의 마음을 읽고 선제적으로 맞춤화된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용자의 요구사항에 긴밀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생성형 AI는 제조 공정·설비, 기업 인트라넷, 국가 행정 서비스 등 제조업 및 공공 인프라 영역에도 적용될 것이다. 사용자와 기계 간의 소통, 대안 제공, 의사결정 지원 등 인간의 지적 역량을 대체하는 도구로서 널리 활용될 것이다. AI 특이점 시대는 우리의 눈앞에 다가와 있다.
01.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컴퓨팅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에서 제시한, 기계와 인간의 의사소통 가능 여부를 판별하는 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