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16

업계 주요 현황 및 이슈: 상용화가 어려운 자율주행 자동차

2020년 6월 자동차 국제기준을 정하는 UNECE WP29(자동차 국제기준 조화포럼)에서는 약 5년여 간의 논의 끝에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국제기준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반의 시간이 흘러 2023년 12월인 현재까지도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의 양산에 성공한 자동차 제조사는 전 세계 단 2곳에 불과하다. 혼다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그 주인공인데, 혼다는 2020년 11월 일본 정부로부터 인증받았으며, 뒤이어 메르세데스-벤츠가 2021년 12월 독일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혼다는 100대 한정 생산에 그쳤고, 벤츠 또한 지난 2022년 6월부터 고객 주문을 개시하여 소량만 유통한 상황이기에 아직 상용화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작점으로 정의된 레벨3부터도 왜 이렇게 출발이 어려운 걸까? 사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레벨3 인증을 받은 혼다와 벤츠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60km/h 이하’의 속도로 ‘차로 유지 기능’만이 가능한 인증이다. 즉, ‘차로 변경 기능’이나 ‘고속’ 구간에서는 기능의 활성화 자체가 불가능한 반쪽짜리 자율 주행차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하는 경우 즉시 운전자가 주행해야 하는 운전 요건도 요구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입요청에 반응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이는 모두 운전자의 책임인 것이다.

이렇게 많은 제한사항이 붙고 아직은 불완전하니 가격은 저렴할까? 전 세계 유일하게 시판 중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의 경우 5,000유로(약 700만 원)에서 7,430유로(약 900만 원) 수준이며, 대량 양산으로 센서 가격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범용성이 떨어지고 원가절감은 어려워 사업성은 낮고, 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민·형사상 책임과 더불어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달린 것이 자율주행차이다 보니 기존 제조사들이 섣불리 상용화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의 여전히 장밋빛 전망을 보이고 있는데, 맥킨지컨설팅(McKinsey)은 2030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가 1조 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며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보스턴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은 2035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운전자 안전과 편의성 그리고 인프라의 연계를 강조하며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IHS Markit 또한 2040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이 1억 대에 이를 것이며, 기존 자동차시장에 영향을 끼쳐 차량의 구조, 보험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촉발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GM Cruise가 2022년 9월 공식 발표에서 '일일 손실액이 69억 원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계속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힌 것 또한 이 시장의 가능성을 대변해 주는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주요성과: 자율주행 업계의 주요 플레이어

이렇듯 자율주행 업계는 기존 플레이어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레벨2 상용화를 넘는 경쟁에 가세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100대 한정 생산에 그치긴 했지만 전 세계 최초로 레벨3 인증받은 혼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레벨3 상용화를 위한 인증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필두로 경쟁하고 있다. 먼저 현대자동차는 HDP(Highway Driving Pilot)이라 명명한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당초 2023년 적용에서 2024년으로 후행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BMW 역시 차세대 7시리즈에 레벨3을 적용할 예정이며, 그 뒤를 이어 볼보(Volvo)가 2024년 출시 예정인 EX90 모델에 라이드 파일럿(Ride Pilot)이라고 명명한 레벨3을 적용할 예정이다. FCA 그룹과 PSA 그룹이 합병한 스텔란티스(Stellantis) 또한 2024년부터 판매할 신모델에 레벨3을 공급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반면 자율주행 업계의 신규 플레이어들은 주로 IT업체 기반이거나 자동차 제조사와 합작법인(Joint Venture, JV)이나 자회사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레벨3가 아닌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법규(안전기준)가 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업체가 각국의 정부로부터 공공도로 운행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실증 목적으로 제한적인 서비스만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성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제한된 시험장이 아닌 ‘공공도로’에서의 수많은 주행을 통해 한계상황을 검증하고 안전성을 확보하였는가가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가 정부로부터 운행 허가를 받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자율주행을 공공도로에서 주행하였는가는 업체의 기술을 평가하는 지표로 손꼽힌다.



이러한 모든 플레이어들의 자율주행 기술 순위를 평가하는 지표로는 공공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가이드하우스(Guidehouse)의 자율주행 리더보드’라는 평가가 손꼽힌다. 지난 2023년 2월에 발표한 평가 결과에 따르면, Alphabet(Google의 모기업)의 자회사 웨이모(Waymo)와 Intel이 인수한 모빌아이(Mobileye), GM의 자회사 크루즈(Cruise)와 중국의 바이두(Baidu)가 자율주행 업계의 리더 그룹(Leaders)으로 선정되었다. 특히 웨이모와 크루즈는 기술 순위뿐만 아니라, 실제 미국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 중인 거리 또한 미국 전체 자율주행 거리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명실공히 자율주행의 선두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웨이모는 2022년 기준 총 384대의 자율주행 자동차로 누적 자율주행 거리 9,993,294마일을 달성하여 미국 1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크루즈는 총 350대의 자율주행 자동차로 누적 자율주행 거리 3,929,378마일을 달성하여 미국 2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Z)가 13위에 랭크되었으며, 테슬라(Tesla)가 16위로 가장 성적이 저조한 추종자 그룹(Followers)으로 평가받았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2022년 기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총 31대의 자율주행 자동차로 누적 자율주행 거리 153,150마일을 달성하여 미국 10위, 국내 1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2019년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술 순위 15위에 랭크된 이후 대한민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랭킹에 진입하였으며, 랭킹 또한 13위로 테슬라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해 주목받고 있다.

2024년 연구개발 및 사업계획과 전략: 자율주행 SW부터 HW까지 제조사로의 도전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지난 2023년 10월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 엑스포’에서 순수 국내기술로 만들고 있는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플랫폼 2종(무인 셔틀, 무인 배송)을 공개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그동안 양산 중인 완성차를 기반으로 레벨4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개조차 형태로 차량을 제조하였으나, 보다 안전한 무인 자율주행의 구현을 위해서는 차량까지 직접 제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2021년 10월에 국내 업체들과 손을 맞잡고 순수 국내기술로 자율차 플랫폼 설계부터 제작에 도전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2년여 간의 개발 끝에 지난 10월 차량을 대중에 처음 공개한 것이다.



차량 플랫폼의 형태가 무인 셔틀과 무인 배송 2가지인 이유는 시장의 동향을 고려해서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Sulivan)의 2019년 자율주행 시장 동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버스의 50%, 택시의 25%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관련 법규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법제 동향에서도,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대중교통’과 ‘물류 시장’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성장하리라 전망하고 규정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또한 이러한 산업계의 동향을 고려하여, 2027년 세계 최초 레벨4 자율차 상용화를 목표하는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로드맵’을 수립하여 제도 및 기반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2027년 이전에도 산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2024년까지 ‘자율주행 성능인증제도’를 만들어 인증받은 무인 차량에 대해서는 기업, 법인 간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이에 따라 2027년 해당 자율차 플랫폼의 양산을 목표하고 있으며, 2024년 말부터는 파이롯트카 형태의 차량을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자율주행 SW 업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HW까지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사로 발돋움하여 진정한 A to Z의 사명을 실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