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산업의 위상과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처 2022년 7월 7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은 2021년 수출 실적이 지난 해 대비 21.3% 증가한 10조 5,099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달성하며, 프랑스와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 3위의 화장품 수출 강국이 되었다. 화장품 수출액 규모가 92억 달러로 가전(86억 달러), 의 약품(84억 달러), 휴대폰(49억 달러)보다 큰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화장품 무역 수지는 최초로 9조 원을 돌파하면서 10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러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에는 중국 도시 봉쇄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출 및 공급망 불안정 심화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행인 것은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및 중동, 서유럽 시장은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화장품이 진출하는 글로벌 시장이 확장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면이 있는 동시에 다양한 글로벌 소비자의 니즈를 얼마나 잘 파악하여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을 주도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느냐가 향후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막연한 기술개발이 아니라 타겟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데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접근법으로 최근에 관심을 받는 것이 Design Thinking이다.
Design Thinking의 정의와 장점
Design Thinking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게 있지만,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 회장인 Tim Brown에 의하면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구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 및 확보하여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로 성공시키기 위해서 디자이너의 도구들을 활용하는 인간 중심적 접근법”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화장품 산업에서의 기술 개발은 처방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계면화학 및 열역학, 유효 성분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유기화학, 무기화학, 고분자화학 및 생물공학, 피부 안전성 및 효능연구에 필요한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및 피부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미래에 유망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술을 도출하여 이를 연구개발한 다음에 활용 가능한 신제품에 접목하여 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서 때로는 기술적으로는 고난이도가 있으면서 가치가 높아 보이는 경우라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신제품이 마땅한 경우가 없어 개발됐던 기술이 사장되거나, 적용되더라도 해당 신제품이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Design Thinking 방식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알아보자. Design Thinking의 전체 프로세스 중 첫 단계는 타겟 소비자를 심층 인터뷰하거나 밀착 관찰하여 어떤 니즈에 대해서 해결 받기를 원하는지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을 수행한다. 두 번째 단계는 타겟 소비자의 고충을 정의하고, 어떤 유형의 소비자들이 이런 고충을 가지고 있는지를 도출해본다. 세 번째 단계는 정의된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도출된 아이디어 중에서 가능성이 높은 우선순위 순으로 나열한다. 네 번째 단계는 선정된 아이디어를 적용한 시제품을 빠르게 개발한다. 마지막 단계는 개발된 시제품을 타겟 소비자들에게 평가를 받게 함으로써 초기에 정의된 소비자들의 고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파악한다. 이런 단계를 통해서 시제품에 적용한 기술이 타겟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지를 잠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전체 프로세스를 신속하고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어떤 기술이 가장 적합한 지와 이를 통해서 실제 신제품이 출시되었을 때에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Design Thinking 방식으로 개발한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쿠션 사례
① Empathy Map 그리기(표1)
페이스 메이크업 유형의 제품들을 사용하는 다양한 소비자들을 여러 가지 관점으로 인터뷰 및 밀착 관찰을 하면서 그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고충들에 대해서 도출한 다음에 어떤 소비자 그룹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3가지 소비자 그룹 중에서 메이크업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많은데, 실제 시도할 때에 겪는 고충으로 인해서 구매 및 활발한 소비를 하지 못하는 그룹 B의 소비자를 심층 관찰해보기로 했다.
② 타겟 소비자 심층 관찰
그룹 B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및 실제 메이크업을 하는 행태를 관찰해보았다. 메이크업을 잘 하는 친구가 사용하던 제품을 구매해서 자신도 시도해보는데 친구만큼 구현되지 못해서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다양한 메이크업 유형 중에서 무엇을 사용해야 할 지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상대적으로 집에서는 어느정도 메이크업을 할 줄 아는데, 외부에서 할 때에는 서투른 모습을 보였다. 아침에 처음 메이크업을 할 때와 오후 3~4시에 수정 메이크업을 할 때에 다른 결과가 나와서 어려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③ 문제 정의 내리기
심층 관찰을 통해 타겟 소비자들의 고충에 대해서 메이크업 스킬, 사용 제품 가짓수, 메이크업 장소, 메이크업 횟수라는 핵심 변수를 도출했고, 이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정의해 보았다. 설정된 문제들 중에서 해결할 경우 가장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도출해보니 메이크업 스킬에서는 사용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 개발, 사용제품 가짓수에서는 파운데이션과 선크림을 결합한 유형, 메이크업 장소에서는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유사한 메이크업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 개발, 메이크업 횟수에서는 처음 메이크업을 할 때와 수정 메이크업을 할 때에 메이크업 표현의 차이가 나지 않기 위해서 내용물의 점도를 낮추고 안정화할 수 있는 처방 개발이 도출되었다.
④ 문제 정의 구조화(표2)
이를 통해서 풀어야 할 문제를 통합적으로 정리하여 구조화 해보니 위와 같다.
⑤ 시제품 개발 → 테스트 단계의 반복
다양한 시제품을 개발했지만, 초창기 테스트 결과는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은 액체가 골고루 찍히는 ‘주차 도장’에서 영감을 받아 스폰지에 점도가 낮은 액상의 내용물을 결합한 형태였다. 이를 통해서 기존 파운데이션보다 사용편의성이 매우 우수하여 집에서나 실외에서도 일관성이 있는 메이크업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담을 수 있는 용량이 적다는 것을 발견하여 리필 구조를 만들어 해결했고, 내용물의 점도를 낮추다 보니 사용편의성은 향상되었는데, 내용물의 휘발성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밀폐력을 높이는 방안을 도출하게 되었다. 시제품을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통해 구현된 기술이 얼마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만족시키는지 평가하게 되었고, 이런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 및 시사점
이렇게 개발된 제품은 기존 메이크업 유형과 완전히 달라서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이를 ‘쿠션’이라고 명명했다. 쿠션 제품은 2008년에 세계 최초로 출시된 이후 2016년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고, 2021년에 2억 개를 돌파하여 K-뷰티를 알리는 대표 제품으로 크게 기여를 하게 되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혁신 제품을 개발할 때에 Design Thinking 방식을 활용해서 개발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유형의 제품을 경쟁 제품 대비 더 낫게 개발하는데 적용하는 제품 개발 방식과 비교할 때에 제품 개발 설계도를 기획하고 이를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있어 창의성과 인내심을 많이 필요로 한다. Design Thinking 방식을 활용해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이면서 시장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여 높은 성장을 구현하게 될 수 있으니,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