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 산기협 조찬세미나가 지난해 11월 10일 엘타워 그랜드홀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조찬세미나에는 자동차 산업에 40년 이상 종사해온 전문가인 이우종 부회장이 ‘게임체인저, 미래차가 온다’는 주제로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현황과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전했다.
미래자동차의 대세, 전기자동차
2016년 프랑스 파리모터스에서 세계 자동차산업 구루인 다임러자동차 CEO 디터 체체는 자동차의 미래를 ‘CASE’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이는 연결성(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차량공유(Shared), 전기차(Electric)를 가리킨다. 최근의 변화를 고려하면, 여기에 ‘Smart UX’를 추가해 ‘CASES’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동인은 ‘환경문제’이다. 특히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기점으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기온의 상승폭(2100년 기준)을 2℃보다 훨씬 낮게, 즉 1.5℃ 이하로 제한하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205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넷제로(NET ZERO)’를 실현해야 한다는 합의도 나왔다. 환경문제를 논할 때 자동차산업은 항상 언급되는 분야다. 일각에서는 자동차산업이 환경오염에 30% 이상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후로 다양한 대안이 쏟아졌다. 클린 디젤, 하이브리드 등을 지나 현재는 전기자동차가 미래차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전기자동차’ 하면 ‘테슬라’를 떠올린다. 미국에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6위로, 도요타 시가총액의 3배 이상이다. 현대기아차와 비교하면 14배 이상이다. 1천만 대를 판매하는 도요타보다, 100만 대도 채 판매하지 못하는 테슬라의 미래에 더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셈이다.
실제로 전기자동차 판매 비율은 2021년 기준 불과 6% 내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기자동차를 미래차의 대세로 본다. 2018년에 발표된 유럽환경운송협회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2035년까지 전기자동차 보급을 100% 달성하고, 동시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부 폐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2022년 6월에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규를 만들었다.
자동차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 전기자동차의 강점
환경문제와 별개로 두고 살펴도, 전기자동차는 자동차로서 강력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전기자동차는 엔진이 없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3분의 1이나 적은 부품만을 필요로 한다. 엔진이 없으니 트렁크는 물론, 차량 내부 공간도 훨씬 넓다. 또한, 가속감이 무척 좋고, 소음이 없다. 오히려 시속 30km 이하에서 사람들에게 자동차 운행을 인지시키고자 인위적으로 소리를 내도록 만들었다.
전기자동차가 강력한 미래차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배경에는 배터리의 발전이 있다. 당분간은 삼원계 배터리가 세계를 점령할 것으로 보이며, 전 고체 배터리는 고체와 고체 사이의 계면저항이 있어 이후에도 하이브리드로 사용될 것으로 추측된다. 블룸버그는 2025년을 기점으로 배터리 가격이 25% 내외로 낮아져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이 비슷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유리하다. 우선 부품이 적어 관리 비용이 덜 든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국가마다 다른 온도, 압력, 습도 차이 등으로 인해 시작차를 최소 200대 내외로 만들어야 하는 데다, 개발기간도 매우 길다. 전기자동차는 전류, 저항, 전압 등의 변수가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훨씬 짧은 기간 안에 생산할 수 있을 만큼 변수가 적다. 원자재 가격 변동을 고려하면,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격 차이가 없어지는 시기가 더 늦춰질 수는 있으나, 세상이 변화하는 방향은 바꿀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GM은 2018년에 파워트레인이라는 용어를 없애고, 다수 공장의 문을 닫았으며, 2019년에 조직 명칭도 바꾸었다. 그로부터 3년 후에 현대기아자동차도 같은 과정을 거치며,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강세 속에 산업간 융·복합 필수
자동차를 통신기구로 보는 시선도 생겼다. 미국은 자율주행 단일 표준으로 C-V2X를 정했고, 글로벌 시장 역시 이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전기자동차와 함께 자율주행 등 인공지능의 영향에 관해서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자동차학회(SAE)에서 구분한 자율주행차 단계는 5개다. 일반자동차가 ‘레벨 0’이라면, 완전 자율주행은 레벨 5이다. 현재 기술 수준은 레벨 2.5 내외로, 장기적으로 로봇택시의 등장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자율주행이 실현되면 자동차산업에서는 트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기준으로 화물운송 비용은 7천억 달러로, 승용차보다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물류비용 절약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레벨 5에 해당하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은 데이터 베이스 수집과 레이블링에 높은 비용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는 신규 진입 업체들에게 큰 진입장벽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센서,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 또 다른 기회도 창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CASES를 완성하려면 산업간 융·복합을 진지하고 심도 있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가 산업을 좌우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한 가지 용어를 특히 강조한다면,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이다. 과거 내연기관 자동차가 파워트레인 성능을 염두에 두고 차량을 설계했듯이, 미래의 차량은 E/E 아키텍처(Electric/Electronic Architecture), 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애플리케이션 등 차세대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