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또는 기차를 타고 다니면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터널을 지나면서 터널이 우리에게 주는 기능과 성능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일상에서 너무나 밀접하고 중요한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이지만 당연한 혜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터널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저 지나다니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터널은 당연히 안전해야 하는 속성만 지닌 시설물로 보일 뿐이지 터널이 안전하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데 필요한 숨어있는 기술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낯선 터널강지보재는 터널 굴착 작업 시 붕괴를 방지하여 작업의 안전성을 확보해주고, 굴착면의 변위를 최소화하여 지반 자체의 지보능력을 확보해주는 비닐하우스 뼈대 모양처럼 생긴 중요한 구조재이다. 우리가 자주 지나다니는 대부분 터널의 콘크리트 벽 안쪽에는 30년 전 독일에서 개발된 기술로 만들어진 뼈대가 들어가 있다. ㈜티에스테크(이하 티에스테크)는 터널 구조재 기술에 있어 기존 기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안전성, 경제성, 시공성을 향상시킨 CFT(Concrete Filled Tube) 강관지보재 기술을 개발하여 기술적 혁신성을 인정받고 2022년 21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만들어질 수많은 터널에는 티에스테크가 개발한 구조재가 더 많이 도입되어 시공의 안전성과 오랜 기간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혜택을 터널을 만들고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누리게 될 것이다.
Concrete Filled Tube structure 강관지보재의 기술혁신 포인트
티에스테크가 개발한 콘크리트로 충진된 튜브 형태의 강관지보재는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인증, 2020년 국토교통부 신기술지정, 2021년 6월 SOC공공기관 협의체로부터 혁신제품 지정 인증을 받았고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선정되었다. 한마디로 여러 국가기관에서 혁신성을 검증받았다. 기존 기술과 비교해보면 CFT 강관지보재의 어떤 점이 기술적 혁신성을 가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터널 시공에 사용된 강지보재는 독일에서 1995년 개발된 격자지보(Lattice Girder)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격자지보는 세 가닥의 철재 환봉을 주 골격으로 하여 스파이더라는 연결부를 여러 군데 용접하여 격자 모양의 트러스트 구조를 만들고 최종적으로는 비닐하우스 뼈대 모양의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글로는 상당히 설명하기 어려운 모양이므로 그림 1을 참조하면 기본적인 구조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기술은 30년간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검증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 그동안 원자재 변경, 구조 변화 등의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기본 트러스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형상 범위의 변경이므로 더 나은 기술로 대체된 것도 아니었다. 문제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점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바라볼 때만 보인다. 터널의 아치 모양 길이는 2차선 기준으로 24~28m 정도 되므로 뼈대 1줄을 만드는데 스파이더의 용접 부위만 대략 500포인트에 달한다. 용접 부위가 많은 것은 2가지 세부적인 문제를 가진다. 용접 작업량이 많아 인건비와 용접봉 등 재료비가 많이 드는 문제와 용접 부위의 품질 불량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긴 길이의 아치 모양 뼈대를 만들기 위해 중간에 볼트로 연결해야 하는 부위가 필요한데 볼트 연결부위는 터널이 굴착되는 구조상 집중하중이 발생 될 수밖에 없어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부위가 된다.
세 번째로는 뼈대 위에 숏크리트라는 급속 경화되는 콘크리트를 뿌려 벽면을 만들 때 뼈대의 모양이 복잡하기 때문에 공극이 발생하게 되고 결로나 지하수의 침투에 의한 부식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이다. 철재 뼈대에 부식이 발생하면 강성이 저하됨은 물론이고 녹이 슬면서 철재의 부피가 팽창하므로 콘크리트에 박리현상을 유발하여, 터널 구조물 안정성을 위협한다.
티에스테크의 CFT 강관지보재는 위와 같은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한 제품이다. 기술 콘셉트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용접이 필요 없는 강관에 콘크리트를 채워 넣어 구조적 강성을 향상시키고, 소켓 삽입방식의 연결로 볼트는 없애고 하중을 견디는 휨강성은 2.5배 높였으며, 모양을 단순화하여 숏크리트 타설 시 공극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한 터널 시공용 강관지보재’로 말할 수 있다.
그림 3을 그림 1과 대조하여 보면 격자 모양 강관지보재와 티에스테크의 CFT 강관지보재의 차이점을 한눈에 이해하기 쉽다.
CFT 강관지보재가 가지는 경쟁력과 고객 Benefit
생산자 입장에서 CFT 강관지보재의 경쟁력은 ‘비용’이다. 격자지보재와 단순 비교를 해보면 용접 비용이 없고, 격자지보재의 환봉에 사용되는 철재량이 m당 12.5kg인데 비해 강관은 10.5kg으로 인건비를 제외하고 재료비만 보더라도 비용 절감 효과만 15~20% 가량 예상할 수 있다. 연결부위 볼트 사용과 같은 부수적인 자재들도 필요 없다. 기존 제품은 오랜 기간 사용되어왔으므로 생산량에 따라 좌우되는 규모의 경제 효과나 공정 최적화에 의한 원가절감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따지면 CFT 강관지보재는 경쟁제품에 비해 약 10% 정도 경쟁우위에 있다고 한다.
고객 입장에서의 benefit은 이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먼저 터널 시공사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적 강성을 확보하여 터널 시공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교통대학교에서 실시한 테스트 결과 빔부재 휨강성, 아칭부재 휨강성, 빔부재 압축강성, 인장부 철 중량 등의 다양한 지표들을 비교한 결과 경쟁제품 대비 구조적 강성이 20~30% 향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연결부위가 견딜 수 있는 최대하중은 볼트 연결 방식과 비교해 소켓 삽입방식이 무려 2.5배가량 높아진 점은 터널 지보재의 시공 안전상 취약점을 월등한 수준으로 극복한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고객 benefit은 시공성이다. 동일 작업을 하는데 기존 격자지보재와 비교해 시공 시간을 25% 단축할 수 있다. 1줄의 뼈대 작업을 하는데 40~45분이 걸리던 것을 30~35분으로 10분가량 단축하여 25%의 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는 건설공사 표준품셈과 건설 신기술 품셈 근거에 공식적으로 등재된 공인된 효과이다. 시공성을 향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볼트 체결 방식의 연결에 비해 소켓처럼 끼우는 방식으로 무려 19%의 시간 단축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점이 컸다.
그림 4를 참조하면 CFT 강관지보재의 경쟁력을 경쟁제품과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볼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심화 현상, 교통체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터널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고 터널 시공의 증가는 필연적이므로 CFT 강관지보재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내수시장 선점과 수출 전망도 밝다고 할 수 있다.
개발 과정과 성과
티에스테크는 터널 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7년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근무하던 마상준 대표가 2015년 원내 창업한 기업이다. 오랜 기간 터널 관련 일을 하면서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사업 기회로 만들어 기술혁신과 사업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 과정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1세대 R&D, 2세대 R&D, 4세대 R&D 방식의 특징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1세대 R&D는 과학자들이 연구과제를 스스로 선정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현대의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발명가와 다를 바 없다. 기술 창업을 하는 많은 기술자들은 발명가와 같은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라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할 수도 있었겠지만 발명가를 택했고, 개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정부 R&D 과제를 수행하면서 프로젝트로 일을 했다. 프로젝트라는 목적 지향적 2세대 R&D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 동시에 고객과 시장의 잠재된 니즈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오랜 기간 집요하게 파고들어 30년 유지되어온 기존 기술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시장 지향적 4세대 R&D를 실현했다. 모든 여건이 잘 갖추어진 기업 연구소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개인이 기술 창업을 통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참고해야 할 특징이다. 발명가이지만 시장 지향적이고 발명가지만 프로젝트로 일할 수 있어야 직업이 아닌 창업으로 성공에 가까워진다. 많은 기술 창업 성공사례들이 이를 증명 한다.
시공 안전이 매우 중요한 터널 시공사 고객들은 어지간해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이나 제품을 고집한다. 새로운 것은 검증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창업 7년 차를 넘긴 티에스테크의 CFT 강관지보재는 벌써 20군데의 터널 공사에 납품되는 실적을 거두었고 앞으로 시공될 26군데 터널 설계에 반영되어 200억 원의 수주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초 수주했을 때 자체 생산능력이 없어 외주비용을 감당하고, 강관에 시멘트를 충진하는 기술과 경험이 없어 무려 납품가의 2배에 해당하는 적자폭을 기록하는 어려움을 딛고 현재의 성공을 이루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