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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란 책으로 유명한 ‘스펜서 존슨’은 그의 또 다른 저서 <피크 앤드 밸리>에서 삶의 절정에 오래 머물러 있으려면 절정으로 이끈 행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성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슬기롭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닥칠 침체기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도 인생의 굴곡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나눔’의 정신도 잊지 않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선순환 성과확산 생태계는 존슨 박사가 주장하는 ‘오르내림’의 순환고리를 즐겁게 극복하고 정상을 오래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나눔’의 정신을 추구한다.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59년에 출범했다. 부존자원도 없고 전쟁의 상흔만 가득했던 그 시절 과학기술의 불씨를 지핀 대한민국의 선택은 과연 옳았다.설립된 지 60년을 훌쩍 넘긴 한국원자력연구원도 <피크 앤드 밸리>를 수없이 겪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에너지는 수입해도 에너지 기술은 수출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과 약속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 우리 연구원은 오늘도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는 한 해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으며, 석유, 천연가스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적은 양으로도 풍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원자력발전이 꼭 필요한 이유다. 또한 원자력은 인류의 에너지난을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원이자 환경을 지키는 ‘청정에너지’이기도 하다. 원자력발전은 석탄, 석유와 달리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사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부각되고 있는 추세에서 원자력이 가진 친환경성은 큰 장점이다.

원자력은 크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분야와 방사선을 이용한 비발전분야로 나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창립 이래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기관의 육성과 대형에너지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산업발전에 공헌해 왔다. 이후 1996년 원자로 계통 설계 사업 및 핵연료 설계 및 제조 사업 등 핵심사업의 산업체 이전을 완료하고 연구개발 중심의 운영체계로 개편됐다. 연구 방향도 원자력발전 기술개발에서 원자력의 기초기반기술 및 미래 에너지 기술개발이라는 장기 대형 연구개발과제 수행 중심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기술사업화의 역할 및 목표도 대형 원자력 산업체 육성기관에서 대형 연구개발과제에 초점을 맞춰 원자력 기술이전 및 스핀오프 벤처기업 육성으로 변화했다.

현재 연구원은 정부 출연(연) 등 공공부문에서 보편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기존의 기술실시 계약에 의한 단순 기술이전 방식에서 탈피하여 기술 개발자인 정부 출연(연)이 연구성과물의 사업화에 직접 참여하여 사업화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방식의 기술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연구소기업 제도의 모태가 된 국내 1호이자 한국원자력연구원 제1호 연구소기업인 콜마비앤에치㈜ 성공이 있다.

콜마비앤에치㈜(당시 선바이오텍㈜) 연구소기업은 2004년 연구원의 기술 출자 3억 7천 8백만 원과 한국콜마주식회사의 현금출자 6억 2천 2백만 원 등총설립자본금 10억 원으로 국내 최초 기술 출자 방식의 산·연 공동출자 회사로 출발했다. 지금까지실현된 수익금만 1,500억 원에 일부 잔여 주식 가치까지 합산하면 글로벌 수준의 획기적인 수익금 증가를 달성하여 정부 출연(연) 등 공공부문의 기술사업화 성공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콜마비앤에치의 탄생과 성공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그 당시의 애로사항과 성과의 가치를 더 실감할 수 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기술 출자 제도를 이용한 기술거래가 전무했던 시기였다. 상법상의 현물출자와 관련한 법 조항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담지못하고 있어 미개척분야인 기술 출자를 이용한 연구소기업 설립은 처음 추진하는 데 있어 기장 큰 애로사항으로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러한 애로사항을 극복하고자 법적 근거, 추진 절차 등을 면밀히 검토한 TLO 조직원과 출자 비율 규모와 출자 대상 기술의 가치평가금액에 대해 수용해 준 한국콜마주식회사 덕분에 사업이 크게 성공했다고 본다. 다시 한번 고마운 생각이 든다.

기술 출자 제도에 의한 연구소기업은 기술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창업을 촉진하고 신규고용 창출 등으로 국가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또한 정부출연(연) 등 공공부문이 출자 기술의 사업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연구성과물의 산업적 활용성을 제고하고 개량 기술의 개발도 가능하여 관련 분야의 국가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정부 출연(연) 등 공공부문의 입장에서는 성공할 경우 기관 이미지가 제고되고, 보유 기술 출자 지분의처분 등으로 발생되는 수익을 연구개발 재투자 및 연구원 인센티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진다. 나아가 연구비 재원 확보 다원화와 연구원의 연구개발 동기부여를 통한 연구성과물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출자받은 기술에 대하여 지속적인 지원과 개량기술의 개발 지원 등으로 기술의 선도화가 가능하고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여 기업의 대외적인 기술 신뢰도와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오르내림’의 순환고리를 즐겁게 극복하고 정상을 오래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나눔’의 정신이 현실화되는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연구원은 최근 콜마비앤에치㈜ 수익금을 가지고 R&D 재투자, 자체 연구개발사업 과제 지원, 특허 확보 및 TRL 업그레이드, 기업 발굴 및 기술 출자, VC 투자 유치 및 연구소기업, 창업기업의 설립 과정을 진행함으로써 원자력(연) 자체의 성과확산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여 대형 기술이전, 연구소기업 4개, 연구원 창업 6개의 기업 설립과 기술지주회사설립을 검토 중에 있다. 실용화 과제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추가적인 기술사업화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

선순환 체계인 수익금을 바탕으로 탄생한 연구소기업과 창업기업을 살펴보면, 제5호 연구소기업인 라비는 ‘조직수복용 조성물 및 재료 제조 방법’ 등의 기술을 출자하여 설립했다.(’20.12) 위 기술은 연구원 내 현장애로기술지원 사업, 실용화기술지원 사업 및 연구개발특구의 기술사업화 과제 지원을 통하여 창출 및 업그레이드되었으며, 해외시장 진출을위한 전략적 해외특허 출원으로 특허 패키징을 수행한 후 기술 출자를 진행하였다. 

제6호 연구소기업인인스젠은 ‘바나바 추출물을 포함하는 항당뇨 조성물 및 모링가 잎의 수용성 추출물을 포함하는 암 치료제조 방법’ 기술로 지역혁신 주체 간 컨소시엄을 통한 ‘산학연 공동연구법인’ 형태의 연구소기업을 설립하였다. (’21.10) 제7호 연구소기업인 요기핀은 ’광학렌즈 촬영시스템‘ 기술로 미래 원격진료를 대비하여 GPS 기반 병·의원 정보 제공과 구강건강 상태 컨설팅 정보 제공의 커뮤니티 공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현장애로기술지원 사업을 통해 출자 기술을 업그레이드하여 설립되었다.(’21.12) 제8호 연구소기업인 바이오메이신은 ‘센티페드그라스 추출물을 이용한 탈모 예방’ 기술로 R&BD 과제를 통하여 업그레이드한 기술을 가지고 설립했다(’22.1). 모두가 제2의 콜마비엔치를 꿈꾸고 있다.

연구원은 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 도입으로 창업기획사가 기획부터 사업 투자까지 직접 참여하여 창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기획형 창업 플랫폼 모델과 연구원 자체적으로 창업 붐업을 위하여 K-Tech 창업 엑셀러레이팅 모델을 구축하여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최근 6개의 창업회사를 설립하였다. 연구원은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하여 강소기업 육성 정책으로 수요 기반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도입한 ‘KAERI-코어기업 제도’이다. 연구원 패밀리 기업 중 성장 가능성 및 협력도가 높은 기업을 코어기업으로 선정하여 연구원 보유자원 활용을 통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이다. 처음 시행하는 것을 감안해도 ’21년에는 3개 기업을 선정하여 중소기업지원 사업을 통하여 집중 지원한 결과, 20억 원 상당의 중대형 사업을 수주하는 등 기업 성장에 크게기여하였다.

연구원은 간접 사업화 방식인 기술이전에도 큰 성과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알곡 바이오’와의 기술이전 체결이다. 폐암 세포만 골라 치료하는 신약후보 물질인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수억 원의 기술료와 대상 특허기술에 대한 추가 R&D를 위해 15억 원 규모의 연구과제도 협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방사선 기술 분야에서이루어진 최초의 신약 개발 관련 기술이전으로 후보물질을 이용해 동급 최강(Best-in-Class)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2년에도 연구원과 원자력계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연구원의 성과확산부서는 개방형 혁신을 통하여 사업성 높은 딥(deep) 테크의 사업화를 연속성 있게 추진하여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선순환 성과확산 생태계 구축을 지속할 것이다. 이솝이야기에 나오는 “One good act brings another(좋은 행동이 또 다른 행동을 가져온다)”이란 말이 기억난다. 정부 출연(연)으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유한 기술이 ‘나눔’의 정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오르내림’을 즐겁게 극복하고 정상에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행동’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추구하는 선순환 성과확산 생태계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