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은 투입된 양 대비 얻은 양을 비교함으로써 우월 여부를 비교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율 지표이다. 과거 중동 석유파동을 계기로 각국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핵심적인 자리에 위치한 에너지 효율 향상은 투입된 에너지 대비 더 많은 열이나 일을 얻고자 하는 공학적 해법이 요구되는 문제이며 경제성 확보 여부와 긴밀하게 연동된 정책문제였다. 에너지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전달체계로 보면 에너지 효율을 높임으로써 소비 단계의 에너지 사용량이 감축되고 공급단계의 투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기 때문에 경제 사회적 환경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에너지 효율 향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최근 기후변화가 세계 정책 의제로 자리매김하고 중요성도 점차 커지면서 전통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은 저탄소 구현을 위한 효율 향상으로 업그레이드되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에너지 부문의 대표 국제기구인 IEA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 중심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추진하고 이후 전기화, CCUS, 수소 분야의 기여도 제고를 강조하였다(’21. 5). 에너지 수요영역에서 산업부문의 경우 온도를 기준으로 차별적인 접근이 중요하며 400℃ 이상의 고온 영역은 전기히터나 수소히터를 주축으로, 400℃ 이하의 중저온 영역은 히트펌프, 전기히터, 바이오매스히터 등을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되며 히트펌프 기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개발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건물 부문은 냉난방 설비 및 조명을 비롯한 기기 효율 향상과 저탄소화가 강조되며, 수송부문은 육상 수송 수단의 전기화 또는 수소화, 선박, 항공 수송의 연료전환과 같은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어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들이 핵심 요소로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은 전통적인 부문이고 매우 넓은 영역에 걸쳐있어 간략하게 요약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연구개발 투자전략(’21. 3), 에너지 R&D전략(’21.11), 탄소중립 에너지기술 로드맵(’21. 12)의 내용을 살펴보면 에너지 효율 향상은 크게 기기 효율 향상과 시스템 최적화를 통한 운전효율 향상, 고효율 무탄소화, 복합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및 순환 체계 마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기기 효율 향상은 전동기, 유체기계, 조명기기와 같은 에너지 다소비 기기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고효율 전동기를 의무적으로 생산 및 판매하도록 최저효율제 정책에 포함시켜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 지멘스와 WEG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은 산업용 전동기에 대해 200kW급까지 슈퍼프리미엄급 제품을 확보하였으며 유도전동기 외에 효율 향상을 위한 새로운 유형의 가변속 전동기도 개발하여 출시하고 있다. 전동기 효율 관련 규격 또한 기존 정속운전 전동기 중심에서 인버터 구동 가변속 전동기로 확대되고 있으며, 속도 및 토크 제어가 가능한 단방향 인버터에서 계통연계 및 무효 전력보상으로 전원 품질을 향상할 수 있는 양방향 인버터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여러 단계의 전력 변환을 거치는 동안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력 변환시스템의 효율 고도화가 중요하므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전력 변환시스템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고자 R&D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 공정이나 건물에 적용되는 팬, 펌프, 압축기 등의 유체기계도 설계 용량 이하의 부분부하 운전 영역에서 고효율 성능 확보를 위한 가변익 혹은 가변속 제어 기술 개발이 추진 중이다. 독일의 지멘스, 바콘, 일본의 미쓰비시, 야스카와 등이 높은 세계 시장 점유를 기반으로 인버터 고효율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독일 윌로와 같은 펌프 관련 선진기업은 모터, 인버터, 펌프를 일체화한 제품을 출시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기기 중 하나인 조명기기 고효율화의 경우 글로벌 선도기업인 필립스, 오스람, GE 등이 IoT 기반의 제어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여 스마트홈, 제로 에너지빌딩,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스마트헬스케어에 적용하는 지능형 스마트조명 및 시스템, 클라우드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 설비나 공정, 건물 부문에 있어서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화나 수소, 암모니아와 같은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영국의 우스터 보쉬나 BDR Thermea 그룹의 건물용 수소 전소 보일러 개발과 시범 보급을 비롯하여 산업부문의 철강, 시멘트, 정유 등의 비교적 높은 온도 조건에서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효율 저탄소 기술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BASF, SABIC, Linde 등의 기업들은 석유화학 부생가스를 연소해서 운영하는 기존의 스팀 크랙커 공정을 전기화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요타와 Chugai Ro는 공동으로 산업용 범용 수소 버너를 개발하여 제조 공장의 단조 작업에 사용하였고 일본 전역의 공장에서 수소 버너로 대체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SaaS, 전자 상거래, 게임 및 비디오 서비스와 같은 디지털 서비스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고효율화도 중요 이슈 중 하나이다. 통신기업이나 SI 업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뿐만 아니라 건설사 및 금융회사와 같은 다양한 주체들이 데이터센터 개발 투자에 참여함으로 인해 팽창하는 전체규모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고효율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또한 대용량 고밀도의 데이터 관리를 위해 높은 수준의 처리능력을 보유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부합하는 냉각시스템의 신뢰성과 부하 변동에 대한 대응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슈나이더, 요크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냉각방식과 열원 장치 적용, 유동 최적화, 지능형 네트워크 제어와 같은 기술 개발과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 논의 과정에서 핵심기술로 부상한 히트펌프의 경우 온도 영역이나 적용 부문에 맞춘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고온 공급 히트펌프의 경우 현 기술 수준은 최대 약 165℃로써 스팀 생산 등의 산업 공정에 활용될 수 있으나 200℃ 이상의 온도를 작동영역으로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의 보완이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 통상 칠러라고 불리는 저온 공급 히트펌프 시스템의 경우 현 기술 수준은 최하 약 –80℃ 수준이며 근래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반도체 공정, 백신 운송 등 극저온 분야에 대응하기 위한 고효율 사이클 설계와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키갈리 의정서에 따라 GWP(지구온난화지수)가 비교적 높은 불소계 냉매의 생산 및 소비량의 단계적인 규제가 국제사회에서 결정됨으로 인해 기존 냉매를 대체할 수 있는 Low GWP 냉매를 확보하기 위해 냉매 물성 및 열전달 특성, 윤활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선진 냉매 제조사인 하니웰, 듀폰, 아케마, 멕시켐, 다이킨 등은 HFO 계열 냉매를 비롯한 새로운 대체냉매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술하였듯이 산업, 건물, 수송 등 소비 부문의 각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개발이 세계 각 국가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 RE100이나 K-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 등과 같이 에너지 부문의 이슈가 경영과 무역 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이슈를 언급하고 싶다. 우선,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 이슈가 있다. 변화하는 요구량에 맞춘 부분부하 운전을 구현하기 위한 센서와 구동기 기술 및 데이터 처리/분석/통합관제 등의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 이슈이다. 단순한 부분부하 운전을 넘어서 종합적인 시스템 운용 기술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은 매우 크며 향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센서 가격과 데이터 비용의 급격한 개선은 경제성 측면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활로를 제공할 것이며 디지털 기술 접목을 통한 효율 향상 기술 발전과 사업 기회 발굴을 가속화 할 것이다.
둘째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히트펌프의 실질적인 시장진출과 보급 확대를 위한 기술 개발 전략 마련의 필요성이다. 고효율의 열 공급 장치로써의 히트펌프를 산업부문에 보급하기 위해서는 작동온도와 대용량시스템 구현, 고신뢰성 및 고효율 운전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시계열 관점에서의 정밀한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 기존의 우수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지닌 저렴한 냉매를 새로운 냉매로 대체하는 문제까지 숙제로 추가되었기에 종합적인 전략 마련의 중요성이 크며 산업 부문, 건물 부문, 수송 부문 등 각 부문의 요구사항 반영과 규제 개선에 대한 고민 병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이끌어나갈 충분한 인력의 양성이다. 특히 에너지 시스템 기술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균형 잡힌 숙련도를 확보한 고급인력의 충분한 육성 없이는 효율 향상의 난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며,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과정은 더욱더 험난할 수밖에 없기에 정책적 지원방안과 민간 주체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