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패러다임 전환형 초격차 기술

반도체는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로 경제 안보의 핵심 품목이 되어 국가 간 패권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 대만, 일본, EU 등은 반도체 지원 법안과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은 ‘반도체 굴기’ 정책을 통해 수입을 줄이고 자립화를 가속화하는 등 국제 반도체 산업은 큰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9년 연속 반도체 2위(’21년 시장 점유율 : 20%)와 메모리 분야 1위(’21년 시장 점유율 : 59%(DRAM 71%, 낸드 47%))의 성과를 유지하지만 격변하는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쟁력 강화와 도약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형 초격차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초격차 기술은 단기적 또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다양한 소재, 소자, 공정, 설계, 시스템, 장비,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단기적 측면에서 Scaling 한계에 직면한 DRAM 반도체는 10nm 이하 기술에서 새로운 고유전상수박막, 신규 금속 전극 및 콘택트, 3차원 구조 (3D DRAM), 새로운 설계 구조 등이 필요하며, 플래시 메모리는 고단화에 의한 신규 소재(전하저장층 박막, 채널, 금속 콘택트), 신규 공정(식각, 세정 등), 신규 설계 및 구조, 관련 장비 개발 등이 필요하다.

파운드리 반도체는 새로 도입된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 GAA) 구조의 트랜지스터 성능과 수율 개선을 위한 소재, 소자 및 공정(노광, 식각, 에피 증착 등)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각각의 응용에 따른 후공정 패키징 기술(2.5/3D 패키징 등)이 필요하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력반도체 소재(SiC, GaN 기판, 산화갈륨 등) 및 소자에 대한 개발도 요구된다.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는 센서 기반의 다양한 반도체 또한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DRAM과 Flash Memory의 복합기능이 가능한 새로운 Storage Class Memory(SCM) 개발이 필요하며 시스템반도체 측면에서는 AI 반도체로 신경망 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 NPU) 및 기억(메모리)과 연산(프로세서)을 통합한 신개념 반도체(Process-In-Memory, PIM) 구조 소자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쟁력 있는 전자설계자동화(Electronic Design Automation)를 포함하여 응용에 따른 다 양한 설계기술이 요구된다. 이러한 메모리 및 시스 템반도체 구현을 위한 신규 소재, 공정 장비 개발 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컴퓨팅 시스템인 폰 노 이만(Von Neumann) 구조는 급증하는 데이터양 과 처리 어려움, 비정형 데이터 처리 문제, 발열 문 제 등으로 새로운 뉴로모픽(Neuromorphic) 컴퓨팅 에 관한 연구가 요구되며 자료 처리 방식이 기존과 완전히 다른 양자역학적 현상에 기반한 양자컴퓨팅 (Quantum Computing)에 대한 기술 연구가 필요 하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 를 위해서는 단기 및 중·장기적 측면에서 다른 전 략이 요구된다. 현재 높은 경쟁력이 있는 메모리 분 야에서는 최적화 기술과 신개념 반도체 연구, 추격 분야인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신구조 소자의 최적화 및 수율 향상과 지속적인 신개념 반도체 소자 연구, 시스템반도체를 위한 설계 능력과 반도체 패키징 강 화 등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컴퓨팅 체계를 열 수 있는 뉴로모픽 컴퓨팅과 양자컴퓨팅 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반도체 칩을 양산하지 않 지만 여전히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IBM 은 많은 노벨상 연구자를 배출한 IBM Thomas J. Watson 연구소에서 뉴로모픽 컴퓨팅과 양자컴퓨팅 에 관한 집중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이렇듯 미래의 반도체 분야는 새로운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는 기 술에 집중해야 한다.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영 어 속담처럼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 유지를 위해서는 반도체의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연구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 전략

다른 산업과 다르게 반도체 산업은 설계(미국)·제 조(한국, 대만)·소재&부품&장비(미국, 일본, EU) 의 생태계로 구성되며 각국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한 나라가 모든 것을 선점하기는 어려운 구 조이고 특정 국가의 경쟁력이 타 분야로 강화된다면 타 국가에서 반발과 제재가 예상된다. 최근 미국 주 도의 ‘칩 4(Chip 4)’ 에서 볼 수 있듯이 반도체는 경 제 안보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우리 나라는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글로 벌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서는 이러한 반도체 생태 계에서 우리나라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며 독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세계 4대 반도체 장비회사(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ASML,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의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장비 업체 이외에 많은 소재 및 부품업체의 국내 투자 유치를 강화해야 한다. 해외 기업의 이러한 높은 투자는 국내 종합반도체회사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s, IDM)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반도체 생태계에서 우리나라의 제조 능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고 국제 반도체 산업에서의 주요한 공급망 역할을 담당하여 안정화에 기여하므로 그 리더십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업체 투자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이로 인한 생태계 내에서의 역할이 커질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특정국에 의존하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품목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도록 하여 공급 불안 요소를 해결함과 동시에 반도체 생태계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리더십이 더욱 커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지적재산권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지적재산권 확보는 기술 패권과 시장 리더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지적 재산권의 양과 질 모두 중요하지만, 최근 우리나라가 먼저 양산에 성공한 GAA 반도체 기술은 TSMC가 더 많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K-반도체 전략 및 반도체 강국 실현

반도체는 우리 일상생활의 다양한 곳에 사용될 뿐 만 아니라 AI, 빅데이터, 전기자동차, 자율 주행 등 미래 기술의 필수 요소이기에 더 이상 하나의 산업 이 아니라 경제 안보를 위한 국가 핵심 전략 품목으 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양 한 분야에서 K-시리즈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관람한 영화 ‘한산’에서 바다에 성벽을 쌓는 학 익진 전법으로 해상에서 승리는 거둔 이순신 장군 의 전략 또한 세계 해전사 측면에서 새로운 K-전략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K-시리즈가 많이 나와서 식상한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해 반도체 분야에서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K-반도체 전략을 세워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서로 연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위해 인프라 지 원, 세제 혜택, 규제 및 인허가 간소화 같은 시스템 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해외와 비교할 때 우리 정부 의 지원이 다소 미진한 것이 너무 아쉬운 점이다. 반 도체는 시간의 산업이기에 이러한 지원이 적기에 이 루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을 하는 데 있어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반도체 산업에 있어 많은 인력이 필요하나 이 에 대한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반도체 업체에서 필요한 다양한 수준의 인력양성을 위해 특화 고등학 교, 전문학교, 대학 및 대학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반도체 인력양성 생태계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원 규제 조정, 국가 R&D 과제 증대, 연구 장비 확보, 반도체 퇴직 인력 활용 방안 등 다 양한 세부 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지원 뿐만 아니라 최근 민간 기업의 계약학과 설립도 여러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내 우수 인재 유출 방지와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기술적 측면에서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강화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기 술 능력 확대를 위해 팹리스, 파운드리 반도체, 전력 및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지원과 미래 기술로 각광 받는 PIM, 뉴로모픽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에 집중 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국내보다 앞선 부문이 팹리스 및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분야인데 이 분야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지원 또한 반드시 필요하며 반도체 소부장 클러스터가 더욱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즉, 반도체 초강대국은 적극적인 기업의 투자와 우수 인력양성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으며, 정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지원해야 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반도체 강화의 효과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미래 모빌리티, 로봇, AI, 바이오 등의 다른 산업의 성장을 동시에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