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2009년도에 UAE가 대형원전 4기를 발주하는 사상 초유의 국제입찰이 진행되었고 현재 전 세계 원자력시장에서 UAE의 바라카 원전은 아이콘이 되었다. 원자력의 르네상스를 잔뜩 기대했었지만 UAE의 바라카 원전 부지에서 착공식을 거행하는 같은 날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발생하였고 세계 원자력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2015년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발효되고 탄소배출 억제대책이 발표되면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고, 막대한 자금과 오랜 건설기간이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하여 소형모듈원자로 SMR 개발이 탄력을 받아서 글로벌 원자력시장은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의 양대 축으로 나아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당위성과 필요성

1970년대 한국이 원전을 도입한 필요성과 당위성에서 에너지 안보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확장되고 정부 보조지원 없이도 경제성을 확보할 정도가 되면서 원자력에 대한 에너지 안보의 당위성은 잊혀지고 경제성 경합과 전기 이외의 새로운 용도 즉, 담수생산, 수소 생산 및 전력수요에 유연하게 대응 등 지엽적인 논리에 치중하게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던 에너지 안보 이슈를 뼈저리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러시아가 깔아놓은 가스관이 잠기게 되자 에너지는 안보자원이며 국제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을 안정적인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원전 수출국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은 대한민국의 원자력산업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자력발전을 친환경산업으로 분류되어 원전 수출국으로 복귀하려 한다. 새로운 공약인 “원전 10기 수출을 어떻게 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하고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UAE 원전을 수주 당시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주하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목표 달성에 자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과연 지금도 마찬가지일까? 어느 나라의 전략을 뒤져봐도 이 같은 수치 목표를 제시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경쟁국가로 하여금 경쟁심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보다는 글로벌 원자력시장의 리더 또는 게임체인저 같은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왜 원전 수출을 해야 하는가?

UAE 원전 4기를 수주하였을 때 수출효과를 10년 건설기간 중 건설비로 200억 불, 운전수명 기간 중 운전, 기기교체 등의 운영 참가로 200억 불을 수주하며, 신규 고용창출 효과는 건설기간 10년간 11만 명에 달하며, 원자력 관련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국가경제 전반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효과는 확실하다. 그러기 위해서 원전 수출을 해야만 한다. 원전 수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글로벌 원자력시장에서 우리가 경쟁국가나 경쟁사에 비해 초격차를 가지는 강점이 무엇인가? 두말할 것 없이 목표 건설공정을 맞추는 것이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는 한 호기 건설하는데 무려 13년이나 지연시켜왔고, 미국에서는 6년, 영국에서는 현재 최소 2~3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건설지연이다. 건설비 이자비용이 총 건설비의 20% 정도 차지하고 있으니 준공이 지연되면 투자비 증가로 투자회수가 어려워지고,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목표 건설공정을 맞추는 업적을 최대한 전면에 내세워 강조하고 그 파급효과와 반대의 역효과에 대해 발주국에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목표 건설공정을 맞출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주계약자 방식의 턴키계약이다. 해외 서방세계 경쟁사들은 컨소시엄 방식이기 때문에 계약구조가 복잡하고 비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국내 방식 그대로 팀코리아를 구성하여 모든 책임을 지고 사업을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대형 프로젝트인 원전공사를 할 수 있다.

초격차 강점으로 시장 공략

주계약자 방식은 발주자 입장에서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업수행 방식이다. 주계약자는 한전이나 한수원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만 팀 코리아를 끌어나갈 수 있다. 턴키방식의 최대 장점은 건설비용을 거의 확정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경쟁사들은 감히 확정금액을 제시할 수 없다. 우리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초격차 강점이기 때문에 UAE의 사업 경험을 철저히 분석하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계약자 방식의 턴키계약을 위협하는 복병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각국마다 요구하는 현지화율 목표이다. 원전 도입에 따른 지역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경제효과를 확보하기 위하여 발주자는 현지화를 필수요건으로 요구하면서 낙찰자 선정의 핵심평가요인으로 강조하고 있다. 도입국마다 산업과 규제환경 및 근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입찰 전부터 세밀한 현지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정부 산업체 및 학연간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수출 대상에 대한 전환 의식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앞서 원전 수출효과를 건설기간과 운영기간으로 나누었다. UAE 사업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은 운영기간에 대한 수출효과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애프터서비스를 생각해보자. 제품을 팔고 나면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부품교체, 고장수리, 업그레이드, 운영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품 수명기간 중 제공된다. 이 점에 대한 우리의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프트웨어와 인력을 보강하라

교육훈련 시스템과 원전 운영관리를 위한 각종 절차서를 글로벌 표준에 맞춰 일제 정비를 해야 한다. 완벽하게 영문화해야 한다. 한수원이 UAE 원전 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과 경험을 후속 수주를 위하여 체계적으로 수정 보완 또는 전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한전의 경우 원자력 직군에 종사하는 기술인력이 원전 건설이나 운영 경험을 체험하거나 근무해 본 경우가 거의 없다. 발전소 운영 정비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교육훈련 시스템이 필요하고 순차적으로 단기간이나마 원전 운영 정비를 체험할 수 있는 실무교육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 현지 최일선에서 마케팅을 해야 할 인력들이 정작 자기가 수출할 원전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퇴직인력 활용 역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거 퇴직도 문제이지만 현직 젊은 기술인력들이 과거와 달리해외근무를 기피한다. 구태여 해외 근무를 자원해서 고생할 마음이 전혀 없다. 한국의 기술인력이 얼마나 고비용 구조인지를 알아야 한다. 현지화 요건을 맞추고 수주하려면 제3국 인력을 쓸 수밖에 없다. 현직 기술인력을 쓰려면 국내 급여의 3배 정도 수준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전혀 없다. 퇴직인력 활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해외근무를 희망하는 퇴직인력에 대해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자격심사와 선발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외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면 참여하는 업체들 상당수가 엔지니어링 서비스 제공회사들이다. 원전사업은 안전성을 포함하여 데이터 분석과 해석 및 원자력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 등 끊임없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신규 원전을 하지 않아도 원전을 운영 중인 국가에서는 다양한 중소 중견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 원자력 생태계에서 이들이 과연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원전을 도입하려는 국가의 고민을 들여다보고 해결해 주어야 한다. 우리 것을 팔려고만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저 나라가 왜 신규 원전을 도입하려고 하는가? 왜 소형모듈원자로를 도입하려는가? 원전 도입에 따른 파급영향 중 어느 것에 방점을 두는 것인가? 원전 도입을 하면서 다른 부수적인 효과를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한국의 원자력산업체라야만 하는가?’를 고민하자.

투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투명성이다. 우리는 원전 비리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미국, 영국, 캐나다 정부와 원자력 산업체의 활동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하면 정책에서부터 세부적인 추진사업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다. 투명성을 통해 글로벌 원자력시장의 주의를 이끌고 투자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한다. 될 수 있으면 리스크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시장 투명성이 왜 중요하고 노력이 필요한지를 인식해야 한다. 특히나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과정에서 원자력시장과 투자자들에 대한 투명성과 진행 과정의 솔직한 노출은 사업수주와 직결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