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지난 5월 23일 서울 전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땡볕이 내리쬐는 날 주로 발생하는 오존 특성상 한여름에 주의보가 발령되는 게 보통이지만 최근 이른 더위로 주의보 발령 시기가 점차 당겨지고 있다.
오존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눈, 코, 폐 등을 강하게 자극해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존 농도로 해마다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오존 관련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과학, 인체·생태 측면에서 오존은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오존 발생 기전, 전구물질의 역할,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얼굴의 오존

오존은 세 개의 산소원자로 구성된다. 지구에 존재하는 오존의 90%가 지표면 상 약 10~50km 사이에 있는 성층권 내 오존층 형태로 밀집해 있다.
오존층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광선 중 자외선을 95~99%까지 흡수한다. 이 때문에 생명체가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다. 자외선이 거름막 없이 지구로 쏟아지면 대다수 생명체가 피부암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되고 자연 생태계가 교란된다. 자연 상태에서 오존은 낙뢰로 인한 전기방전 등으로 인해 만들어진다. 자외선 복사로 산소와 오존이 생성, 소멸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존의 강한 산화력으로 대기가 정화된다. 강력한 산화력 덕분에 오존은 하수 살균, 악취 제거, 농약 분해, 중금속 제거, 유해 물질 분해, 세균 사멸, 면역 반응 증진 등에 두루 쓰인다. 반도체 생산공정은 물론 최근 세포에 산소를 공급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팔방미인’ 오존이지만 사람에겐 유해 물질이나 다름없다. 고농도 오존에 노출되면 폐포에 존재하는 신경 수용체가 자극을 받아 평활근이 수축된다. 기침이나 호흡기 증상으로 그칠 수 있지만 반복 노출되면 가슴 통증, 기침, 메스꺼움, 목 자극, 소화불량은 물론이고 기관지염, 심장질환, 폐기종, 천식을 앓을 수 있다. 기관지 천식 환자나 호흡기 질환자, 어린이, 노약자가 오존에 노출되면 특히 위험하다. 오존이 맑은 날 주로 발생하고 가스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각하기 어렵고 마스크를 쓴다 해도 피할 수 없다.


 

대기오염으로 오존 농도 증가

오존층이 아닌 지표에서 약 10㎞ 상공에 존재하는 지표 오존은 대기오염의 결과물로 봐도 무방하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다량 함유된 질소산화물(N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오존을 생성하는 대표 전구물질이다. 이들 전구물질과 자외선, 강력한 태양광이 만나면 오존이 만들어진다. 
질소산화물은 대부분 일산화질소(NO) 형태로 배출되는데 대기 중 오존과 결합하거나 발생기산소(O)와 결합해 이산화질소(NO2)로 변환된다. 이산화질소는 햇빛을 받아 일산화질소와 산소원자(O)로 광분해 된다. 생성된 산소 원자는 대기중 산소와 결합해 오존을 생성한다. 오존은 다시 일산화질소와 결합해 이산화질소를 생성시키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햇빛 세기가 강하고 지속시간이 길수록 광화학반응이 잘 일어난다. 전구물질의 배출량이 많고 바람이 불지 않아 오염물질의 확산이 어려워지면 최적의 오존 생성 환경이 조성된다. 햇빛이 강한 여름철 오후 2~5시경에 오존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기오염이 심화하면서 오존주의보 발생 빈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시간당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주의보’, 0.3ppm 이상이면 ‘경보’, 0.5ppm 이상이면 ‘중대경보’가 발령된다. 지난해 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오존주의보 발령 현황과 증가 원인’에 따르면 오존주의보는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오존 연구개발(R&D)은 걸음마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초미세 먼지 농도는 완만하게 감소하지만, 오존 농도는 증가하는 추세다. 대기 중 연평균 오존 농도는 2010년 35.8ppb(10억분의 1)에서 2019년 45.0ppb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오존에 노출에 따른 인명피해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오존에 단기 노출된데 따른 사망자(초과 사망)는 2010년 1,248명에서 2019년 2,890명으로 2.3배로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초미세먼지 단기 노출 사망자(2,275명)보다 27%가량 많은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 연구팀이 한국을 포함해 세계 20개국 406개 도시의 대기오염 데이터와 사망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WHO 기준치를 넘는 오존 농도로 매년 6,262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바꿔 말하면 오존을 기준으로만 관리해도 매년 세계적으로 최소 6,00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존은 깨끗한 대기 1㎥ 중 70μg(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 정도 검출된다. WHO는 1㎥의 대기 중 오존이 100μg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120μg, 미국은 140μg, 중국은 160μg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은 WHO와 기준이 같다. 연구 결과, 대기 중 오존 농도가 10μg/㎥씩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평균 0.18% 증가했다. 오존이 뚜렷한 위협으로 부상했지만, 관련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약 50여 종에 달하는 VOCs별 오존 발생 기여도 등 관련 정보가 태부족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VOCs 농도를 측정하는 관측소 또한 20여 개 남짓이다. 현재 정부출연연구소, 대학에서 진행 중인 오존 관련 연구개발(R&D)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간 오존 R&D 투자가 미흡했던 탓이다.
재난 안전 R&D 포털 기준 오존 분야 정부 R&D 투자 규모는 2017년 4억 6,6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대기환경 R&D 투자액의 0.4%에 해당한다. 이듬해 5억 1,400만 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2019년, 2020년엔 각각 273억 원, 283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2020년 기준 대기오염 R&D 투자액에서 오존 관련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0.17%다. 대기오염 R&D에서 오존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 성과도 미흡하다. 최근 4년(2016~2019) 동안 대기 오존 R&D 관련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은 총 73개 국가에서 3,313편이 발표됐다. 미국(27.7%)과 중국(22.7%)이 총 논문의 50.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2.44%로 11위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피인용 순위는 세계 13위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미래 예측 브리프에서 대기 분야 R&D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 중심에서 벗어나 오존과 미세먼지 동시 저감을 위한 균형 있는 대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오존 이해와 더불어 인체·생태 위해성 저감을 위한 R&D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질병관리청은 ‘기후보건영향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때문에 오존 농도 증가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단기간 초과 사망자 수는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오존에 대한 관심은 미세먼지 대비 작은 편이어서, 오존의 건강 영향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오존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기오염 물질이지만 기후변화에 의한 오존 변화량을 추산하거나 기후변화에 의한 초과 건강 영향을 추산하는 방법이 개발된 바 없다”며 추가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용주 한국외대 환경학과 교수는 “최근 오존, VOCs가 대기오염 분야에 핫이슈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국내 연구 기반이나 관련 과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향후, 실효 있는 R&D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선 수년에 걸쳐 풍부한 관련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