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활용전략



Ⅰ. 특허 개발이란?

필자는 지난 90년 후반부터 ‘특허 개발’이라는 표현을 제안해왔다. 특허는 저절로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전략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제품개발 하듯이 특허도 개발하고 만들어 내자는 취지로, 크게 두 단계를 포함한다.

첫 번째 단계는 발명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창출하는 단계로 발명자(연구원)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발명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필요하면 툴(Tool)을 활용해서 (기존의 특허 자료나 논문 등을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아이디어를 산출하여야 한다. 발명자로부터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서는 확률적인 면과 품질적인 면에서 강한 특허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는 창출된 아이디어를 ‘강한 특허’로 만드는 단계이다. 좋은 발명이라고 해서 당연히 강한 특허가 되는 것은 아니며 좋은 발명을 강한 특허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Ⅱ. 아이디어 발상 과정의 이해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우선 발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어 가는지를 살펴본다.

1. 발명 과정의 검토

발명자는 발명하는 행위 처음부터 구체적인 회로 도면이나 기계 장치가 떠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발명을 하게 되는 심리적 충동은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종래 기술(Prior Art)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게 된다. 즉 뭔가 불편하고, 성능에 문제가 있고, 번거롭다는 등의 문제점을 느끼게 될 때 비로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궁리하게 된다.

따라서 발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발명자가 어떤 종래 기술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인식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01 이것은 곧 ‘왜 이 발명을 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해 주게 되며 또한 발명자가 인식한 종래 기술의 문제점을 통해 발명의 핵심적인 해결 과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01 발명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Carl Schramm이 지적했듯이, “일반적으로 ‘발명을 한다’는 행위는 곧 종래 기술의 문제점으로부터 혹은 발명의 효과로부터 해결 과제를 설정하고 이 과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 방안, 즉 해결 수단의 아이디어를 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Carl Schramm, 발명 보호와 특허 침해, p.232

이후에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 이 궁리 저 궁리하다가 마침내 ‘아! 바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섬광 같은 착상(着想)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발명이 시작된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구체화되지 않고 실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이지만 일단 발명자가 인식한 최초의 발명(어떤 자연법칙을 어떻게 이용하겠다는 구상)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으로 이 착상 아이디어(즉, 초기 단계의 발명)를 토대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실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하나하나 구체화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시제품(試製品)을 만들어 보는 경우도 있지만 시제품까지 만들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일단 구체적인 도면을 그릴 수 있게 되면 발명으로서 어느 정도 완성도가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02 이를 단계별로 도시하면, 그림 1과 같다.

02 물론 화학 발명의 경우처럼 일부 발명의 경우는 선행 기술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거나 또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현상이 좋은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나타난 효과가 바로 발명이 될 것이다.



2. 강한 특허를 위한 발명 아이디어 창출 기법

앞서 말했듯이 양질의 발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연구자의 통찰력을 자극하고 격려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1) 발명 아이디어 창출 기법
가. 특허 명세서를 분해하자

발명 과정을 Problem to Solution을 찾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특허를 분석할 때도 역시 Problem과 Solution으로 분해하여 분석해 보는 것 또한 의미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출원된 특허를 종래 기술의 문제점 또는 Problem(해결 과제)에 해당하는 내용과 Solution(해결 방안)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구분하여 분석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런 다음 현재 화두로 삼고 있는 Problem과 유사한 특허들만 모아서 그룹핑한 결과를 보여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선행특허들의 Problem, 즉 종래 기술의 문제점들을 보는 순간, 연구원들은 놀라움과 함께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03

03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저렇게도 많았던가? 과연 저들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아! 저런 방법이 있겠구나! 저 방법을 조금만 보완하면 더욱 효과가 좋아지겠는걸 저 방법은 이미 내가 시도해 본 것인데 실현 가능성이 없어! 등등

이 방법을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방법을 제안한다. 즉 처음부터 Problem, Solution을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고 우선 Problem들을 성격이 유사한 것들만 그룹핑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Solution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게 가려진 상태로 두는 것이 좋다. 관련이 깊은 Problem 그룹을 보여주고 나서 발명자와 토의를 한차례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당신 같으면 저러한 Problem에 대해 어떠한 Solution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각 특허에서 제시하고 있는 Solution을 제시해주면 자신이 갖고 있었던 아이디어와의 비교를 통해 파악한 차이점, 유사점, 보완점 등을 보다 극적으로 느끼게 된다. 발명자의 인사이트를 드라마틱하게 자극할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을 시도할 때는 연구자 스스로 고민하고 느낄 수 있도록 적절한 시간을 할애해 줄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아이디어 발상 기법에는 결합(Combine), 치환(Replace), 분리(Divide), 삭제(Delete) 등이 있다. 이미 제시된 해결 수단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정형화된 아이디어 창출 기법을 적용하면 조금 과장해서 거의 기계적으로 새로운 발명 아이디어를 추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아이디어 중에서 실용 가능성(Feasibility) 있는 아이디어만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 생각한다.04

04 러시아 과학자들이 창안한 트리즈(Triz) 기법 역시 수백만 건의 특허를 분석하여 기술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만드는 40여 가지 파라미터를 추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 창출 툴로서 개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