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전기차 시대를 위한 선결과제

자원순환경제 탄소중립을 위한 미래 에너지기술 3대 전략 방향은 첫째, 현재보다 최종에너지 소비를 50% 감축하는 것이고, 둘째, 산업, 수송, 건물 에너지의 80% 이상을 전기로 전환하며, 셋째는 발전 비중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다. 특히 수송 부분의 핵심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전기차 시대는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선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먼저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충전 시간 및 충전용량 문제이다. 현대 전기차의 전용플랫폼인 e-GMP(72.6~77.4kWh, 롱레인지 기준)의 경우, 배터리 충전 시간은 350kW 고출력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18분 만에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나 7kW 완속 충전으로 100% 충전하려면 9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2021년 기준 전국의 급속충전기는 1만 3,202대에 불과하며 전기차 사용자는 아직도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불편을 체감하고 있다. 최대 18분에 80%까지 충전이 된다고 해도 내연기관차의 5분이면 연료를 채우고 500km 이상 주행하는 편리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화물차의 기준에서 보면 전기차의 적용이 더욱 어렵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배터리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용량 대비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무려 69건이며,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은 배터리 제조상의 불량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결함 등으로 알려져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화재가 발생하면 열폭주 현상이 생기면서 전소될 때까지 거의 진화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화재 위험을 해결하고자 고체전해질 배터리나 안정성이 높은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사용이 주목받고 있으나 고체전해질 배터리의 상용화는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전기차가 갖고 있는 안전성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전기차 시대의 순환경제 대응 전략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NCM 배터리의 원자재가 되는 니켈과 코발트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2022년 3월 기준 톤당 4만 2,995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2월 중순 니켈 가격은 2만 3,000달러 선이었다. 니켈 외에 코발트 가격도 전년 평균 대비 60% 이상 오르는 등 전기차 관련 금속 소재의 가격은 앞으로도 국제정세 및 자원의 보호무역 기조 아래 고공 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이외에 전기차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모터에는 네오디뮴(Nd)과 디스프로슘(Dy) 등의 희토류가 포함되어 있다. 희토류 생산 세계 1위인 중국은 희토류 등 특정 물품의 수출을 제한하며 생산과 공급에서 세계시장의 통제권을 갖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해외 자원개 발을 통한 공급망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 또한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전환하여 전기차 시대 및 친환경 에너지 시대에 대비한 자원확보 노력을 계속해야만 한다. 해외 자원개발도 중요하나 사용 후 폐기되는 제품으로부터 자원을 순환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나 공급 부족 시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희토류 및 희소금속은 사용 후 제품으로부터 공급을 받는 것도 자원확보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5~10년간 사용하면 성능이 저하되어 폐기하게 되며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기준 약 8만 개의 전기차 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0년 172억 달러(한화 약 20조 1,240억 원)에서 2025년에는 232억 달러(약 27조 1,44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선두기업은 성일하이텍이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배터리 이차전지 원료 제조 관련 사업으로 1,713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하이텍은 현재 연간 2만 톤의 재활용 시설을 확보하고 있고, 2023년까지 새만금산단에 1,3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36,000톤의 배터리 재활용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GS건설, ㈜영풍, 포스코HY클린메탈, 에코프로씨앤지 등에서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GS건설은 전기차 보급에 따른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로 신성장 동력의 한 축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회사인 에네르마가 지난해 9월포항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서 이차전지 재활용 공장 착공식을 갖고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본격화했다. 포스코그룹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하고 폐배터리에서 리튬 등의 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공장을 율촌산업단지에 건설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준공 후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광석, 염수, 폐배터리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연간 11만 톤, 2030년까지 22만 톤의 리튬 생산 능력을 구축해 국내 리튬 수급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10일 유럽의회는 환경위원회(ENVI)가 채택한 EU 배터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내시장 판매 중지와 폐배터리 회수율 목표 강화 등 기존 집행위 내용을 한층 강화시킨 수정안을 채택했다. 2030년부터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에 코발트 12%, 리튬 4%, 니켈 4%를 재활용된 금속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비율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앞으로 발생할 폐배터리는 전량 재활용으로 금속을 회수해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며 금속 회수를 위한 고효율, 고부가, 저에너지 공정의 재활용기술이 필요하다는 전망이기도 하다. 국가 차원의 다양한 금속자원 공급망 확보와 사용 후 전기차로부터 자원을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개발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한 순환 경제에 꼭 필요한 전략이다.

폐가전제품 희귀금속 재활용사업 동향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활용 의무생산자는 환경부령에 정하는 방법과 기준에 따라 폐기물을 재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재활용 대상 품목이 기존 27종에서 50종으로 확대되었다. 폐가전제품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전국의 리사이클링센터에 집결된다(2020년 기준 376,760톤 회수). 리사이클링센터에서는 수거된 폐가전제품을 파쇄-선별 후 고철, 비철, 플라스틱과 희토류가 포함된 PCB 등으로 회수한다. 국내 폐가전제품으로부터 희귀금속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습식제련과 건식제련이 있다. 대부분 희귀금속은 폐가전제품 안에 소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습식제련을 통해 금속을 회수하는데 습식제련은 비교적 공정비용이 높고 폐수처리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경제성 있는 사업이 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국내 폐전자제품으로부터 희귀금속을 사업화한 사례를 보면, ㈜엔코는 폐디스플레이로부터 인듐을 회수하는 공정을 개발하여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새빗켐에서는 소형 혼합 폐전지로부터 리튬, 코발트, 망간을 회수하는 기술을 상용화하였다. 이 기술은 혼합전지의 리튬배터리 폭발을 안정화시킨 후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이다. ㈜성림희토금속은 고성능 영구자석에 들어 있는 네오디뮴(Nd)과 디스프로슘(Dy)를 선택적으로 분리하여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다남이앤이는 공정 폐액에 들어 있는 20~200ppm 정도 소량의 금, 은, 백금, 팔라듐 등의 귀금속을 회수하는 사이클론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있다. ㈜성일하이메탈에서는 LED 등에 들어있는 금, 은, 인듐 등의 희귀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폐가전제품에서 희귀금속을 회수하는 산업은 아직도 기술적 한계와 사업성이 낮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폐가전제품에 많이 들어 있는 금속인 철, 구리, 알루미늄 등은 건식제련을 통해 잘 재활용되고 있으나, 귀금속 및 희귀금속 회수는 원활치 못한 실정이다. 사회의 다양성과 발맞추어 출시되는 폐가전제품도 소형, 다품종으로 다양화되고 있어 지속적인 맞춤형 재활용 기술개발과 환경성을 고려한 재제조, 재사용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향후 탄소중립 2050을 위해서라도 폐가전제품에 있는 모든 자원은 완전 순환 리사이클링이 필요하며 경제성이 낮은 금속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서라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