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01


 


사회와 시대적 배경

2018년 중국의 폐기물(특히 폐플라스틱, 미분류 폐지) 24개 품목 등에 대한 전면 수입 금지로 국내 생활계 폐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 시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COVID-19 발생에 따른 방역 정책으로 비대면 배달 및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확대되면서 일회용 폐기물이 급증하게 되었다(그림 1). 


 

중국 정부의 폐기물 금수 정책은 몇 년 전에 이미 발표가 되어 있어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실제 발생량이 정부의 예상을 넘어서고 심지어 폐기물의 역수입이 발생하면서 쓰레기 대란의 충격으로 다가올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중국의 지속적인 고체 폐기물의 전면 수입 금지 정책의 결과 우리나라의 폐기물 대중국 수출은 ’17년(216,245톤)에 비해 ’20년 10월 현재(13,878톤) 93% 이상 감소한 실정이다. 특히 생활계 폐플라스틱의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자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으로 수출이 집중되었으나 그 수출량이 대중국 수출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동아시아 국가들로의 불법 쓰레기 수출에 의한 국제적 문제, 국내에서는 250여 개가 넘는 복합 쓰레기 산이 발견되는 등 사회 문제로 등장하면서 환경오염과 위생 문제를 발생시켰다(그림 2).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기업 경영의 변화, 기후와 환경변화 중요성의 대두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지속가능성과 연계하여 진화하면서 ESG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ESG 경영은 비즈니스 밸류체인의 모든 과정에 걸쳐 일어난다는 특징을 갖는다. 즉, ESG는 기업이 환경(E), 사회(S)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의사결정(G)을 하는 경영으로 ‘같이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설계-생산-사용-폐기’의 전주기에 대한 ESG 경영을 하여야 하며, 그 결과 자사의 전 분야에 대한 녹색 경영을 위한 재활용 또는 재순환 등의 자원순환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록적인 폭염, 폭우, 냉해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대 최장 장마와 기록적인 호우 등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하여 글로벌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자국의 경제, 사회와 산업 전반을 대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이를 위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는 등 이에 대한 대비 태세를 마련하고 있다. ‘순환경제’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10대 추진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되어 있으며 유한한 자원의 순환, 환경·경제 효율성과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중국 폐기물 수입 금지에 의한 생활계 폐플라스틱으로 촉발된 폐기물 사태, ESG의 환경문제와 탄소중립 선언, 이러한 일련의 시대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인 변화가 함께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는 우리가 맞닥트린 폐기물에 의한 위기와 이를 기회 삼아 새로운 개념의 자원순환을 통한 산업의 미래를 달성하기 위하여 각 주체들이 수행하여야할 방향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자원순환의 개념 재정립과 쓰레기에서 신재생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산업 기회와 이를 위해 정부에서 마땅히 준비해야 할 정책, 또한 현재 외국의 자원순환 정책과 기업의 대응 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화학산업이 직면한 과제

EU의 쓰레기 해양투기 금지 이후 2014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European Commission과 EU Directive 등에 따르면 자원순환을 위하여 순환경제 정책 시행과 2020년부터 폐기물 매립과 소각 금지 법안이 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활용률 상승 제고를 위한 제품 생산부터 eco-design 적용, 바이오 플라스틱 및 재활용이 용이한 고분자 생산 등의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ESG 관련 제도를 준수하고 재활용이 용이해야 납품이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고분자 화학산업은 특성상 사업장에서 상당량의 탄소 배출이 수반되고 있어 탄소를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혁신기술개발 노력과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 개발 및 재활용을 통한 ‘탄소 순배출량 0’ 기술개발에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케미칼 등의 대기업들은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선은 재활용 소재(PCR) 활용과 생분해성 소재를 활용한 고분자 소재생산에 의한 탄소 순배출량 0을 달성하고 장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실제 SK케미칼은 수년 전부터 CO2 고분자를 생산하는 기술을 완성한 바 있으나 제품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자원순환과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적 해결방안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탄소 순배출량 0’이 되는 탄소중립 실현 방법으로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등의 친환경 제품 개발로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정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혁신 기술에 관한 연구와 체계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20여 년간 자원순환 관련 다양한 정책과 연구를 시행하였다.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EPR), 사용자 재활용(ECR) 정책과 산업계 및 생활계 폐기물 수거 및 분류와 물질 재활용, 화학 재활용, 연료화 등의 정책 입안과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림 3은 정부 주도 연구 중 폐플라스틱 관련 연구 내용이다.


 

정부는 20여 년간 폐플라스틱 재질별, 재활용 방법별로 연구를 수행하였으나 대부분의 연구가 물질 재활용 관련 단위 연구로 수행되어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있는 폐플라스틱에 대한 물질 재활용은 개별 기업에 서 사업화하였고, 폐플라스틱과 폐지 등을 다양한 형태의 고형연료(RPF, RDF, SRF)로 성형하는 연료화 역시 공공과 민간영역에서 산업화된 바 있다. 다만, 고형 연료화의 경우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지만, 탄소 발생은 어쩔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 자원순환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 하겠다.

자원순환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

최근 들어 ‘자원순환’에 의한 ‘탄소 순배출량 0’을 통한 탄소중립의 한 가지 해법으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한 열분해유 생산 또는 고분자 중합 원료로 재활용하는 화학 재활용에 대한 실증화 연구가 선진국과 국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화학 재활용 관련 기술은 크게 열분해(pyrolysis), 가스화(gasification) 그리고 플라스마(plasma)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열분해 기술은 독일(BASF), 영국(MURA, Plastic Energy), 미국(Honeywell) 외 다양한 국가와 기업에서 실증화 공정이 운용되고 있고 가스화 실증 공정은 캐나다(Enerkem), 미국(Fulcrum BioEnergy) 등에서 실증화 공정이 운용 되고 있다. 플라즈마 기술은 국제적으로 실증화 초기 연구가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재활용 기술 및 실증화는 우리나라와 글로벌 선도 국가 및 기업과 비교 시 실증화 부분에서는 차이가 발생한다. 글로벌 재활용 선도 기업들은 원료 공급과 단위 기술의 연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기적인 연계 관계가 미흡해 실증화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처리 시스템은, 배출된 폐기물을 공공과 민간에서 1차 수거 및 선별 → 2차 센터로 이동 후 펠렛 등의 중간제품 생산 → 물질 재활용, 연료화 등의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문제는 각 이동 단계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낮은 저급 물질과 분리 잔재물 등이 처리 단계에서 배제되어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즉, 소각이나 매립이나 화학 재활용으로 처리되어야 할 저급 폐기물이 비용 문제 때문에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시스템은 한 장소에 폐기물 총괄 처리 클러스터를 설치한 후 공공이 폐기물을 공급하면 선별-분리-중간제품 및 PCR 생산-저급/선별 분리물의 화학 재활용 및 소각까지의 전단계 처리 시스템으로 되어 이동 단계를 최소화하여 부가가치를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과 민간의 협업에 의한 폐기물 순환 단지 조성 및 관련 산업의 집적화에 의한 처리 시스템 연구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그림 4). 하나의 자원순환 단지 내에는 성과가 확인된 각종처리 시스템을 모듈(module)화하여 존치 시킨다. 입고되는 폐기물(원료)를 처리 단계별로 모듈화 시스템을 적용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하여 원료 입고부터 중간제품, 최종제품 생산, 에너지화 및 소각 후 발생하는 잔재물을 다시 첨가제로 활용하는 전주기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순환 단지는 공공과 민간이 계속 참여하여 그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생산 라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창(slot)을 구축하면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맺음말

ESG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관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라 할수 있겠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하에서 산학연의 협력을 통한 ‘혁신기술’ 개발로 ‘탄소중립’을 이뤄 우리나라의 화학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지속적 성장의 기회가 되고 또한 기후 문제 해결과 환경보호를 통한 인류의 밝은 미래가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