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순환'경제'의 중요성

지금까지의 자원순환 정책들은 폐기물의 감축과 재활용, 그와 관련된 규제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계는 이제 ‘순환경제’에 관심을 두려 한다. 유럽은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경제성장을 목표로 2015년 「순환경제 패키지」01를 채택하였고 이후 2050 Net-zero를 담은 그린딜(Green deal, ’19)을 발표하면서 ‘순환경제’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왜 자원순환에 ‘경제’가 붙어 있을까? 지금까지의 재활용 활동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는 하나의 경제 모델이다. 기업과 소비자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활동할 때 스스로 발전하며 돌아갈 수 있는 체계라는 뜻이다. 비닐과 신문지를 생각해보자. 둘 다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비닐은 불과 얼마 전 비닐 수거 대란이 일어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누구도 원치 않는 폐기물이다. 국가가 제도로서 예산을 들여 모으고 수거해도 순환 이용이 어렵다. 반대로 신문지는 길가에 쌓여 있으면 누군가 잽싸게 가져가서 알아서 재활용된다. 우리나라 폐지의 재활용률은 100%에 가깝다. 바로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답은 여기에 있다. 모든 폐기물이 폐지와 같이 된다면 더 이상 폐기물 문제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이 번성하고 우리 지구에 유한한 자원도 저절로 아끼게 된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바로 이러한 ‘경제성’에 그 핵심이 있다고 할 것이다.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지금까지 가치가 없다고 느꼈던 것들에 경제성을 부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기술, 시장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번성하지 못했던 산업이 스스로 일어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순환경제로의 도약에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역할과 도움이 필요하다. 가치가 없으니 투자가 안 되고, 투자를 안 하니 산업이 위축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아 부을 공공의 힘이 필요하다.

R&D |  무엇보다도 순환경제 제품에 고부가가치를 부여하고 일정 품질이 확보된 제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기술, 공정의 R&D가 필수적이다. 산업부는 2007년부터 재제조, 재자원화 등의 분야에 R&D 지원을 하고 있다. 앞으로 탄소 감축 효과도 높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유망분야에 대한 R&D 지원을 확대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 등의 재자원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R&D 지원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수요·공급 네트워크 | 순환경제는 원료-설계-생산부터 사용-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폐기물 수거·분류 업계와 재제조·재활용 업계, 완성품 제조 업계는 서로 동떨어져 있다. 알음알음으로 수요자를 찾고 원료 공급자를 찾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폐자원 확보에서부터 재생 원료 생산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공급)-대기업(수요) 간 상생협력 순환 공급망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순환경제 대·중소기업 상생 라운지」는 이와 같은 네트워킹의 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에 제1회로 시작한 이 행사는 금속 재자원화 분야 공급기업(24개 사)과 수요 대기업(19개 사)이 참여하였다. 앞으로 플라스틱 재자원화, IT 분야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상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스스로 수요-공급 네트워크 형성이 어려웠던 기업들의 다리 역할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육성 | 개별 기업의 질적 양적 성장은 산업 전체가 성장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재자원화, 재제조와 같은 순환경제 산업은 자원·에너지 절감 효과가 우수한 순환경제 핵심 산업으로 평가되나 영세한 기업규모, 한정된 산업 영역·형태 등으로 그간 성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산업부는 그동안 순환경제 기업을 대상으로 우수기술·공정 도입 등을 지원하여 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한편, IT·공유경제 등을 연계한 순환경제 신사업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화로 확장하기 위한 지원 방안도 올해 새로 마련하였다. 향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 사업화 사례를 발굴하여 산업 전반에 순환경제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해외시장 확대 | ‘재제조’와 같은 순환경제 산업은 수명 연한이 다 된 제품/부품을 다시 제조하여 신제품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그 재료가 되는 제품은 20~30년씩 사용한 것들이다. 이러한 제품은 재제조 후 성능과 품질에 문제가 없지만 오래된 모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수요처는 매우 한정적이다. 개발도상국과 같은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더 많은 수요가 확인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해외시장진출을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올해부터 해외 수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장·규제 조사, 해외 전시장 운영, 해외 바이어 네트워킹 등의 지원을 시작하였고, 앞으로 시제품 제작 및 해외 계약, 재생 원료 인증 등 더욱 많은 지원으로 해외 수출을 도울 예정이다.

소비자 인식 제고

‘재생 원료로 만든 제품은 질이 나쁘다’라거나 ‘부품은 역시 순정품’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아직 소비자들에게 순환경제 기업이나 재제조와 같은 순환 제품에 대한 인식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은 순환경제 제품의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재제조 품질인증제도’는 성능평가, 공장심사 등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가가 재제조 제품의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이다.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산업부는 지난해 품질인증 마크를 변경하고 주요 소비층을 겨냥한 다양한 형태의 온·오프라인 홍보를 시작했다. 또한 순환경제를 선도하는 우수기술·제품을 소개하고 글로벌 선도기업의 순환경제 비전·전략 등을 공유하는 「순환경제 산업대전」02을 개최하여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순환경제 기업과 제품에 마음을 여는 만큼 산업은 성장해 나갈 것이다.



제도 기반 마련

지난해 산업부는 이러한 순환경제 산업을 본격 육성·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개정(’22.4.20 시행)을 통해 ‘순환경제’를 용어 정의하고, 순환경제 활동 및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설계부터 재자원화까지 제품 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를 밑받침 삼아 순환경제 기업들이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뛰어넘어 멀리 도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부는 ‘순환경제’가 더 이상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부담이 아니라 신사업으로 기업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다.


01 “Circular economy package(’15)”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제품 생산·소비, 폐기물 발생 최소화 및 친환경 처리, 발생 폐기물의 재활용 촉진 등의 액션 플랜과 폐기물 관련 법 개정. 
02 ’21년 제1회 순환경제 산업대전 개최(105개 기업 95개 부스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