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활용전략


 

 

들어가면서

기업의 특허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기업에서 특허 활용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 내용을 먼저 정리하고자 한다. 특허권을 활용하는 유형에는 크게 3가지, 즉 특허 수익화, 특허 사업화, 특허 유동화로 나눌 수 있다. 특허 수익화는 말 그대로 특허권을 활용하여 로열티(Royalty) 수익을 창출하는 활동이다. 제3자에게 특허 실시권(License)을 허여하면서 실시료 즉, 로열티를 받는 것이다. 특허 사업화는 특허권을 제품화하여 신제품에 의한 신규 매출을 일으키는 활동이다. 기존 제품의 개량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신제품에 의한 매출을 창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특허 유동화는 최근에 활성화되고 있는 유형으로 대표적으로 2가지 방법이 있다. 즉, 특허권 자체를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는 방법과 특허권을 매각과 동시에 전용실시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소위, Sale & Leaseback01 에 의한 방법이 있다.

01 일종의 환매조건부 채권


기업에서 특허권 활용이 잘 안 되는 이유와 해법

위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특허권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 현실에서는 특허가 잘 활용되고 있지 않다. 각각의 유형별로 활용이 잘 안 되는 원인을 살펴본다.


1-1. 현상 1 - 정서적 장벽

기업 특히, 제조업을 하는 기업에서는 제3자에 로열티를 요구하는 특허 수익화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경영층에서 그러한 경우가 많은데 특허를 활용하여 제3자를 공격하고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는 활동은 자칫 잠재적 고객사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주거나 시장에서 싸움꾼으로 비쳐 평판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향후 제품 마케팅에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특허부서는 외부의 특허 공격으로부터 이를 잘 방어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특허 분쟁의 방어적 활동(무효화, 비침해, 회피 설계 등)만 하는 부서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특허를 밝히면 회사가 망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경영자들도 있다. 특허부서의 실무자조차 이러한 경영층의 우려를 이유로 아예 특허 수익화를 시도해 보지 않거나 스스로 수익화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필자가 오랫동안 근무했던 모 기업에서도 처음에는 특허 수익화 활동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특허 수익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후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특허 수익화를 추진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게 되었으며, 사업부장들도 혹시 특허 수익화할 계획이 없는지를 물어볼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

 

1-2. 해법 - 하이브리드 라이센싱(Hybrid Licensing)

이처럼 제조업체의 정서적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해법으로 하이브리드 방식의 수익화를 고려해 보기를 제안한다. 특허 수익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타사에 특허 클레임을 제기하여 특허료 수익과 같은 현금 수익과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을 통한 현물 수익을 같이 고려하는 소위 하이브리드 방식의 수익화 활동을 추진한다면 경영층의 정서적 장벽과 우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허 실무진에서도 경영층의 정서적 장벽을 핑계로 스스로 특허 수익화 활동에 소극적인 입장을 정당화시키려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방안의 일환으로 특허 수익화 활동을 추진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특허 수익화를 단지 특허료 수익 창출만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도록 수익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특허 수익화 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막연히 우려하는 것은 불필요한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2. 현상 2 - 수익화에 부적합한 특허의 유형

특허 실무를 오래 한 실무자 중에서도 권리화 과정에서 많은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특허권 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기술 자체 내용에 매몰되어 권리화하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특허 권리화 시에는 그 특허권을 가지고 특허 클레임을 제기할 때 특허침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지를 염두에 두고 권리화할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권리화 과정에서 침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특허로 권리화되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특허일 뿐이다. 특허의 강약을 논하기 전에 최소한 특허 활용에 부적합한 특허라면 그것이 수익화이든 유동화이든 활용할 수 없는 특허이며 가치 없는 특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하에서 수익화에 부적합한 특허 유형을 살펴본다.


2-1. 생산공정 특허 

예를 들면 발명자가 생산공정에 관한 중요한 개선 아이디어를 발명한 경우에 이를 어떻게 권리화하는 것이 특허 수익화에 효과적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생산공정에 관한 발명이므로 특허 실무자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산공정 그 자체를 대상으로 특허 청구 범위를 작성하게 된다.

생산공정 방법특허가 등록되고 이 권리를 경쟁사에 침해 주장하고자 할 때 과연 경쟁사가 해당 생산공 정을 실시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면 막연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쟁사 공장에 들어가 확인할 수도 없을 것이고 생산공정 자료를 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생산공정에 관한 발명을 생산공정 특허로 그대로 권리화하는 것은(공연히 경쟁사에 좋은 발명 아이디어만 공개하고) 정작 권리행사는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기업의 특허 중 상당수가 침해를 입증할 수 없는 생산공정 특허가 적지 않다. 비록 발명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으나 정작 권리행사할 수 없는 특허가 되고 만 것이 다. 이를 소위 ‘선천성 불용특허’라고 한다. 수익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침해 입증할 수 있는 특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연히 노하우만 공개하고 권리행사할 수 없는 선천성 불용특허가 될 뿐이다.

실제 사례(그림 1)를 살펴본다.




그림 1의 사례는 국가 R&D 지원 프로젝트로 연간 100억, 10년간 누적 1,000억 원이 투입된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특허권은 선천성 불용특허가 되고만 사례이다. 제조공정 하나하나를 일일이 단계별로 청구하고 있어 과연 이러한 권리의 침해 여부를(실제 침해자의 공장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침해자의 생산공장에 들어가 확인하지 않으면 침해 입증할수 없는 특허에 과연 누가,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이며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아무리 기술적으로는 우수한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이러한 생산공정 특허는 특허출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차라리 노하우로 관리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생산공정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다음의 해법을 제안한다.


2-2. 해법 - 발명 범주의 전환

생산공정의 개선과 생산설비의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생산설비에 관한 특허로 즉, 장치 특허로 권리화할 필요가 있다. 설비업체에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로열티 대신 설비의 공급가를 낮추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장치 특허는 생산공정 특허보다는 침해 입증이 훨씬 용이하기 때문에 해당 설비의 사용 매뉴얼, 수리 매뉴얼 또는 설치 매뉴얼 등을 입수하거나 생산설비 자체를 구입하여 침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는 생산공정에 의해 생산된 물건 즉, 생산물 특허로 권리화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이다. 비록 발명의 시작은 생산공정에서 출발했지만, 생산공정이 개선된 결과 생산물의 특성이나 형상이 개선되고 성능이 좋아진 경우라면(방법특허가 아니라) 물건특허로 권리화할 필요가 있으며, 특허권을 행사할 때도 생산물을 구입하여 물성을 분석하거나 형상을 확인하면 경쟁사의 침해 여부를 상대적으로 쉽게 입증할 수 있다. 생산물의 물성 개선 효과가 크면 클수록 경쟁사가 침해할 가능성이나 시장에서의 매력도는 그만큼 클 것이므로 특허의 가치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위와 같이 생산공정 발명(방법발명)을 생산설비 발명(장치발명) 또는 생산물(물건발명)로 전환하는 것을 특허 실무상 ‘발명 범주(Category)의 전환’이라고 한다.

정리하면 특허의 강약을 논하기에 앞서 최소한 ‘선천성 불용특허’로 권리화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천성 불용특허로 출원하느니 차라리 노하우로 관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생산공정 발명이 적용되면서 생산 설비의 성능이 개선되거나 제어 방식이 변경되었다면 생산설비에 관한 장치 특허로 권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생산공정의 개선으로 인해 생산된 물건의 특성이 향상되었다면 이 역시 생산물 특허로 전환하여 권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자칫 선천성 불용특허가 될 수 있는 생산공정 특허 대신 생산설비 장치 특허, 생산물 특허로 전환하면 특허 활용도와 매력도는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