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친환경 시대

이제는 친환경 시대

 

달리는 배출가스 공장,
더 깨끗해질 순 없을까


 

친환경 모빌리티를 이야기하는 여러 사업 및 정책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수소차가 오늘날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실제 상황은 어떨까?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 현황을 보면 2021년 7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 2,470만 대 중 친환경 에너지원을 활용한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는 100만 대가량으로, 전체의 4% 정도에 해당한다. 차세대 모빌리티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일상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차량은 휘발유‧경유를 사용한 내연 기관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인류의 당면 과제가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있다면 우리는 친환경 자동차 개발과 별도로 내연 기관 차량을 더욱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을 뿐, 내연 기관차의 오염 물질을 줄이려는 규제와 그에 따른 탄소 배출 저감 장치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최근의 요소수 대란 역시 이러한 규제 과학이 작동하는 현장에서 발생한 사태다. 국내 자동차에 적용되는 배출가스 규제 정책과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을 두루 살펴보자.

 

내연 기관차, 왜 환경에 치명적일까

먼저 자동차와 환경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지형을 간단한 두 질문으로 짚고 가 보자. 내연 기관차는 어떤 특징 때문에 전기‧수소차의 친환경성과 대비되는 오염의 상징이 된 걸까? 휘발유(가솔린), 등유(디젤) 등 연료에 따라 배출되는 물질과 그 해결 방식도 달라질까?

전자에 답하면, 친환경 차량과 내연 기관 차량은 동력을 얻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느냐 마느냐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전기차는 차량에 장착한 배터리를 전기 충전해서, 수소차는 연료 전지의 화학 반응을 사용해서 동력을 얻는다. 반면 내부에 설치된 고온 고압 환경의 실린더에서 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전통적 방식의 내연 기관차는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CO)‧탄화 수소(HC)‧질소 산화물(NOx)‧입자상 물질(PM)과 같은 부산물을 생성해 대기로 배출하므로 문제가 된다.

후자의 경우 어떤 연료를 쓰느냐에 따라 내연 기관(엔진)의 구동 원리가 달라지므로 가솔린차와 디젤차가 내뿜는 오염 물질도 차이가 난다고 답할 수 있다. 휘발유 엔진은 공기를 흡입할 때 휘발유를 분사해 공기와 함께 압축한 후, 실린더의 전기 스파크로 불을 붙여 팽창한다. 이와 달리 디젤 엔진은 실린더에 공기를 먼저 흡입해 압축시켜서 내부 온도를 높이고, 액체인 경유를 나중에 뿜어서 자연 발화하는 방식이다.

연료 특성만 놓고 보면 경유의 탄소 수가 휘발유의 탄소 수보다 높아 더 깨끗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구동 원리상 디젤 엔진 효율이 휘발유 엔진 효율보다 좋아 최종적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디젤 차량 쪽이 더 적다. 하지만 연료를 나중에 뿌리는 디젤 엔진 특성상 미세한 연료 방울이 미처 다 타지 못해 탄소상 입자가 배출되고, 실린더에서 생성된 다량의 질소 산화물 또한 배출되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규제 정책과 함께 변화한 배출가스 저감 기술

에너지 전환이 국제적 의제로 부상한 현재, 내연 기관차가 만들어 내는 배출가스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는 이전보다 더 시급한 사안으로 보인다. 이제껏 배출가스 저감 기술은 엔진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내연 기관에 후처리 장치를 붙이는 방식, 내연 기관에 사용되는 연료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방식 등이 다양하게 시도되어왔다. 특히 디젤차의 경우 2015년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오랜 기간 배출가스 양을 조작해 온 사실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유럽 배출가스 기준(European Emission Standard, 현재 통칭 ‘유로6’)에 따른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휘발유 엔진에 대한 대표적인 후처리 장치는 삼원 촉매 장치다. 말 그대로 촉매를 활용한 이 장치는 엔진에서 생성된 CO와 HC에 산화 반응을, NOx에 환원 반응을 일으켜 오염 물질의 90% 이상을 정화한다. 이미 오래전 기술이 확립돼 가솔린차의 환경 부담을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다. 구동 방식이 다른 디젤 엔진은 촉매 방식을 활용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CO와 HC를 줄이기 위해 DOC(디젤 산화 촉매) 장치를, PM을 줄이기 위해 DPF(디젤 매연 여과) 장치를, NOx를 줄이기 위해 SCR(선택 환원 촉매) 장치를 각각 따로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듭해 강화된 유럽 배출가스 기준은 일련의 후처리 장치 기술을 전 세계 디젤 엔진에 차례로 적용하게끔 했다.

일례로 유로6 규제 시행 후 적용된 SCR 장치는 요소수를 사용해 NOx를 줄이게끔 한 후처리 장치다. 디젤 엔진에서 생성된 각종 오염 물질은 DOC, DPF를 거쳐 SCR에 이른다. 이 장치에서 요소수가 분사되면 NOx는 요소(NH2CONH2)와 반응해 질소(N2)와 물(H2O)로 분해된다. 탄화 수소 등 다른 물질을 활용해 비슷한 효과를 내려는 연구도 일부 진행 중이나 저감 기술의 보급은 규제 정책의 변화와 궤를 나란히 한다는 점에서 상용화까지는 더욱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되는 시도들, 내연 기관의 앞날은?

이대협(2020)은 엔진 기술 고도화의 사례로 증발 잠열이 높은 물의 특성을 활용한 물 분사 시스템에 주목한다. 고온 고압 상태인 실린더 내부에 물을 분사하면 물은 높은 온도에 즉시 증발하며 내부 온도를 낮춘다. 내부 온도가 낮을수록 공기 밀도는 높아져 엔진 효율이 높아지는 데다 노킹(엔진에서 연소되지 않은 혼합 가스가 폭발하며 망치로 두드린 듯한 소리가 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유해 물질 저감 측면에서는 높은 온도에서 생성되는 NOx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탄소중립 연료(e-fuel) 개발도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fuel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생성한 수소를 다시 이산화탄소, 질소 등과 결합해 만든 액체 연료다. 물과 이산화탄소를 원료 삼아 메탄을 만들고, 그 메탄을 활용해 에탄올을 생산해 e-가솔린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이 기술은 내연 기관차에서 친환경 모빌리티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 내연 기관 업종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와 주요 자동차 기업의 이목을 끈다. 다만 현재로서는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정책 개선 및 기술혁신이 필요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전기‧수소차 혁신이라는 장밋빛 미래는 결코 단숨에 오지 않는다. 그러한 미래가 오기까지 우리는 도로 곳곳에서 배출된 편의의 결과물을 정화할 책임을 나누어진다. 더욱이 전통적 에너지원의 오염 물질 문제는 자동차를 비롯해 철도, 수송선, 비행기 등 모든 수송 수단과 관련된다. 내연 기관차를 마냥 골칫덩어리로 치부할 것이 아닌, 돌봄과 개선의 대상으로 보아야 할 이유다.


※ 참고 자료

이대협(2021), 「2030년 이후 CO2 규제 만족을 위한 e-fuel의 기술 전망」
이대협(2020), 「엔진의 출력과 열효율 증가를 위한 물분사 기술 전망」
이영재, “자동차별 환경 오염 기여도, 정확한 이해 필요하다”, 에너지플랫폼뉴스, 2018. 01. 23., http://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44020


글/맹미선 
편집자, 과학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기술학 석사 학위를 받고 의학 전문지 기자, 과학 편집자로 일했다. 잡지 '한편', '녹색평론' 등에 기고했으며 한겨레 '여성, 과학과 만나다' 연재를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