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attery에서 LG가 걸어온 길
반도체의 뒤를 이을 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이차전지, 그 중심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시장에서 K-배터리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 그 외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의 배터리 제조 회사들이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경쟁과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전지 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LG의 배터리 연구도 단기간의 노력을 통해 성과를 낸 것은 아니며, 20년 넘게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해왔다. 우리 회사는 1992년에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에 착수하였고, 그동안의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2000년에 세계 최초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다. 2009년, 전기차용 배터리가 GM 전기차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시장 형성에 탄력을 받았다. 2013년 세계 최초 미래형 배터리(stepped, curved, wire)를 개발, 2018년 세계 최초 Freeform 배터리 개발 등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쌓아오며 배터리 산업의 역사를 써내려왔다. 그리고 2020년 12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에서 지금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독립하여 배터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LG의 배터리 사업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처음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선언했을 때 성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심지어 일본의 한 기술 자문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니켈수소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한, 그리고 수많은 도전 끝에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성공했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선도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초로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에 도전하여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찾고, 고에너지 양극재 기술, 안전성 강화 분리막, Lamination & Stacking 제조 기술 등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
이차전지 산업의 사업 기회와 위협 요인
10년 전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에게 전기차란 탄소배출 페널티를 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이 크게 개선되고 전기차를 최종 소비자들이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탄소중립의 글로벌 트렌드를 봤을 때 전기 자동차 보급 속도는 계속 가속화될 것이다. EV Volumes(’21. 4)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률은 올해 약 4.8%로 예상되고,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의 30%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동차의 전동화만으로는 탄소중립 사회를 달성할 수 없다. 탄소 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이려면 전기 생산도 친환경적이어야 하며, 이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적 특성을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원인 풍력과 태양광은 전력이 꾸준히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날씨나 시간, 계절 등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성이 큰, 즉 간헐적인 특성이 있다. 그래서 전기 생산량이 많아 전기가 남을 때 저장해두었다가 전기가 모자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잔여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로봇, E-모빌리티 등 무선 전력 구동 제품이 늘어남에 따라 이차전지의 활용 분야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 등 휴대용 전자제품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배터리가 이제는 청소기부터 선풍기, 전동 공구, 가든 툴까지 실생활 속의 소형 가전에서도 ‘무선화(Codeless)’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폐기되는 배터리의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전기차용으로 수명을 다해도 일정 수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 폐기된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원재료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사업에도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차전지 산업에도 기회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국가의 자국 산업 지원 정책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의 배터리 생산 현지화가 중요해졌다. 또 배터리 산업의 급격한 성장성에 기대어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폭스바겐,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부터 차세대 전지를 둘러싼 R&D 경쟁, 수많은 신규 경쟁자들의 출현, 중국 업체들과의 수주 경쟁까지 잠시라도 방심하다가는 지금의 지위를 빼앗겨버릴 위협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K-배터리는 단순 가격 경쟁력에서 벗어나 최고의 품질과 가치를 제공하여 우리의 제품을 고객이 찾도록 하기 위해, QCD(품질 - Quality, 비용- Cost, 납기 - Delivery) 관점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리튬이온전지의 열 폭주와 같은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노트북이나 핸드폰 등 소형가전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용량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 안전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재 안전성 향상, 구조 설계의 강건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기존의 리튬이온전지가 가지고 있는 성능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전고체전지와 같은 차세대 전지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K-Battery가 확고한 1등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
정부에서도 2021년 7월 ‘K-배터리 발전 전략’에서 2030년 이차전지 매출 166조 원 달성을 목표로, 정부는 R&D·세제·금융 등을 지원하고, 국내 전지 3사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2030년까지 4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K-배터리가 1등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국내에서 탄탄히 형성되어야 한다. 최근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 정책, 불안정한 SCM망 등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탄탄한 소부장 생태계와 협력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소부장 기업을 육성하여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력을 높임으로써 K-배터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