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SNE리서치에 의하면,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는 2020년 대비 2030년에는 10배 신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2021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 상위 10개 업체는 모두 한·중·일 업체로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현재 동북아시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동북아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고, 차세대 배터리로 유망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경쟁도 뜨겁다.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개화한 전기차 시장을 고려할 때, 곧 다가올 대량 폐배터리를 위한 경제적이고도 친환경적인 처리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지난 7월에는 우리 정부가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비전 제시 및 다방면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이전 단계에서는 문제 되지 않았던 새로운 과제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식재산권 소송의 위험이 그중 하나이다. 지식재산권 분쟁은 지역과 분쟁 당사자의 범위가 다양하다. 한국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역시 한국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을 미국 법원에 제소하였다. 형태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 중국의 CATL(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1위)의 CABL(7위)에 대한 중국 푸저우 법원 특허 제소 등의 배터리 업체 간 분쟁도 있으나, VARTA Microbattery(독일 소형 배터리 업체)가 자사 특허 침해 물품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아마존 등의 소매업체 대상으로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NPE(Non-Practicing Entity, 특허관리전문회사. 한때 특허 괴물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중립적 표현으로 불린다)인 Syclone IP LLC가 소니 미국지사(Sony USA) 상대로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 특허에 대한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특허청의 ‘2019년 특허 빅데이터 기반 차세대전지 산업혁신 전략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배터리 관련 소송을 기술 분야별로 구분하였을 때 가장 많은 소송이 있었던 기술 분야는 배터리 관리(Battery Management) 55%, 그 다음이 배터리 충전 17%이다. 충전 기술도 크게 보면 배터리 관리에 포함되므로, 실질적으로는 배터리 관리 기술에 관한 소송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이다(그림 1).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분리막 기술 관련한 소송이 16%로써, 앞서 언급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에서 쟁점이 된 특허도 분리막에 관한 것이다. 최다 소송(원고)으로써는 Somaltus LLC가 배터리 관리에 관한 특허 하나로 포드, 닛산, 보쉬 등 총 14건의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Somaltus LLC는 제품 제조회사가 아닌 NPE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NPE 동향 보고서(2015년, 2020년)에서도 확인되는 바와 같이, 소송의 용이성,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여 NPE들이 전기·전자 및 IT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현황을 고려할 때, 배터리 시장이 성장할수록 배터리 관리 및 충전 기술이 NPE의 타깃이 될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배터리는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부품의 성격을 가지므로 전기차, 휴대폰 등의 배터리를 포함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후방산업 업체 및 유통 업체에 대한 소송은 배터리 업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배터리 산업 분야에서는 NPE의 위협에 대해 아직 체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한국 업체들이 NPE의 타깃이 되어 해외에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NPE 대처를 위해 동종 업계의 경쟁 업체들과도 협업하고, NPE에 의한 소송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형 NPE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 또한 시장이 커지면서 지식재산권 분쟁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배터리에 관심을 가지는 NPE들도 나타나고 있는 이상,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자체적인 분쟁 대응 능력을 갖춘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취약한데, 중소기업은 직접 피소당하지 않더라도 특허 보증 등의 계약으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배터리 관리 기술은 동일한 배터리를 채택한 제품으로부터 다른 성능을 얻을 수 있는 중요 기술이기도 하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AA 사이즈와 비슷한 소형 원통형 전지 수천 개를 사용한 전기차를 가능케 한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테슬라 모델 S 85D는 총 7,104개의 18650 배터리가 들어가고, 하나의 18650 배터리 셀은 고작 4.2V에 불과하다.

배터리 관리 기술은 폐배터리 처리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사용 연한이 지난 배터리의 처리와 관련한 산업 분야도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은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19년 기준 15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80억 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에서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는 고성능의 전기차용으로 사용할 수 없을 뿐, 다양한 제품들에는 충분히 사용 가능한 성능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 재사용이 가능한 자원이다(표 1).

일반적으로 전기차용 폐배터리는 최초 탑재 대비 70% 정도의 용량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폐배터리 수거→구분→셀 단위 분리→진단→분류→재조립→재사용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배터리 타입 및 사용 이력에 따라 매우 큰 개별 편차가 존재한다. 이런 다양한 배터리 셀로부터 경제적이면서 안전하게 재사용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력을 포함하는 재사용 배터리에 부합하는 최적화된 배터리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도 의미가 있는데, 폐기되는 배터리의 타입과 잔여 에너지에 맞는 적절한 폐기 공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알루미늄, 구리, 탄소 등의 광물 자원을 다량 포함하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모든 원료를 수입한다(그림 2).


 

폐배터리로부터 유용 광물을 경제적으로 회수하여 원료로 다시 사용하는 것은 지정학적 문제로 인한 가격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을 가지므로 이러한 사정에선 한국 배터리 업체에 필요하기도 하다. 유럽연합은 2030년부터 배터리 원료의 일정량을 재활용 원료로 하도록 규제할 예정이고, 세계 각국에서도 비슷한 의무가 업체에 지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용 폐배터리가 재사용 시장으로 넘어가면, 당장 폐배터리 재활용 물량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분야에서 현재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K-배터리 발전 전략’에서도 배터리 재활용을 과제로 포함한 만큼 산·학·연·관의 협력으로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