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암은 가장 무서운 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800만 명 이상이 암으로 진단을 받으며, 95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8년에 암 유병자가 200만 명을 넘었으며, 8만 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하였다. 주위에서 암 치료와 투병의 어려움에 대해 쉽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암은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병이며, 누구나 자신과 주변에도 생길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최근 암 조기발견을 위한 진단의 확대, 표적치료, 면역치료 등 치료 방법, 항암제 등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암은 가장 치료가 어려운 질병으로 암 정복의 갈 길은 멀다. 이러한 암 정복의 최전선에는 개인의 유전정보, 진료 임상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하여 환자의 특성에 맞는 적합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 기술이 있다. 특히, 표적치료나 면역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암유전체를 분석하여 해당 종양이 가진 특성을 파악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암유전체 진단이 중요하다. 암유전체 진단 기술을 혁신하여 사업화한 CancerSCAN 제품으로 2021년 17주 차 IR52장영실상을 수상한 지니너스㈜(이하 지니너스)의 기술혁신 성공사례를 살펴본다.
암유전체 진단 솔루션 CancerSCAN
지니너스가 2020년 5월 출시한 CancerSCAN은 개인 맞춤 치료를 위한 암유전체 진단 솔루션이다. 자체 개발한 생물정보분석(Bioinformatics) 알고리즘과 1만 5,000건 이상의 한국인 임상-유전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암유전체를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며 관련 임상 데이터 및 유전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CancerSCAN은 DNA 및 RNA를 모두 분석하여 광범위한 진단이 가능하고, 암세포의 변이 분석을 통해 최적의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선별할 수 있으며, 환자의 임상 및 유전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에 대한 예후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2003년 인간 유전체가 처음으로 분석된 이후 유전체 분석기술의 발전과 활용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을 활용하여 한 번의 검사로 여러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유전체 진단이 효과적인 항암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암 치료를 향상시키기 위해 2017년부터 NGS 유전체분석법을 건강보험 급여로 확대했으며, 항암제의 발전과 맞물려 암유전체 진단에 대한 임상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해 지니너스는 2014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산하 유전체 연구소에서 기술개발을 시작하여 2018년 분사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분사 전부터 수년간 NGS 유전체분석 기술개발과 검증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병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양한 임상 경험이 반영된 암유전체 진단 기술을 사업화하여 CancerSCAN을 출시하였다.
CancerSCAN은 2020년 국내외 병원 및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여, 국내 유수 병원은 물론, 일본 등 해외 병원에도 공급하였다. 2019년 매출액은 약 13억 원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38억 원, 2021년에 는 약 8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예상한다. CancerSCAN은 암 치료의 길잡이로 활용되어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밀 의료 분야의 선도 제품으로서 우수한 기술과 독자 솔루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CancerSCAN은 원스톱, 올인원 솔루션으로 NGS 분석을 활용한 유전체 분석 전 과정을 자동화하여 병원에 솔루션 형태로 제공되며 병원 의료 정보시스템과 연동이 된다. CancerSCAN은 조직 샘플에 대한 NGS 분석을 통해 암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하는 기반기술, 생산된 유전체 정보에서 변이를 검출하고 해석하는 소프트웨어/알고리즘,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생물 정보 분석(Bioinformatics) 기술, 그리고 임상과 유전체 진단 데이터를 통합 관리, 활용하는 시스템이 핵심요소이다.
하이테크 분사 창업을 통한 기술혁신 사업화
지니너스의 CancerSCAN 기술사업화 성공사례는 산업/기술 특성과 분사 창업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CancerSCAN은 정밀 의료 분야 하이테크 제품으로 첨단 기술과 전문적 경험이 융합된 제품이며, 고객은 전문성이 매우 강하고 요구 사항이 엄격한 B2B 의료계이다. 분사 창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스타트업의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전략적 자원과 역량의 활용, 린스타트업 고객/제품개발 과정이 두드러진다.
CancerSCAN은 하이테크 분사 창업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의 기술역량 확보, 선도 고객과 임상 협력을 통한 개발, 그리고 벤처의 성장을 고려한 모듈 구조의 제품개발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사례로 분사 창업하는 하이테크 벤처의 기술사업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도자의 기술혁신 이점 -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데이터/기술 축적, 우수인력 이전
분사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모회사로부터 얼마나 우수한 전략적 자원과 역량을 이전받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하이테크 분사 창업인 경우 핵심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 축적되어 있는지와 핵심인력이 분사에 참여하느냐가 초기 사업화에 결정적이다.
지니너스의 CancerSCAN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년간 연구개발한 암유전체 관련 기술을 이전받았다. NGS 분석기술과 변이 검출 알고리즘 등의 핵심기술과 특허, 임상 논문 등은 CancerSCAN의 핵심요소다. 또한, 분사 전 개발한 10,000건 이상의 암유전체 분석 데이터와 임상 적용 데이터는 다른 기업이나 후발주자가 확보하기 쉽지 않은 전략적 자산으로 선도자의 이점을 제공해주었다.
한편, 모회사에서 분사 창업하는 경우 외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큰 도전과제이다. 특히 연구기관이나 대학교에서 스핀오프 하는 경우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제품/기술개발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주로 연구개발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창업팀 입장에서는 제품/기술 개발에 집중하다 보면 고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CancerSCAN 사례는 병원 내 연구소에서 분사 창업하여 삼성서울병원이 선도고객이 되고 레퍼런스를 만들어 준 경우이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핵심 인력이 분사 창업에 참여해 삼성서울병원과 관계를 유지하며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은 기술혁신 과정에 선순환으로 작용한다. 특히, 병원이라는 전문 고객과 사용자 환경을 이해하고 임상 적용을 하며 제품개발을 하는 것은 독립벤처에 비해서 매우 유리한 강점으로 작용했다.
임상(고객 검증)과 연계된 연구개발 – 깊은 고객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성 강한 선도고객과 협력 개발
지니너스의 CancerSCAN은 수년간 다수의 임상 데이터 분석 경험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확보하고 필요에 맞는 정확한 진단 결과를 제공한다.
CancerSCAN은 2014년부터 분사 창업 전 삼성서울병원 산하 유전체연구소에서 기술개발이 시작되었다. 연구개발팀은 임상에서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및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사람은 물론 이거니와, 검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진단을 내려야 하는 병리과 전문의, 실제 환자에게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를 하는 임상 전문의들과 반복적인 논의 및 이슈 해결을 통해 임상 현장의 니즈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지속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적은 양의 검체에서 높은 검출률을 확보할 수 있는 노하우와 최적화된 데이터의 생산 프로토콜, FFPE(Formalin Fixed Paraffin Embedded: 포르말린 파라핀 보관 처리) 검체에서의 위양성 변이 제거 알고리즘 등 혁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CancerSCAN 연구개발자들은 분사 창업 전부터 질병과 환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용자(임상의사) 니즈에 명확한 연구개발을 통해 단순 데이터가 아니라 임상과 결합된 진단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개발 시작부터 끝까지 가장 중요시 생각한 것은 임상의 니즈를 지속해서 듣는 것이 결과적으로 중간 산출물에 대한 검증이나, 개발 이후 업그레이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다.
임상과 연계된 연구개발을 하는 데 있어서 삼성서울병원은 선도고객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다. 까다로운 고객 입장에서 주요한 요구사항을 입력해주고 검증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업계에서 명망이 높은 선도고객으로서 외부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레퍼런스 역할을 해주었다. 삼성서울병원과 이러한 임상 협력은 지금도 지속하고 있으며 다른 고객, 기관과도 공동연구 등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모듈라 솔루션 구조로 다양한 고객 요구에 신속, 효율적으로 대응
제품/기술개발 시 통합된 구조로 할 것인지, 모듈라 구조로 할 것인지 아키텍처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통합구조로 초기 고객과 제품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고객 및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 변경 가능성을 고려해서 개발할 것인가는 벤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창업팀에게 매우 중요한 선택이다.
지니너스의 CancerSCAN은 모듈라 구조로 병원의 정밀진단 파이프라인 단계별 요구사항에 따라 NGS 검사실 구축 및 운영, 임상의사 맞춤 서비스, 연구자 맞춤 서비스 등을 구성, 제공해 줄 수 있다. 또한, 모듈라 아키텍처를 통해 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과 자유로운 연동 및 타사 솔루션과 호환이 가능하며 암유전체 진단 전과정의 자동화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모듈라 아키텍처를 통해 고객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줌으로써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CancerSCAN은 제품 개발 방향을 정할 때 어떤 특정 기능에 기반하여 산출물을 정의하지 않고, 검체의 입고부터 결과지의 리포트까지가 시스템 수준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개발하되, 각 부분을 철저히 모듈화하여 병원 임상의 니즈에 맞게 수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모듈라 아키텍처의 선택은 분사 창업 이후에 삼성서울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 진입할 때 유용하였다. 병원은 각기 다른 의사결정 체계와 요구 조건이 있는데, CancerSCAN은 다양한 요구사항에 모듈별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정밀 의료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향해
지니너스는 CancerSCAN의 기술사업화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3년 차의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2021년 6월에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우수 등급인 ‘AA’와 ‘A’를 획득하며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일본,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 그리고 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 정밀 진단을 가능케 하는 정밀 의료 기술개발을 위해 유전체 분석기술, 데이터, 인공지능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 사업 분야도 암유전체 분석에서 질병 관리 유전체 빅데이터 플랫폼, 더 나아가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글로벌 제약회사 등과 협업을 통해 임상-유전체 통합 정보를 활용한 글로벌 탑 10 바이오인포매틱스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니너스가 국내 선도자의 이점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플랫폼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사업성과와 목적을 양 날개로 구성원들이 스스로 동기 부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인류의 건강을 위해 지속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글/변남석 파트너(사내기업가정신과 신사업전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