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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유기농 마트에는 옥상온실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작물을 직접 판매하고, 암스테르담의 호텔에서는 옥상온실과 건물 간에 에너지, 물, CO2를 주고받는 지속가능성이 구현되고 있다. 늘어나는 세계 인구와 도시 집중화 현상에 따른 식량 공급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이 선진국의 대도시 위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구글, 아마존과 같은 다국적 대기업이 식물공장 업체에 투자를 진행 중이고, 빌 게이츠는 ‘녹색 혁명’을 외치며 미래농업을 위한 미국 최대의 농부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지하철역에 식물공장이 속속 들어서고, 스마트팜과 가전제품을 결합한 가정용 재배기도 등장하고 있다. 마켓컬리, 쿠팡프레시 같은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도 코로나 시대에 맞춰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도시농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신선한 농산물을 바로 공급한다는 점이 떠오르지만, 에너지 측면에서의 장점도 매우 크다. 도시의 높은 온도와 CO2 농도 조건에서 작물 재배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수송, 저장 과정을 대폭 생략하여 푸드마일(food miles)과 콜드체인 손실(cold chain loss)을 줄일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도시농업의 확산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옥상온실’에 주목하였다. 건물의 유휴공간인 옥상에 온실을 설치함으로써 건물에서 버려지는 열과 CO2를 작물 재배에 이용하고, 스마트팜 제어 및 운전 최적화를 통하여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하고자 하였다. 해외와는 달리 도시에서 저렴하면서도 빈 공간을 찾기 힘든 국내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유휴공간인 옥상을 농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옥상온실이 학교, 병원, 공공시설에 설치되면 교육, 치유, 체험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며, 도시 내에서 작물 재배를 위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기계연구원 스마트팜 연구팀은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건물과 에너지 교환을 하는 ‘에너지 통합형 옥상온실’을 추구하고 있고, 이를 와이즈팜이라 명명 하였다. 와이즈팜의 W.I.S.E.는 Waste-free(W), Intelligent(I), Sustainable(S), Energy-efficient(E) 를 뜻한다. 폐양액 배출을 없애는 양액 재순환 기술,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온실 제어 기술, 지속가능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기술, 분산발전의 폐 에너지를 활용하는 효율 극대화 기술 등 기계연구원의 환경/에너지 분야 핵심 요소기술들을 모두 포함하였다. 즉, 와이즈팜은 기존의 스마트팜에 환경 및 에너지 최적화를 더한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팜을 의미한다.



Intelligent(I) 옥상온실로 인한 건물 에너지 절감효과를 정량화, 최적화하기 위하여 상용 건물 에너지 해석 소프트웨어 TRNSYS를 사용하여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 분석하였다. 미국 DOE에서 제시하는 3층 사무용 표준건물을 대상으로 계산한 결과 건물의 연간 냉난방 부하가 20% 이상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효과에 따른 옥상층의 난방에너지 절감은 당연한 결과이고, 작물의 증산 작용과 환기/스크린 운전 최적화에 따라 냉방에너지 절감도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온실의 설치 부터 작물의 소비까지 도시농업 전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성을 평가하는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를 실시한 결과 35% 이상의 CO2 배출량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LCA 분석 결과는 올해 2월 환경 분야 JCR 10%(국제 저명 저널 상위 10%) 이내인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게재되었다.

Energy-efficient(E) 전력 피크 해소 및 블랙아웃의 대책으로 분산발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건물에서의 열 수요가 부족하여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다. 옥상온실은 건물에서 연중 다양한 열부하를 창출할 수 있으며, 배기가스를 이용한 온실 내부 CO추가 공급도 가능하므로 분산발전의 효용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분산전원으로 사용되는 기존의 발전기에서는 CO, NOx 등 유해 배출물이 많이 발생하고, 이를 바로 온실로 공급하면 작물과 작업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배출물 저감 기술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도시 건물 내부에 암모니아가 주성분인 요소수 탱크를 설치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기존의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배출 저감 기술이 요구되며, 본 연구에서는 dual O2 센서와 NOx 센서 기반의 독자적인 DECT(De_Emission Control Technology) 기술을 개발하여 가스 발전기의 유해 배출물 농도를 모두 10ppm 이하로 저감하였다. 개발된 65kWe급 엔진은 34.4%의 높은 효율을 달성하였고, 온실 배열 활용을 포함한 종합 효율은 목표로 삼았던 80%를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Waste-free(W) 옥상온실에서는 수경재배가 기본이므로 폐양액이 발생하는데, 이를 배출하지 않고 재순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양액 재순환 기술이 요구된다. 세라믹 막 여과, UV 살균, 마이크로버블 세정 기술을 결합하여 원수 수준의 탁도를 확보하고, 99.9% 이상의 살균효율을 달성한 양액 재순환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Sustainable(S) 도시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폐기물인 커피 찌꺼기를 연료화하고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급속열분해를 통하여 커피 찌꺼기로부터 바이오 오일을 생산하고 있으나 점도가 높고 불순물이 많아 연료 최적화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폐스티로폼 바이오오일과 혼합하여 예열이 필요없고 상 분리가 발생하지 않는 우수한 특성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였고, 그 결과 불완전 연소 현상을 억제할 수 있었다.

개발된 요소기술의 성능을 검증하고, 에너지 통합 시스템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용 옥상온실을 기계연구원 내 5층 건물에 증축하였다. 총 186m2 규모의 에너지 통합형 옥상온실로 이 분야 세계 최초이자 최고 수준인 스페인 UAB 대학교를 능가하는 연구시설을 구축하였다. 앞서 설명한 가스 발전기 외 가스 히트펌프와 가스 보일러가 같이 설치되어 온실 내부 환경에 맞게 에너지원을 선택적으로 운영 중이며, 축열조와 FCU(Fan Coil Unit)를 이용하여 온실의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측창/천창 및 배기팬 제어를 통한 강제환기 기술, 엔진 배가스를 이용한 탄산시비 기술, 파장변동형 QD-LED를 이용한 신개념 보광 기술 등 독자 개발한 핵심 기술 들이 스마트팜 환경/에너지 통합 제어 시스템을 통하여 옥상온실 와이즈팜에서 구현되고 있다.

와이즈팜은 연구 개발을 주목적으로 구축되었으나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계연구원 패밀리 기업인 쉘파스페이스는 와이즈팜에서 개발한 재배용 QD-LED 기술로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또한 사내동호회 참여, 작물 나눔 행사 등 직원 복지용으로도 활용 중이며, 연구원의 대표 견학 코스로 자리매김하였고, TV, 잡지 등 많은 홍보 실적도 올리고 있어 옥상온실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가 연구원 내에서 실현되고 있다.

와이즈팜 과제의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산업부 에너지 수요관리 R&D 신규사업인 ‘다중 분산자원 기반 에너지 자립형 도시농업 건물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2021~2025, 정부출연금 320억 원)를 수주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 과제는 냉방을 추가한 다중 분산발전, 도시 맞춤형 스마트팜, 건물-스마트팜 통합 EMS, 도시농업 표준 건축모델 개발을 목표로 업무용/상업용 2개 건물에 에너지 통합형 옥상온실을 실증할 계획이다. 주관기관인 기계연구원을 포함하여 에너지기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 등 4개의 정부출연연구소가 참여하고 있으며, 기계/에너지/건축/농업/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산학연 17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관련 법/제도 개정및 인증제 신설도 추진될 예정이며, 과제가 종료되는 2025년에는 미래 도시농업의 새로운 건축모델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