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발굴과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기업은 본질적으로 성장을 추구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추구하는 것이 본질적인 숙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뉴노멀과 디지털 전환,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하는 급변의 2021년 한가운데서 신사업을 탐색하기 위해 경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또한 투자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제품수명 주기는 짧아짐에 따라 신사업 성과 도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되며, 다수의 기업은 자체 내부 역량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투자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리스크는 최소화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신사업 발굴을 위해 시도하거나 고려해 볼 수 있는 개방형 혁신의 구체적인 형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기 표 1에 신사업/신제품 개발을 위해 기업이 취할 수 있는 개방형 R&D 모델의 형태를 정리하였다.
또한 개방형 혁신은 산업별로도 다양한 양상의 모델이 존재한다. 제품수명 주기에 따라 성숙 산업에서는 벤처를 인수하거나 벤처에 투자하는 형태가 많고, 신생 산업에서는 기업 간 컨소시엄 또는 사용자 혁신 형태의 개방형 혁신이 이루어진다. 제품의 가치사슬에 따라 소비재 산업일 경우 외부의 다양한 기술 및 제품 아이디어를 탐색하거나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자본재 산업에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객 기업과 자본재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형태의 개방형 혁신이 많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도 개방형 혁신의 적용 모델은 달라진다. 기술력과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벤처기업의 지분매수, 제휴, 합작과 같은 외부 경영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이 주효하며, 각종 자원이 빈약한 중소기업은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나 조직을 외부 파트너로부터 조달하는 기술 구매나 위탁/공동 연구의 형태로 외부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혁신을 이루고 신사업을 성공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의 개방형 혁신 추진 현황
2020년 중소기업 기술통계조사 보고서(중기부, 2020)에 따르면, 2019년 R&D를 수행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추진 방법으로는 『자체(단독) 개발』 (86.9%), 『외부와 공동(위탁)개발』(10.3%), 『국내외 기술도입』(2.8%)의 순인 것으로 나타나, 외부와의 협력보다는 자체 개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부 공동(위탁)개발을 수행한 경우의 협력파트너로는 『국공립 연구기관』(37.9%), 『대학』(26.4%), 『중소기업』(16.6%), 『중견기업』(13.0%), 『민간연구기관』(9.1%), 『대기업』(6.4%) 순으로 공공기술을 활용한 비중이 민간 기업을 활용한 비중보다 더 높았다(복수 응답). 협력파트너에 대한 만족도 역시 대학>국공립연구기관>중견기업>중소기업 순으로 공공 기술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산학연 협력과제의 경우 R&D 예산 10억 원당 국내외 특허 산출지수가 비협력과제보다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국회예산정책처, 2019). 이처럼 공공부문과의 R&D 협력 시 성과가 높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외부와의 R&D 협력 비중 자체가 낮은 것은 중소기업은 외부 기술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 다. 중소기업은 수요처이자 구매자인 대기업과 달리 민간(기업)으로부터의 기술도입에 어려움이 있고, 중소기업의 한정된 자원으로는 적합한 공공기술 및 연구자 정보에 대한 탐색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혁신 소스로써 활용할 외부 기술의 원천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민간(기업)으로 부터의 기술도입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만큼 만족도 및 성과가 높은 공공기술을 혁신의 원천으로 삼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책, 즉 시장 수요 기반의 정부 R&D 정책이나 사업화 성과 제고를 위한 각종 후속 지원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방형 혁신의 중심축: 산학연 COLLABO
다음 단계는 중소기업이 개방형 혁신의 중심축으로써 활용해야 할 대학·공공연구소와의 R&D 협력을 어떻게 진행해야 원하는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볼 차례이다.
공공기술을 혁신의 원천으로 하는 개방형 혁신의 모델은 기술이전 모델, 산학연협력 모델, 삼중나선 모델,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 co-creation 모델 등으로 다양하다. 기술이전 모델은 기술공급자(연구계)에서 수요자(산업계)로의 한 방향 전달이며, 그 외 다른 모델들은 쌍방향의 소통을 전제로 하되 기술 수요자-공급자에 정부나 수요처의 역할이 추가된다. 이 모델들은 개방형 혁신 개념이 도입된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각 주체 중심이었으며, 최근에는 기술의 최종 수요처 니즈에 기반한 R&D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왔다. 즉, 기술공급자(연구계)에서 기술수요자(산업계) 로의 한 방향 선형구조인 이어달리기 중심 R&D 협력 모델에서 점차 연구계-산업계-정부 간의 삼중나선, 또는 민간-공공 간 파트너십, 또는 삼중나선에 기술 수요자의 역할과 개입 시기가 강조된 공동창출(cocreation) 등의 함께 달리기 중심 R&D 협력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는 주체 단독의 노력으로는 성공적인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며, 특히 공공기술의 경우 수요 기업이 원하는 기술 수준과 제품화까지의 간극이 크므로 이를 좁히기 위한 시험·검증 단계를 거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부 기술탐색의 원천: 공공 IP 공급 플랫폼
이제 기업이 신사업/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R&D를 협업할 공공연구기관/연구자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에 대한 솔루션을 구해보려 한다.
보통 기업이 외부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는 크게 4단계를 거친다. 즉, 기업 내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명확히 도출하는 단계(Want), 필요 기술을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찾는 단계(Find), 가장 적합한 외부 기술을 찾아 계약을 체결하여 획득하는 단계(Get), 획득한 기술을 신제품 개발 등에 활용하고 관리하는 단계(Manage)를 거친다(LG Business Insight, 2011).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필요 기술을 정의하고 확보해야 할 기술의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Want 단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는 기업 내부에서 원하는 기술이 명확해야 외부 기술 중 어떤 것을 활용하고 버릴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고 같은 기술이라 할지라도 내부에서 도출한 필요 기술과의 부합 정도에 따라 신제품이나 신사업 개발에의 활용도와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외부 연구자를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필요 기술을 탐색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이나 역량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정부에서 개설한 기술거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술거래 플랫폼의 종류 및 특징은 표 2에 정리한 바와 같다.
이와 같은 플랫폼 이외에, 2019년에 중소벤처기업 에서 출범하여 수요자-공급자 간 네트워킹을 주목 적으로 하는 『i-CON(innovation-Communication Open Network)』이 있다. 또한 특허청 산하의 한국특허전략개발원에서는 대학·공공연과 기업 간 폐쇄형 네트워크인 『신사업연구회』를 통해 중소기업의 외부 기술협력 소싱 및 기술도입, 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대학·공공연과 기업 간 기술상담회를 운영하고 기업별 전담 전문위원에 의한 기업 맞춤형 기술 매칭 및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적극적인 협력의 자세로
정부는 R&D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술(IP)을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각종 정책 및 지원사업을 R&D 단계부터 상용화, 금융지원까지 사업화 전 주기에 걸쳐 부처별 특성에 맞게 기획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기술정보가 필요하다면 각종 플랫폼을 이용하고, 연구자를 만나보고 싶다면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보도록 하자.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