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분야의 특징
항공우주 분야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표현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특성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소품종 소량생산, 고비용 장기투자, 첨단기술과 연결되어 있고, 일단 산업화에 성공하면 고부가가치와 시장지배적 지위의 매력을 함께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 규모가 크고, 기초기술에 장기간 많은 투자를 통해 첨단기술을 보유한 주요 선진국들이 항공우주산업을 선도하여 왔다.
우리나라는 항공우주 분야에 후발 진입국으로서, 그동안 추격전략을 구사하여 일정 부분 역량을 확보하게 되었으나, 세계 6위인 항공 운송산업을 제외하고, 제조 산업 전반으로 보면 아직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도, 우리나라 특유의 근성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 KF-X의 성공적인 제작, 우주발사체의 독자 개발, 위성기술의 선진국 수준 진입 등 항공우주 분야에서 도약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갖추어 가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시대적으로는, 최근 들어 항공우주 분야에 새로운 전환기가 시작되었다. 항공 분야에서는 항공 기술과 자동차 기술을 접목한 3차원의 개인 이동수단 개념이 검토되고 있는데, 전기추진이나 자율주행, 정밀항법 등 주변 기술의 발전으로 안전성과 효율성이 크게 좋아지면서 현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주 분야는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 제프 베이 조스 같은 괴짜 사업가들이 뛰어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판도를 형성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부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과감히 도전한 것이다. 항공 분야와 우주 분야를 각각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항공산업의 새로운 바람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여겨졌던 드론에서 시작된 소형 비행체는 제조기업들의 자체적인 기술혁신 및 주변 기술과의 접목으로 점차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촬영, 정찰 및 감시, 소방, 물류배송, 스마트 영농 등 드론은 이미 우리의 실생활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의 이동수단으로서의 역할에 큰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트렌드는 초연결·초지능·초실감 ICT 기술과 연계하여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19년 12월에 수립된 국토부의 ‘제3차 항공정책 기본 계획’은 5개의 전략목표에 총 30개의 추진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선도가 추진 과제 중 하나를 차지한다. 주로 도심형 항공교통(UAM) 도입을 위한 시스템 및 제도 구축, 실용화를 위한 공역 확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20년 12월에는 국토부, 산업부, 산학연 등이 모인 K-UAM 정책공동체 ‘UAM Team Korea’가 발족되었다. ’21년 3월에는 산업부도 ‘제3차 항공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UAM 미래 핵심기술의 단계적 확보를 내용으로 담았고, 같은 달에 국토부, 산업부 등이 중심이 되는 범부처 ‘K-UAM 기술로드맵’이 확정되었다.
우주 분야의 트렌드 변화 – 뉴 스페이스
21세기 들어 우주 분야에서의 변화는 매우 급진적이다. 당초 우주개발은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들고, 장기간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하며, 수익은 기대할 수 없는 분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각국의 정부가 주도해서 추진하여 왔고, 우주개발의 목적도 과학적 호기심 충족과 국민의 자긍심 고취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위성을 통한 정찰 활동이 매우 효과적이고, 상대국과의 영역 분쟁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우주개발의 군사적 활용 가치를 높이게 되었고, 점차 위성에 탑재하는 탑재체의 종류가 다양화되면서 공공목적, 상업적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우주개발은 큰 폭으로 신장되었다.
위성을 활용하는 분야가 정찰, 상대국 감시에서 기상, 방송, 통신, 항법, 농작물 작황, 해양, 환경 모니터링 등으로 다양화되고, 이러한 분야들은 사업을 통한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체들의 우주 참여가 활발해지게 되었고, 우주개발은 이제 정부 주도 일변도에서 민간의 참여 확대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
기업체의 우주 참여는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데, 그동안 정부 주도 우주개발은 경제성보다는 기술의 신뢰성, 안전성에 비중을 두다 보니, 과감한 신기술 도입보다는 전통적으로 성공한 기술을 계속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기업체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혁신적인 기술도입, 재사용·부품의 모듈화 등 경제성 있는 개발 방식의 과감한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기업체 주도의 우주개발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시작했는데, 초소형 위성을 지구상공에 수백 개, 수천 개 띄워서 우주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구상하거나, 달 및 다른 행성의 자원을 채굴해서 한계에 다다른 지구자원을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거나, 우주 관광상품을 출시해 저렴한 가격에 우주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사업들이 발표, 시작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사는 ’20년 7월 분석에서, 글로벌 우주 경제 규모가 현재 $3천 5백억에서 ’40년에는 $1조를 상회하는 정도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18년 5월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및 ’21 년 3월 동 계획 수정본, ’18년 12월 대한민국 우주산업 전략 수립을 통해, 초소형 위성의 공공수요 발굴이나 우주자원·에너지 활용기술 검토, 우주 산업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 현황 및 전망
현재 우리의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은 영세한 상태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19년 기준 항공산업의 생산 규모는 $60.3억로 세계시장 점유율 0.8% 정도에 불과하고,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의 우주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19년도 우주 경제(산업과 정부 모두 포함) 규모는 약 $32억로 세계 우주 경제 대비 0.9%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에는 강점을 갖게 된다. UAM은 우리가 확보한 항공기술, 로터기술에 더해 우리가 강점이 있는 자동차, 전자, IC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관 산업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 우주 분야도 한화, KAI, LIG 넥스원 등 민간 항공우주 기업들이 그간 축적한 항공, 방산 기술력을 기반으로 뉴스페이스를 전면에서 이끌 준비를 하고 있으며, 많은 젊은이들이 벤처, 스타트업을 설립해서 초소형 위성, 소형발사체 개발, 위성 데이터 활용사업 등을 만들어 가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우리나라 기업들 특유의 기동력과 근성은 항공우주 분야의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