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일론 머스크의 발사체 혁명

2010년 청문회에서 닐 암스트롱은 민간 기업에 우주 발사체를 맡기는 것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NASA는 민간의 우주개발 참여에 강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스페이스엑스(SpaceX) 는 보란 듯이 팰컨9 발사에 성공하였고, 2012년에는 민간 최초로 우주정거장에 우주선을 보내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야말로 우주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전유물이었던 우주개발이 민간 주도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고성능 구현이 유일한 목표였던 과거와 달리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한 민간 주도의 저비용 우주 서비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2019년 팰컨 헤비(Falcon Heavy)의 발사체 회수 장면은 그동안 우주에 관해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조차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일론 머스크의 ‘미친 도전’에 영감을 받은 수많은 사람이 경쟁하듯 우주에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11일에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첫 민간 우주 관광 비행에 성공했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는 이 기념비적인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자기가 더 대단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뒤끝이 있는 말을 남겨 위대한 경영자는 질투심이 많다는 속설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한편 그동안 비용만 들고 실적은 없다며 우주를 외면했던 벤처 캐피탈의 돈이 우주 스타트업에 쏟아지고 있다.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 그 의미와 앞으로의 숙제

처음 나로호에 도전할 때 많은 사람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러시아산 발사체에 한국이 편승한 것에 불과하다는 일각에서의 평가절하와 두 번의 발사 실패는 가슴 아팠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들 덕분에 나로호는 국내 발사체 독자개발을 위한 기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나로호라는 디딤돌을 딛고 일어서 누리호 발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50년이 넘는 기술 격차를 가지고 발사체 사업에 뛰어들고 어언 20여 년 만에 이루는 쾌거다.


하지만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여도 아직 상업성 확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누리호를 통해 이룬 발사체 기술 자립을 이어나가 발전시키려면 발사체의 민간 이전을 통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발사체 시장에 발을 내디딘 해외 선진국들은 민간업체가 우주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면서 발사 서비스의 획기적인 저가화를 이끌고 있다. 뉴 스페이스의 메카인 미국은 이미 발사체 시장의 주역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일본도 상업화는 아직 초기 단계이나 정부로부터 체계 기술을 이관받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발사체 운용 자동화 등 다양한 기술 혁신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은 이러한 발사체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에 일찍부터 주목하여 발사체 기술을 민간기업에 단계적으로 이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의 기술 이관 및 안정적인 수요 보장에 힘입어 선진국의 발사체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그 결과 전 세계 발사체 시장은 선진국의 몇몇 선도기업 중심의 경쟁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이들은 기업 특유의 신속한 추진력과 사업적 창의력을 살려 3D 프린팅 등 비용 절감 기술 및 전기를 이용한 차세대 추진 기술 등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발사체 기술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 선진국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다른 중진국들은 우선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소형발사체를 중심으로 민간 영역에 투자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발사체 산업화는 위성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과제

국내 우주산업 정책의 우선순위는 우주 사업 밸류 체인에서 가장 우리 현실에 가까운 위성 사업에 치우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발사체를 뒤로 미뤄두고 위성 분야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과연 우리가 선진국 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해외 선도국가들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우주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국산 발사체 사업역량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위성 시장에 진입할 때 경쟁사들의 발사 인프라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모델이 불안정해진다. 발사체 산업은 그 자체의 경제성뿐 아니라 자유로운 우주로의 접근 및 산업 전반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활성화해야 하는 산업이다.

 

심우주 탐사 시대에 앞서 국내 발사체 산업 역량 확보해야

미국과 중국이 우주탐사를 놓고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부분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과거 냉전이 그랬듯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양국 나아가 전 세계의 우주탐사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우방국들과의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2024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미국이 달 착륙에 성공하면 달에 대한 세계적 열풍이 불며 각국의 탐사 분야 투자를 촉진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며, 이미 각국 정부들은 우주개발 투자 규모를 증액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되면 세계 각국이 대형 프로젝트를 내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탐사 레이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성숙한 독자 기술은 기본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꾸준하고 빈번한 탐사 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 및 발사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 과거의 우주 탐사가 다녀온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에베레스트산 등산이라면 미래의 우주 탐사는 탐험과 개척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대항해 시대의 신대륙 발견을 닮았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민간 탐험가들이 대항해 시대를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미래 탐사 시장도 정부가 기술 선구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기업이 활발하게 산업 생태계를 채워나가야 우주 경쟁의 시대에 우리 몫을 주장할 수 있는 발사체, 나아가 탐사 강국이 될 수 있다.

스페이스엑스와 버진 갤럭틱이 준비하고 있는 우주 관광은 결국 달 궤도를 여행하는 수준까지 스케일이 확대될 것이며, 이들이 축적한 노하우는 관광 상품을 뛰어넘어 상업용 탐사를 위한 기술적 기반이 될것이다. 활발해진 우주 탐사는 보다 넓은 범위의 다양한 유인 활동을 위한 기술적 요구로 이어져 통신, 에너지, 우주 태양광 등 다양한 혁신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활발하고 다양한 탐사 시도를 위한 민간 주도의 발사체 산업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며, 해외 기업에 뒤지지 않는 대표 우주기업들도 생겨나야 한다.

 

우주 강국 실현을 위한 민관 협력관계 강화가 시급

괴짜 혁명가 일론 머스크를 모르는 사람은 찾기 어렵지만 정작 그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NASA의 숨겨진 노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스페이스엑스의 첫 발사체인 팰컨1은 사실상 NASA와 공동개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당시 사용된 엔진은 NASA에서 저비용/재사용을 목표로 개발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탄생한 ‘FASTRAC’이라는 엔진을 개량한 것이다. 만일 NASA가 파산 직전에 몰린 일론 머스크에게 2조 원($1.6B)이나 되는 우주정거장 수송 계약을 선물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이스엑스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여 우주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2029년 아포피스 탐사와 2030년 달 착륙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표되었고, 항공. 국방. 우주 분야로 흩어져 있는 연구 전략을 하나로 모으려는 시도 역시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도전적인 기술 목표를 세워 앞으로 나아가고, 기업은 튼튼한 산업 생태계를 다져 정부의 목표를 뒷받침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형태의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이후 다양한 위성을 탑재해 매년 최소 1회 고흥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 기술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높이고 참여한 업체들의 기술력을 키워 산업화, 나아가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후속 발사체 개발사업에서는 항우연의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함과 동시에 누리호의 성능및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발사 인프라 증설, 관련 법률의 개정, 국내 공공 수요를 통한 발사 성공 실적 확보, 미국 등 선진국과의 고정밀 발사 임무 공동 참여 등 민관이 협력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발사체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며

누리호가 최종 성공하면 미국 대비 기술격차가 기존의 17년에서 10년 이내로 좁혀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우주 개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뛰어난 정밀 기술력도 강점이다. 우주에 열정을 품은 젊은이들과 도전적인 스타트업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점이다. 올해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더 많은 우주 미래 인재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발사체는 우주로 뻗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 인프라 산업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누리호 발사가 예정되어 있는 올해 2021년이 우주 발사체 강국의 원년이 되기를, 그리고 앞으로 누리호를 통해 우주를 꿈꾸게 될 청년들과 기업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로 우리나라 발사체 산업이 크게 발전하게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