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우주 스타트업 전성시대

바야흐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다. 정부의 우주 정책이나 자금지원과는 별도로 기업이 자기 자본을 갖고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를 하는 세상이다. 특히,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뉴 스페이스의 굵직한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인터넷, 우주빅데이터, 우주자원채굴, 우주여행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기업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스페이스X(SpaceX), 블루오리진(Blue Origin), 버진 갤럭틱 (Virgin Galatic) 등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SpaceTech Industry 2021 Landscape Overview'에 따르면, 이들 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우주기업의 가치총액은 4조 달러를 돌파했고, 2030년에는 10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인터넷은 현재 50만 건 예약을 받았는데, 월 사용료가 99달러로 연간 매출은 인터넷 사용료만 5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얼마 전 버진 갤럭틱은 공중발사 방식으로 지상 86km에서 4분간의 우주 무중력 체험 관광을 개시한 데 이어, 블루오리진은 재사용 로켓을 이용하여 100km 상공까지 비행하였다.

숫자에서도 우주산업의 발전이 나타난다. 2011년 부터 2020년 사이에 발사된 인공위성의 수는 연평균 280기였지만, 2030년까지는 연간 1,000기의 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의 가치가 수조 원을 넘어서는 일이 예사롭지 않은 시대가 됐다. 오래전부터 우주사업을 일군 사람들에겐 놀랍고도 흥분되는 세상이다. 단기간에 천문학적 기업 가치를 만들어낸 기업들은 성공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뉴 스페이스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컨택,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액이지만 시중 자본이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되었고, 올해에는 100억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몇 차례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대기업의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도 발생하였다. 대규모 투자의 출현은 국내 우주 시장이 커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우수한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기업가치평가도 높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뉴 스페이스 생태계를 이끄는 스타트업

우리나라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의 시작은 20여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국내 최초 위성 우리별 1·2·3호를 제작한 개발인력이 소형위성 세트 렉아이㈜를 창업하였다. 국내에서는 소형 위성 완제품을 유일하게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다. 그리고 2004년 창업한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는 저궤도 위성 통신용 안테나와 게이트웨이 등 지상 장비를 제조·판매한다.

이후, 많은 우주기업들이 생겨났지만, 대부분 정부의 우주개발사업이나 자금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사이 창업한 기업들은 독자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보통 우주산업은 위성과 발사체를 제작하여 발사하는 업스트림(upstream)과 위성영상을 활용하거나 통신을 서비스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구분한다. 스타트업들은 업스트림에서 위성체, 발사체, 지상국 분야에서 활동 중이고, 다운스트림에서는 위성 활용과 과학연구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위성체 제작에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드림 스페이스월드, 우주로테크가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위성 페이로드 및 서브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한 기당 비용이 낮은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운용하여 공공서비스 시장에 주력한다. 해양 모태펀드 1호 기업으로 포스코기술투자, 케이런벤처스, 비엔케이벤처투자, 수림창업투자, 티인베스트먼트,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35억 원을 투자받았다. 드림스페이스월드는 소형 위성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21년 큐브위성 발사 성능시험을 통한 검증을 완료하여 자세제어 시스템용 제품을 대량 생산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우주로테크는 임무가 종료된 초소형 인공위성의 폐기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공위성의 벽면에 소형 추진기관을 부탁하여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저렴하게 폐기하도록 유도한다는 아이디어다.

발사체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 로스페이스는 시장의 관심이 가장 높은 우주 분야 스타트업이다. 이노스페이스는 고체로켓과 액체 로켓의 장점을 조합하여 50kg급 나노위성 발사체 (ICARUS-N)를 비롯해 150kg급의 마이크로위성 발사체(ICARUS-M), 500kg급의 미니위성 발사체 (ICARUS-S)를 단계적으로 개발하여 위성 발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KDBC-FP 테크넥스트의 3억 원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19년도 Pre-A와 2020 년 Series A 투자유치에 성공하였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초소형 우주 발사체 블루웨일 1호를 개발 중이다. 블루웨일 1호의 핵심인 초소형 엔진 마젠타(Magenta) 5P는 극저온 탄화수소를 연료로 쓰는 추력 5t급 액체연료 엔진으로, 2022년 내 호주 서던론치가 호주 남부 해안에 짓고 있는 Whalers Way Orbital Launch Complex에서 시험 발사 계획이다. 2019년 Series A 투자 유치(삼성벤처투자, LB인베 스트먼트 등) 이후 2020년 130억 규모 Series B 투자를 유치(산업은행, LB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하였다.

컨텍은 한 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우주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현재 제주에 우주 지상 장비를 설치하고 위성 데이터 수신·처리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2021년 7월 120억 Series B 투자 유치(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기업은행)를 하였다. 2022년까지 유럽, 북미, 남미, 중동, 동남아 등 해외 주요 지점에 추가로 컨텍의 우주 지상국을 설치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위성 활용 분야 스타트업인 에스아이에이(SI analytics)는 인공지능(AI) 기반 위성·항공 영상 분석 전문기업이다. 세트렉아이㈜ 자회사로 출발하여 위성영상분석 소프트웨어 제품 판매와 AI 성능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 20억 규모의 Series A 투자(메디치인베스트먼트)를 유치하였고, 2021년 100억 Series B 투자 유치(메디치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를 마무리하였다.

끝으로 아이언웍스는 우주탐사를 위한 소형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블라블라는 하중 5kg을 들고 카메라나 로봇팔 등 모듈을 장착하여 비용 대비 성능을 높이고 있다. 극한의 우주 환경뿐 아니라, 재난 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우주 스타트업이 당면한 과제

우주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애로사항을 해결해야 할까? 2021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실시한 '국내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 현황과 정책수요 조사'에 따르면, 우주 스타트업은 성장단계별로 상이하나, 다음 세 가지가 공통된 당면과제로 부각된다.

첫째, 민간투자자의 미흡한 우주기업 인식 제고를 통해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투자유치와 생태계 구축을 희망하고 있다. 우주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자금 확보에 애로를 겪기보다는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 절하와 우주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자의 시각(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에 대한 실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NET와 NEP 등 신기술 인증 획득 시 평가위원의 이해도 부족을 절감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와 흐름을 감안할 때 인증까지 수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둘째, 국내외 판로개척과 관련된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타 산업분야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지원· 연구과제 중심의 기업 운영으로 인해 사업체계 구축과 매니지먼트 영역에서의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국 제품을 우선하고 있어 판로개척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 수요를 매칭하여 고객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공공기관의 역할을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주에 뛰어든 스타트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긴요하다. 우주산업은 개발 시간과 개발을 하는 데 들이는 자본이 다른 기술보다도 더 많다. 정기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 초기부터 시장에 나오는 때까지 5년 이상 걸릴 수 있으며 높은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우주 분야 특성을 반영한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