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청명한 하늘이 반갑다. 눈조차 뜰 수없을 만큼 강렬한 햇살도 간혹 불어오는 바람도 고맙다. 도심의 불쾌한 소음과 거대한 빌딩 사이를 꽉 채운 건조한 공기 속에서 사는 삶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지만, 주어진 삶을 또 열심히 사는 이유는 꿀맛 같은 휴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이 되면 산으로, 바다로,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씨엔 전국에 숨겨진 계곡 맛집을 찾아 떠난다. 매번 새로운 곳을 갈 때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라움과 감동을 하곤 한다. 두 발로 걷고 또 걸으면서 숲속의 나무와 인사를 하기도 하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춤을 추는 듯한 장면을 마주하기도 하고,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구름을 만나기도 한다. 걷는 행위 하나만으로 잊고 지냈던 소소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작은 용기만 있다면 언제든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몸과 마음 지치기 쉬운 요즘 우리에겐 작지만 소중한 휴식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자연을 즐기며 산길을 걷는 행위를 트레킹(trekking)이라고 하는데, 트레킹이라는 용어는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우마차를 타고 집단이주를 하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전문 산악인들이 개발한 네팔의 히말라야 등 거친 산악길이 일반에게 공개되면서 트레킹이라는 용어로 정착했다. 하루 도보거리는 15~20km이며 현재는 산 정상을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산의 경치나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걷는 행위로 통용되고 있다.
하이킹(hiking)은 심신의 단련과 수양을 목적으로 해변이나 산야로 도보여행을 하는 일을 가리키는데 유럽에서는 18세기경부터 하이킹과 워킹이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었으나 19세기 후반부터는 워킹(walking)이 유행하면서 두 가지 뜻으로 나뉘게 되었다. 일상에서 교외로 떠나는 나들이나 산책에서부터 가벼운 옷차림이나 장비를 가지고 가벼운 등산 등 야외활동을 하이킹이라고 통상적으로 칭하고 있다. 요즘은 자전거를 이용하여 즐기는 것을 하이킹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의미와 뜻은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걷는 것이다. 이러한 야외활동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선 장소와 상황 그리고 날씨와 주변 환경에 따른 옷차림, 신발, 장비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슬기롭게 즐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 노하우와 팁을 소개한다.
1. 건강한 체력이 필수
우리는 보통 걷는 것 자체를 가볍게 여길수 있다. 하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장거리를 걷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거나 가파른 언덕이나 내리막 길을 만나게 되면 급격하게 체력에 문제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 체력이 없다면 주기적으로 거리를 늘리면서 걷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몸에 맞지 않는 배낭은 무릎과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또한 배낭을 메고 걷는 연습을 해도 좋다. 트레킹 시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걸을 때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줄 등산 스틱은 필수다.
2. 나에게 맞는 코스 선정하기
장거리를 걷기 위한 체력이 준비되었다면 이제 나에게 맞는 트레일 코스를 선정해야 한다. 첫 장거리 코스는 되도록 난이도가 낮은 코스를 선정하여 완주할 수 있도록 하자. 트레일 코스를 선택할 때에는 고도 차이가 심하지 않은 곳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거리는 10~12km 정도가 적당하다. 차츰 난이도를 높여 완주를 목표로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코스를 완주하는 성취감은 꽤 짜릿할 것이다.
3. 트레킹 시즌을 고려하자
초보자에게 겨울은 되도록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추위라는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장마 시즌에는 갑자기 불어난 물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언제나 떠나기 직전에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일정을 바꾸거나 심지어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악천후 속에서 고립되는 것보다는 낫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임을 잊지 말자.
4. 레이어링 하기
옷은 제2의 안전장비이다. 트레킹 중 흐르는 땀을 흡수하고 열을 방출할 수 있는 기능성 의류는 필수. 필요에 따라 레이어를 걸치거나 입도록 하자. 반드시 기억할 것은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입어야 한다는 것. 반대로 땀이 나는 경우에는 좀더 천천히 걷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몸에 열을 식혀야 한다.
* 레이어링 팁
˙ 베이스 레이어는 메리노울과 같은 울소재로 준비한다.
˙ 미드 레이어는 젖어도 빠르게 마르는 경량 소재나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 울 소재 티셔츠가 적당하다.
˙ 보온 레이어는 환경에 따라 다운이나 합성소재 재킷이 적당하다. 다운은 보다 가볍고 보온효과가 뛰어나고 합성소재는 습기에 강하다.
˙ 쉘 레이어는 방수 효과가 탁월하며 통기성이 좋은 재킷을 선택한다.
5. 기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
˙ 트레킹 전날은 충분한 수면을 통해 컨디션을 유지하자.
˙ 살갗이 쓸리면 물집이 잡히기 전에 처치하자.
˙ 산 속에서 수분 부족으로 인한 탈수 현상은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으니 물을 충분히 그리고 자주 마시자. 식수가 없으면 흐르는 물을 무턱대고 마셨다간 탈이 날 수 있으니 정수 타블렛을 준비 한다.
˙ 진통제, 반창고, 소염제, 지사제. 항히스타민 크림이나 스프레이, 압박붕대 등의 상비약을 준비하여 위급 시 사용하자. 탈수방지약은 미리 준비해두면 좋다.
˙ 견과류, 육포, 치즈, 양갱 등과 같이 열량이 높은 행동식을 준비하여 휴식을 취할 때 섭취하자.
이제 문밖으로 나설 준비를 하자. 무엇보다 꼭 정상을 완주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자. 오늘이 안 되면 다음에 도전하면 된다. 당신은 이미 트레일 코스를 정했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오른 것과 같다. 꼭 산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 어디든지 떠나보자. 한 걸음 내디디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해보자. 경험은 소중하고 추억은 영원한 것이니.
글/김환기 고아웃 코리아 매거진 편집장
평소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을 좋아하여 WALKRADIO라는 타이틀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새로운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며 경험한 노하우를 매거진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덕업일치의 삶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