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강연


 


 

제53회 산기협 조찬 세미나가 지난 3월 11일에 열렸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인 CES2021에 등장한 AI기술과 제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비대면 시대, 버추얼 컨퍼런스로 진행된 CES

올해 CES2021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열렸다. 예년보다 전반적으로 규모는 줄었지만, 167개국에서 1,943개 기업이 전시에 참여 했고 8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이번 강연에 서는 CES2021의 기술적 핵심 이슈 가운데 AI기술과 제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면에서 CES2021에 등장한 가장 큰 혁신 사례는 버추얼 컨퍼런스를 무탈하게 진행한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한 이번 CES에서는 ‘팀즈’와 ‘파워플랫폼’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개발 도구와 챗봇 등이 동원되었다. 영어를 여러 국가 언어로 전환 하는 동시통역 서비스도 이루어졌다. ‘영-한 번역’은 여전히 미흡한 점이 보였지만, 이 서비스에 AI기술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이크 로소프트에서 제일 자부심을 지닌 AI기술 역시 자동 통역 시스템이다.

주요 행사인 키노트 세션에는 버라이즌, GM, AMD, 베스트바이, 마스터카드, 마이크로소프트, 미디어링크, 월마트 등 8개 기업이 참여했다. 올해 키노트 세션에 빈번하게 등장한 키워드는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로 등장한 ‘ESG’,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였다. 사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혁신기업은 대부분 자체 컨퍼런스를 진행하며, 그 자리에서 신기술을 발표한다. 이로 인해 CES2021에서는 신기술보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B2C 제품에 주력하는 면이 있다. 대기업의 주요 발표에는 의외로 AI와 밀접한 기술이나 제품이 많지는 않았다. 스타트업들도 기존보다 흥미로운 제품군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AMD는 데스크톱 못지않게 노트북도 훌륭한 기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인텔의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기 위한 세 가지 기술군으로 ‘도로경험관리’, ‘매핑기술’, ‘신뢰민감안전’ 등을 소개하면서, 2025년에 라이다 SoC(System on Chip)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플랫폼인 ‘알렉사’ 에이전트를 커스터마이징해 자체 소프트웨어에 탑재할 수 있는 ‘알렉사 커스텀 어시스턴트’를 발표했다. 다양한 기능의 멀티 에이전트가 서로 협의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AI에이전트 시대에 들어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AI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용 인터페이스에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사용했다.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하이퍼스크린 오토모티브는 141cm 크기의 운전석 인터페이스에 AI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기능이 등장하면서각 자동차 기업은 대시보드 디자인 경쟁에 들어갔다.

LG전자에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래아(Reah) 를 발표했다. 버추얼 휴먼은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데모용으로 선보인 바 있고, 이번 CES2021에서는 엔비디아 등 게임엔진 회사들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버추얼 휴먼을 제작하는 기능을 소개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온라인상에서 마주치는 대상이 실존하는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LG전자의 특정 목적을 지닌 AI알고리즘을 적용한 알파9을 통해 장면 타입을 분석, 조정해서 더욱더 화면을 선명하게 만들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TV 프로세스에도 AI 기능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번에 혁신상을 받은 신티언트의 NDP120은 최종 단말에 사용할 수 있는 AI칩으로, 에코 제어와 빔 형성, 잡음 제거, 음성 향상 및 화자 인식, 이벤트 탐지 등에 응용할 수 있다. TV 외에도 데스크톱, 모바일, 노트북 등 다양한 엣지 디바이스에 AI칩이 탑재될 텐데, AI칩의 면면이 상당히 다르므로 국책과제로 진행 중인 AI프로세스 프로젝트에서 어떤 부분에 주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덴마크의 오티콘은 심층신경망(DNN) 기술을 활용해 기존보다 30% 이상 소리 인식을 향상한 오티콘 모어(Oticon More)를 선보였다. 음성 이해 수준을 15% 향상했을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1,200만 개의 소리를 학습해 뇌가 인지하는 대다수 소리를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고 혁신상을 받은 보이시트(Voiceitt)는 뇌성마비와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혹은 질환의 후유증 등으로 발성이 어려워진 이들의 음성패턴을 AI기술을 통해 파악해 문장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처럼 헬스케어나 의료장비 분야에서 AI기술 활용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제트봇(ZetBot)90 AI+’라는 이름의 로봇 청소기의 스마트 개체 인식 기능을 소개했다. 이제까지는 지도가 주어진 장소만 잘 찾아다녔지만, 앞으로는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작은 물체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장소 매핑 기술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입생로랑이 립스틱 세 개를 장착해 그날 착장과 화장에 걸맞은 립스틱 컬러를 새롭게 조합해 주는 스마트 립스틱 기기 ‘루즈 쉬르 므쥐르(Rouge Sur Mesure)’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변함없이 AI 펫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기존 소셜 로봇의 실패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단순한 명령어 소통을 넘어선 감정적인 애착이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스마트 로봇시장을 개척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