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R&D 01


 


 

3월 22일(현지시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주간지 ‘타임(TME)’이 특수한 디지털 표지(Cover)를 선보였다. 타임지는 “3종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잡지 커버를 경매에 내놨다. 3월 24일 오후 8시까지 경매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임이 이번에 선보인 NFT 잡지 표지는 1966년 4월 8일 자 커버인 ‘신은 죽었나(Is God Dead)’와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진실은 죽었나 (Is Truth Dead)’, ‘법정화폐는 죽었나(Is Fiat Dead)’ 3종이다. 1966년 ‘신은 죽었나’란 표지의 타임지가 출간되자 큰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97%가 ‘신을 믿는다’고 답했던 시기였기 때문이 다. 독자 3,421명이 항의 서한을 보냈고, 격렬한 토론과 논쟁이 벌어졌다. ‘진실은 죽었나’ 표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7년 4월 3일 출간된 버전이다. 새롭게 선보인 ‘법정화폐는 죽었나’를 제작한 타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D.W. 파인(Pine)은 “일반 독자에게는 이 표제가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NFT 세상’도 일반인들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NFT가 뜬다

NFT란 하나의 토큰(특정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 응용 서비스에서만 사용하는 암호화폐)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만든 암호화폐다. 암호화폐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구현되는 ‘ERC-721’ 표준을 활용해 NFT를 만들 수 있다. 2017년 블록체인 기반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가 ERC-721 방식으로 만들 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가상 고양이(디지털 이미지) 의 생김새가 모두 달랐다.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각각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고양이를 키우는 형식이었다. 희소성 때문에 고양이 한 마리가 1억 원이 넘는 금액에 팔리기도 했다.

NFT는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며 다시 주목받는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지난 2006년 트위터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내 트위터를 막 셋업 중이다(just setting up my twitter)”라고 트윗했다. 이 문장은 트위터 서비스의 첫 트윗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잭 도시의 첫 트윗은 ‘트위터 회사 역사’에서나 기록될 수있는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잭 도시의 첫 트윗을 “사겠다”라는 사람들이 나타 났다. 그들은 디지털(온라인, 인터넷)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 고흐의 그림이나 사용했던 피아노 등은 사고팔 수도 있고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천문학적 금액에 거래되기도 하는 데, 왜 ‘디지털’로 존재하는 재화(지적재산권)는 사고팔 수 없을까란 문제의식이었다. 처음으로 올린 트윗은 밸류어블스바이센트(v.cent.co)라는 NFT 거래 플랫폼에서 이달 9일 경매에 부쳐져 최고 입찰가 250만 달러(약 28억 1,700만 원)를 기록했다. 시나 테스타비란 사업가가 이 트윗을 사게 되면 이 트윗은 주인이 잭도시에서 테스타비로 바뀐다. 잭 도시는 이 금액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이자 캐나다의 가수 그라임스(Grimes)는 본인이 만든 그림, 뮤직비디오 등 10편의 디지털 예술품을 판매해 약 600만 달러의 소득을 올렸다. 심지어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사이트 크리스티 (Christie)는 NFT로 만든 디지털 아트를 경매에 올리기도 했다. 비플(Beeple)이라는 디지털 아티스트가 만든 이 작품은 100달러에 경매를 시작, 3월 11일(현지시 간) 6억 9,300만 달러에 최종 낙찰됐다. 이 금액은 디지털 아트로서는 역대 최고가다. 프란시스 드 고야 등 유명 미술가들의 원본 그림과 비슷한 수준이다. NTF를 활용하면 희소성, 유일성을 부여하고 특정인의 소유권도 보장할 수 있다. 디지털 미술 작품, 수집품에 NFT 를 접목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이자 억만장자인 마크 큐반(Mark Cuban)과 유명 벤처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도 NFT 투자에 나섰다.

 

NFT와 블록체인

NFT,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주목받는 것일까? NFT란 디지털 콘텐츠를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만든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란 좁게는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비디오, 음악 같은 예술작품, 넓게는 게시글이나 밈(meme,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이미지나 영상 등 콘텐츠)도 포함한다. NFT의 개념은 2017년 이더리움 기반의 디지털 수집품 프로젝트인 크립토펑스(CryptoPunks)에서 시작됐다. 이후 희귀 고양이 캐릭터를 만들어 거래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화제가 되면서 NFT의 개념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NFT의 ‘대체 불가능성’은 거래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실제 화폐처럼 서로 거래하고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있으나, NFT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위조도 어렵게 되어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기존 암호 화폐들을 NFT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FT(Fungible Token, 대체 가능 토큰)라고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콘텐츠가 NFT화되면 그 자산은 갤러리에서 거래되는 그림처럼 이 세상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된다. 해당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단 한 명뿐이며, NFT의 암호화된 정보를 통해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즉 우리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고 복사, 붙여넣기 하는 소위 ‘짤방’들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처럼 될 수 있는 것이다.

NFT의 기반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생성된 온라인 이미지나 영상, 음원 등 ‘디지털 재화’에 적용, “지적재산권을 서로 투명하게 사고팔 수 있게 하자”란 해결 방법이 나타났다.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가 ‘사이버 머니’를 넘어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NFT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이지만, 시장은 2020년부터 급격히 성장했다. NFT 시장 정보 사이트 논펀저블닷컴(NonFungible.com)과 BNP파 리바의 라틀리에(L’Atelier BNP Paribas)에 따르면 NFT 시장 규모는 3억 3,800만 달러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2018년 그 규모가 4,100만 달러였던 것을 생각하면 2년 사이 1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NFT를 특히 눈여겨보고 있는 이들은 디지털 아티스트들이다. 그동안 디지털 아티스트들은 예술품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인쇄본이나 문구류, 의류, 음반 등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했다. 실존하는 물건 형태로 만들어야 사람들이 그들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 비디오, 음원 등은 예술가들의 포트폴리오나 카탈로그 같은 역할만 할 뿐이다. 관람객은 마음대로 이를 저장할 수도 있고, 심지어 무단으로 복제할 수도 있다. 무단으로 복제하는 경우는 저작권법의 처벌을 받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저작권을 등록하거나 증명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복잡한 법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NFT가 대중화되고 예술을 거래하는 수단으로서 자리 잡으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NFT 안의 정보가 예술품의 소유 사실과 소유권을 명시하기 때문에, 디지털 아트를 굳이 물리적인 상품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저작권 문제도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다.

 

NFT, 메타버스 경제의 기반 되나

NFT는 메타버스(Metaverse) 경제 시스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와 우주 등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이용해 단순히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활동을 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투자, 보상받을 수 있는 세계다. 디지털 세상이 현실과 연계되는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 의상, 게임 아이템, 아바타룸 인테리어 소품 등도 가상의 물건 이상이 된다. 예를 들어, 포트나이트에서 구입한 아바타 의상을 로블록스라는 게임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식이다. 이때 NFT를 이용할 수 있다. NFT가 일상화가 되면 유저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만든 디지털 상품을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거래할 것이다. 마치 현실 공간에서 한정판 제품을 만들고 구매하듯 NFT 로 유일성이 증명된, 내 소유권이 명시된다면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유명세만큼 논란과 투자 위험도 있다. 현재 암호 화폐 자체의 가격 변동성이 크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2017년과 2018년 사이에는 여러 암호 화폐 스타트업들의 무분별한 가상 화폐 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s)로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입기도 했다. 디지털 수집품의 투자 가치문제도 있다. NFT화된 제품의 투자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투자자들이 해당 디지털 수집품의 가치를 느끼고 이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가치가 떨어질 위험도 있다. 예를 들면 10년 전 게임 아이템을 한정 판으로 구매했는데, 10년 후에는 비슷한 성능의 아이템이 많이 나와서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