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개념
2018년 개봉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배경인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Oasis)가 현실로 다가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오아시스는 등장인물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접속하여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이다. 이 영화는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 들며 경계 없이 활동하는 등 메타버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 의 합성어로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01.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 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유래되었으며, 컴퓨터 기술로 구현한 3차원의 상상 공간으로 묘사하였다. 이후 2007년 미국의 기술 연구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 로드맵」을 통해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가 융합되는 현상으로 보고, 이전의 가상세계에서 좀 더 진보된 개념으로 메타버스를 정의하였다. ASF는 메타버스의 유형을 증강(Augmentation)과 시뮬레이션(Simulation) 축, 외적(External)과 내적(Intimate) 요소의 축을 바탕으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라이프 로깅 (Life logging), 거울 세계(Mirror Worlds), 가상세계 (Virtual Worlds) 등 4가지 범주로 분류하였다.
01 김상균(2020), 「메타버스」, p.23
증강현실은 이용자의 일상적인 물리적 환경 위에 네트워크화된 정보를 부가하는 인터페이스와 시스템의 사용을 통해 현실 세계를 확장하는 기술로서 대표적인 예로 게임 포켓몬고를 들 수 있다. 라이프 로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캡처, 저장하고 묘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대표적이다. 거울 세계는 구글 어스(Google Earth)와 같이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사하듯이 만들어낸 것을 말하며, 가상세계는 컴퓨터 기반의 3D로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이용자 간, 이용자와 가상 객체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뜻한다. 현재 메타버스는 유형별로 분리되기보다는 증강현실, 라이프 로깅, 미러 월드, 가상세계가 융합되어 유형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메타버스 이용자 특성 및 산업동향
코로나19 장기화로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Ontact) 문화가 자리잡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엄과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였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 스마트기기에 익숙하고, 특히 Z세대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멀티 페르소나’의 특성을 보이며 ‘본캐’와 ‘부캐’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대이다. 이러한 이용자 특성은 자신을 아바타로 구현하여 가상의 공간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의 가치를 더욱 이끌었다. 현재 메타버스의 대표적 사례로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제페토 등을들 수 있다.
먼저 로블록스는 레고 모양의 아바타와 함께 가상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 플랫폼이다. 현재 로블록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1억 8,000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에서 67%는 16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블록스 플랫폼에는 클라이언트, 스튜디오, 클라우드로 구성되어 있다. 클라이언트에서는 이용자가 게임도 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그룹을 만들어 소통하기도 한다. 스튜디오에서는 이용자들이 개발자가 되어 제공되는 Tool을 이용해 직접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게임은 클라우드를 통해 모바일, PC,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로블록스의 가상화폐인 ‘로벅스(Robux)’를 통해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는 추후 개발자 환전(DevEX) 프로그램을 통해 환금이 가능하다.
포트나이트는 전 세계 이용자 수가 3억 5,000만 명이 넘는 배틀로열 게임이다.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가상공간인 파티로열 모드 때문이다. 2020년 4월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캇은 파티로열 모드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공연 당시 1,230만 명이 동시 접속하였으며, 공연 관련 수익은 2,00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콘서트 이후 트래비스 스캇의 음원 이용률이 25% 상승하였으며, 트래비스 스캇의 아바타가 착용하고 있던 나이키 신발도 인기를 끌었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해 9월 BTS도 신곡 ‘다이너마이트 (Dynamite)’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파티로열 모드에 처음 공개하였다. 이용자의 아바타는 BTS 뮤직 비디오를 감상하고 함께 안무를 따라 추기도 하였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제트에서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18년 8월에 출시된 제페토는 AI·AR·3D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맞춤형 3D 아바타를 활용해 즐기는 소셜 플랫폼이다. 카메라로 이용자의 얼굴을 촬영하면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자와 닮은 아바타를 생성해주는데, 이후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현재 제페토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2억 명을 넘어섰고, 이 중 약 80%가 10대이다.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GUCCI, NIKE 등도 제페토와 협업하여 마케팅하고 있다. 또한 국내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인 빅히트, SM, JYP, YG 등도 제페토에 적극적 으로 투자하며 소속 아티스트들의 공연 및 팬 미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제페토가 주목받는 이유는 아바타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이용 자들은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여 판매할 수 있다. 아바타의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 하여 판매하거나 내가 꾸민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테마별 가상공 간인 제페토 월드에서 다른 이용자들을 만나 소통하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공통점은 인앱(inapp) 결제 시스템이다. 로블록스는 ‘로벅스’, 포트나이트는 ‘V-buck’, 제페토의 ‘zem’ 등의 자체 재화를 사용하여 결제 및 보상하고 있다. 플랫폼의 재화는 각각의 시스템에 따라 환전이 가능하여 가상세계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콘텐츠 산업의 과제
최근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대학 입학식, 신입사원 연수 등도 메타버스로 진행되었다. 또한, 가상부동산, 선거 운동, 야구단 출정식 등 사회 및 경제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닌텐도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아바타를 통해 선거 유세를 펼쳤다. 또한 한화이글스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출정식을 개최하였다. 가상부동산 거래 사이트인 ‘EARTH2’는 지구를 그대로 복제하여 가상세계에서 지구의 부동산을 판매하는데,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과 함께 가상세계의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활용 영역은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서비스가 상용 화되면서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교육, 헬스케어, 커머스, 광고 등으로 활용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시장의 초기 단계에서 메타버스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활용할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용자 기반으로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는 만큼 이용자 수 확보를 위해 보다 차별화되는 콘텐츠와 새로운 가치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메타버스에 적용될 수 있는 법·제도 및 윤리적 문제 해결 등의 논의도 필요하다. 이용자들이 생성하는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문제부터 아바타를 이용한 성범죄 및 사기 등 불법행위, 아바타에 대한 인격권 부여 등의 이슈가 존재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인 만큼 무작정 규제하는 것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진흥 정책과 더불어 이용자 보호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