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에 적용된 지능정보기술
우리는 여러 분야의 기술이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이 창조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지능정보기술(Intelligent Information Technology)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지능정보기술은 데이터 활용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모바일(Mobile)에 인공지능(AI)이 결합한 것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전달하여 수집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그 의미를 분석하는 기술01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서비스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산업 전반의 혁신을 유발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도 데이터 머신러닝을 통해 고차원적 사고 및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주고 자원과 서비스 프로세스의 최적화를 가져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밀의료와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진단 보조 솔루션은 스마트 병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기술 혁신에 따른 서비스 모델의 변화로 인해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치료제 역시 예방과 관리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이 변함에 따라 그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01 관계부처 합동(2016. 12. 27.),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정밀의료 서비스의 시장 가능성
먼저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란 다양한 요인과 질병의 생물학적 근거를 파악하여 질병과 예후를 통합함으로써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02. 기존 치료가 질병 중심에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정밀의료 서비스는 개인별 맞춤화된 의료적 처치를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유전체 정보, 건강기록 정보, 실시간 생체정보, 외부 환경 정보 등 개인과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함으로써 임상 결과의 개선과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생명공학정 책연구센터는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이 2017년 474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1,00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정밀의료를 미래 의료산업의 핵심으로 삼고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국내 기업의 시장 창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밀의료 병원 정보시스템(P-HIS) 개발사업, AI 정밀의료솔루션(닥터앤서2.0) 개발사업,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 등을 수행하여, 의료기관과 혁신 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해 ICT/SW기업들이 겪고 있던 데이터 구축과 활용에 대한 장애요인을 해결하여 혁신적인 정밀의료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02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8. 10),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 현황 및 전망, 「Bio-INdustry」, no.131(2018-10).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은 진료, 진료 지원, 원무, 보험, 모바일 EMR, 질환 분석 등 병원 운영을 위한 모든 업무에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국내 기업인 이지케어텍(ezcaretech)은 예약부터 퇴원까지의 모든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 (BESTCare)’와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이 가능한 ‘엣지앤넥스트(EDGE&NEXT)’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은 구축 기간이 짧고 품질 유지 및 관리가 용이하며, 병원 규모별로 모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 사용한 만큼 비용이 과금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정부가 개발을 추진한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도 클라우드 기반이다. 고려대학교 의료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관과 ICT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개발한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03)은 의료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외래진료, 입원진료, 원무 업무 등이 표준 모듈 단위로 개발되었 다. 정부가 2017년부터 5년간 약 200억 원을 투자하여 개발한 것으로, 2020년 12월 23일, 고대의료원 안암병원 도입을 시작으로 타 병원으로의 보급·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며, 해외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03 post, personalized, precision-Hospital Information System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과 더불어 정밀의료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인공지능 기반 진단 보조 솔루션도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2027년 의료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약 995억 달러로 2019년 48억 달러 규모에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은 X-ray, CT 등 의료 영상을 분석하여 진단을 보조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제이엘케이인스펙션(JLK), 뷰노(VUNO) 등이 대표적인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이다. 제이엘케이인스펙션은 뇌경색·전립선암 진단 솔루션 등 질환별 보조 솔루션 및 ‘AIHuB’ 플랫폼을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다. ‘AIHuB’ 플랫폼은 MRI, CT 등 8종의 영상 데이터를 이용해 14개 신체 부위의 37가지 질병에 대한 진단 보조를 제공하는 올인원 플랫폼(All In One Platform)이다. 뷰노도 뼈, 흉부, 뇌, 안저 등 X-ray, CT 영상을 분석하여 진단을 보조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데이터 축적의 효율성을 향상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분석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하여 축적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라고 할수 있다. 의료 영상 이미지를 딥러닝시키기 위해서는 판독과정이 필요하다. 영상 판독을 데이터화하기 위해서는 영상을 보며 녹음한 판독 내용을 문서로 기록 하고 다시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AI 기반 의료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딥ASR(VUNO MedDeepASR)’은 자체 개발 딥러닝 엔진 뷰노넷(VUNO Net)을 기반으로 대량의 판독 음성을 실시간으로 문서화하여 업무 효율성을 향상해준다. 최근 아마존도 의료 데이터 관련 서비스인 헬스레이크(Amazon HealthLake)를 오픈했다. 다양한 형태로 산재하여 있는 의료 데이터를 자동으로 표준화하여 이용 기관끼리 공유하고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로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 서비스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
정부도 정밀의료 사업의 하나로 다양한 의료 데이 터의 연계 및 분석이 가능한 인공지능 정밀의료 솔루 션인 닥터앤서(Dr.Answer)를 개발하고 있다. 닥터앤서는 질환별로 발생 위험도 예측(예방)부터, 분석·진 단·치료를 위한 의사결정 지원, 재발 위험도·생존 예측 등 예후관리까지 의료서비스 전 과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26개 병원, 22개 ICT/SW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개발하고 있다. 각각의 병원은 ICT/SW 기업과 함께 특정 질환에 대한 EMR, 유전체, 영상 데이터 등을 이용하여 질환별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병원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21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고, 7개 소프트웨어는 의료 현장에서 활용 중에 있으며, 사우디, UAE 등으로 수출 및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디지털 치료제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의료서비스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이나 주사제와 같은 전통적인 치료제의 보완·대체의 목적을 가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 콘텐츠 등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말하는 것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정보를 반영하여 맞춤형 처방, 관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의 전망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7년 약 138억 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디지털 치료제는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 의 ‘리셋(reSET)’으로 물질중독 치료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제이다. 물질에 대한 중독을 낮추는 효과를 입증하여 FDA로부터 첫 인허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당뇨, 호흡기질환, 약물중독, 불면증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식약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없지만 라이프시맨 틱스(LifeSemanrics), 웰트(WELT) 등이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라이프시맨틱 스는 폐암/만성폐쇄성 폐 질환자의 호흡기 재활을 돕는 ‘레드필 숨튼(Redpill Breath)’과 유방암/위암의 예후를 관리하는 ‘레드필 케어(Redpill Care)’를 개발하여 현재 임상 종료 후 식약처 인허가를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최근 제약회사들은 디지털 치료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협력을 통해 신사업·신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독은 근감소증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웰트와 3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 및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공동개발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분야는 현재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정부 역시 디지털 치료제 시장 조성과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선제적이고 예측 가능한 규제 제공을 위하여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2020. 8)」을 발표하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인지, 질병을 예방, 관리 또는 치료하기 위한 목적인지, 치료 작용 기전의 과학적(임상적) 근거가 있는지에 따라 디지털 치료기기로 분류될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과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질병의 치료 효과에 대한 명확한 임상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 이후에도 유익성과 위해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하여 실사용증거(Real World Evidence) 자료를 마련하여야 하는 것이 요구 됨에 따라 더 안전하고 효과성 높은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진단 보조 솔루션, 디지털 치료제 모두 지능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활용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활용도 높은 고품질의 데이터가 요구된다. 즉, 데이터는 상세성, 정확성, 완결성, 연계성을 갖추어야 한다.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담은 데이터가 학습 또는 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확보되어야 하며, 다양한 데이터 간에 연계가 가능해야만 활용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데이터 수집, 교류,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관련 업계의 다층적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차별화된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