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올해 영화계를 강타한 미나리의 성공과 BTS와 블랙핑크 등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의 선전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글로벌 성장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IT 및 유통 기업들과 적극적 협업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생산을 넘어 인공지능 기반 사업 다각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 경영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유통시장이 넷플릭스와 스포티 파이와 같은 OTT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유명한 연예인이나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상품을 판매하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업전략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으로 전환 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17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는 미국 딥러닝 기반 가상 인물을 만드는 인공지능 기업인 오벤(OBEN)과 공동투자를 통해 홍콩에 ‘AI 스타스’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아티스트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 왔다. YG엔터테인먼트는 ‘YG 플러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네이버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음원과 아티스트 등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HYBE)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알렸다. 이제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더 이상 연예인을 육성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을 넘어, 솔루션과 플랫폼을 기반한 서비스 기업으로 변화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더욱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한 비즈니스 혁신과 다각화 전략은 IT, 콘텐츠, 유통, 방송, 저작권에 이르는 다양한 산업 내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에 따라 산업 융합화 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렇듯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 기반 비즈니스 혁신과 신사업 창출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샐럽봇과 팬덤 플랫폼의 강화
네이버제트의 소셜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블랙핑크 아바타의 가상 팬사인회에 글로벌 회원 5천여 명이 몰렸다. 슈퍼주니어 글로벌 팬들은 24시간 동안 언제 어디서든 슈퍼주니어 챗봇과 채팅을 하며 그들의 생각과 생활을 공유한다. 이미 3년 전부터 SM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스캐터랩과 협업한 인공지능 채팅 서비스 ‘셀럽봇’을 선보였다.
챗봇의 기능을 넘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위버스 컴퍼니를 설립하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결하여 제공하는 플랫폼 ‘위버스’를 성공시켰다. 방탄소년단의 아미를 위한 서비스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음악을 기반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 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더욱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미국 거물급 제작자 스쿠터 브라운의 종합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 지분 100%를 1조 1,840억 원에 인수 하면서 방탄소년단은 저스틴 비버, 블랙 아이드 피스, 아리아나 그란데 등과 한식구가 되었다. 이에 플랫폼 ‘위버스’는 글로벌 음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CJ ENM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아티스트 뮤직비디오와 화보, 라디오, 예능 등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매일 제공하는 미디어 플랫폼인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출시를 함께했다.
결국 이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 그들의 막강한 콘텐츠 자원을 기반한 플랫폼 서비스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으며, IT 기업들과의 협업, 그리고 콘텐츠의 확장을 위한 글로벌 M&A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휴먼 연예인의 성장
작년 SM엔터테인먼트는 현실의 아이돌 멤버와 가상세계 아바타 멤버로 구성된 걸그룹 에스파를 런칭하면서 인공지능 시대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현실 멤버와 아바타 멤버가 지역과 시간을 초월하여 오프라인 공연은 물론 SNS나 모바일 기반의 모든 채널을 통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1998년 아바타 가수 아담의 실패로 가상의 연예인의 존재는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아나운서, 인공지능 인플루언서, 인공지능 모델 등 디지털 휴먼들의 활동이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하면서 현실에 가까운 디지털 휴먼, 버츄얼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이 엔터테인먼트의 큰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휴먼 연예인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실제 인간의 경우 많은 투자와 시간이 소모되고 리스크가 높은 반면 디지털 휴먼은 초기 비용 발생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관리 비용과 리스크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Z세대 소비자들은 이미 디지털 휴먼, 버츄얼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으며,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기고 있다는 시장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 이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인재 양성, 스타 영입과 같은 기존 매니지먼트 전략은 디지털 휴먼 스타 개발이라는 또 다른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 창작과 가상공연의 확장
지난해 10월 소녀시대 태연의 동생 ‘하연’이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가 개발한 AI작곡가 ‘이봄 (EVOM)’이 작곡한 ‘아이즈 온유’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인공지능 작곡가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실제 수많은 인공지능 벤처기업들이 가요계는 물론 소설, 광고, 방송 기획 등의 영역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확장현실 등의 폭발적 기술 발전은 이제 고인이 된 이재하가 부르는 김광석의 노래, 김광석이 부르는 현재 실존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낸다. CJ ENM은 케이블 사와 손잡고 고인이 된 ‘거북이’라는 그룹의 멤버를 인공지능 안면인식 및 음성 구현 기술로 실현하고, 홀로 그램과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하여 실존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공연을 실현해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 작곡, 작사가에 의한 음악, 인공지능 만화가에 의한 웹툰 등 인공지능 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와 공연바탕으로 예술 문화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 사물인터넷, 확장현실, 딥러닝, 블록체인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의 진화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콘텐츠 생산기술의 변화를 넘어 장르와 시간을 넘나들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혁신적인 신상품, 신시장 창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인공지능은 디지털 휴먼 연예인 육성, 인공지능 아티스트의 개발, 혁신적인 공연 기법 창출, 디지털 콘텐츠 기반의 신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이르는 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더 나아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한 다양한 산업 융합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 생태계를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오늘날 기업은 공급과 수요, 생산과 마케팅이 아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콘텐츠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놓여있다. IT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협력 전략들이 강화되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 기술은 콘텐츠를 필요로 하며, 콘텐츠는 기술을 기반할 때 빛을 발한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전략을 고민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는 기술과 콘텐츠를 어떻게 새롭게 전략화 해야 할지에 대한 또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