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활용전략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
첫걸음은 ‘표준‧표준특허' 

 


 

 

들어가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술표준은 상호운용성을 제공하며, 이 상호운용성은 혁신적인 첨단기술제품이 시장에 진출하는데 수반되는 위험을 감소시켜준다. 예를 들어 LTE(4G)에서 5G 시대로 넘어갈 때 LTE와 5G 이동통신 기술이 상호운용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제표준이 제정되면서 5G와 같은 혁신기술의 시장진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표준은 새로운 발명을 거부감 없이 시장에 확산시킬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혁신의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표준과 함께 또 하나의 기술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표준특허가 있다. 표준특허는 표준기술을 특허로 권리화하여 보호받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기업이 새롭게 개발한 혁신적인 기술을 모두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준다. 또한, 안정적인 로열티 수익을 기업에 안겨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표준특허의 개념

표준특허는 표준에 기재된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서 특허 기술을 침해하지 않고는 해당 표준을 실행할 수 없도록 설계된 특허, 즉 표준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실시되어야 하는 특허를 의미한다. 그림 1처럼, 특허 청구항(Claim)의 구성요소들 중 하나 이상이 표준규격에서 그대로 읽히는 특허를 말한다.


그림 1. 표준특허의 개념



그림 2. 표준특허로 인한 수익 창출 사례


 

표준특허의 중요성

표준특허가 중요한 이유는 표준으로 정해진 기술을 후발주자로부터 보호하고, 표준을 따르는 다른 기업 등으로부터 표준특허에 따른 로열티를 받게 해줌으로써 표준특허 보유권자가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표준으로 제정된 기술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해당 표준에 대한 특허는 매우 중요하다.

표준특허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사례가 있는데 그중 퀄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동통신 기술을 국제표준화 시키고 해당 표준기술을 권리화한 표준특허를 통해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미국 디지털방송 관련 표준특허를 보유한 제니스를 인수하여 2008년에 약 1억 달러(1,200억 원)의 특허료 수익을 창출한 바가 있다.

 

표준화 기구의 IPR 규정과 특허 선언

표준화 기구에서는 표준특허 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에서의 불공정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 가이드라인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지식재산권(IPR: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규정이라고 부른다. 공식 국제표준화 3대 기구인 ITU, ISO, IEC에서는 ‘공통 IPR 정책(Common IPR Policy)’을 펼치고 있다. 

IPR 정책에서, 표준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특허권자가 관련된 특허의 보유 여부를 가능한 즉시(빠른 시기에) 신고하여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특허 선언(IPR Declaration)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표준화 기구인 IEEE, 지역 표준인 ETSI 등 대부분의 표준화 기구에서 채용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추후 표준특허로써 특허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기구에 특허 선언을 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허 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표준특허의 권리 행사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특허권자는 반드시 특허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림 3. 표준특허 권리 행사 제재당한 사례


 

표준특허 사례

지난 2011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있었다. 이때,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침해 소송을 걸었던 특허가 이동통신 표준기술에 대한 표준특허로 알려지면서, 표준특허라는 개념을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13년 한전 AMI(지능형검침인프라) 사업이 추진될 때, 국가표준으로 제정된 KS-PLC(전력선통신) 기술에 대한 표준특허를 젤라인이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표준특허로 인해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이 타협함에 따라 해당 사업은 추진되었으며, 이때 젤라인은 보유하고 있는 표준 특허를 통해 특허료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젤라인의 표준특허권이 만료되기 전까지 KS-PLC 표준기술이 적용되는 칩(제품)이 생산된다면, 젤라인은 지속적으로 특허료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국내 중소기업이 국가표준기술에 대한 표준특허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국제표준기술에 대한 표준특허를 확보하고 로열티 수익을 얻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표준화 활동, 표준특허 확보에 대한 활동은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쉽게도 중소·중견기업의 국제표준화 활동은 미미한 것이 실정이다. 국제표준화 활동은 투입 인력, 장기간에 걸친 인적 네트워크 확보, 그리고 국제 표준화 회의 참석을 위한 비용 등이 수반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중소·중견 기업들에게는 쉽지 않기 때문이 다. 표준화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표준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중소기업 표준특허 확보 지원

이처럼 중소기업이 국제표준화 및 표준특허 확보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의 표준활동 및 표준특허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특허청 산하 기관인 한국특허전략개발원(KISTA) 표준특허센터에서 추진하는 ‘표준특허 창출 지원 사업’이다. 파루는 2019년 국제표준화 회의 IEC TC119 인쇄전자 기술위원회에 참여해 ‘인쇄전자 필름 히터 전극 단자 압착 강도 측정 방법’의 신규 표준을 새롭게 제안한 바 있으며, 지금도 국제표준화 및 표준특허 확보를 위한 활동이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은 일인데, 표준특허 전문가, 변리사, 표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원전담팀이 기업을 지원해 주는 표준특허 창출 지원 사업을 통해 국제표준화 역량 강화 및 표준특허 확보 전략 수립을 지원받아 가능할 수 있었다. 특허청 사업 외에 국제표준화 참여는 국가기술표준원(한국표준협 회, KSA) 및 국립전파연구원(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TTA)에서 지원하고 있다.

 

표준특허 환경 변화

기존부터 잘 알려진 표준특허 POOL로 MPEG LA 가 있다.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자들로부터 표준특허를 취합한 후, 해당 표준기술을 실시하는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다시 특허권자에게 로열티를 배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흔히 말하는 동영상 압축 코덱 기술에 대해 주로 활동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표준특허 POOL을 구성하려는 기술의 분야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기존 압축 코덱 기술을 벗어나 전기자동차 충전, 무선충전 기술 등에 대해서도 표준특허 POOL이 생겨나고 있다.


그림 4. EV CHARGING 표준특허 POOL(MPEG LA 홈페이지 캡처)



전기차 충전 기술에 대한 MPEG LA 특허 POOL을 살펴보면, 2021년 1월 기준으로 4개 기업들이 60여 건이 넘는 특허를 POOL에 가입시켜 놓은 상태이며, 아직까지 활동을 시작하지는 않았으나, 제품당 로열 티를 정해놓은 상황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표준특허 POOL로 아반치(AVANCI)가 있다. 아반치는 지난 2016년 노키아, 에릭슨, 퀄컴, 인터디지털, ZTE 등이 결성한 다국적 특허 연합인데, IoT와 관련한 통신 기술 특허 사용 계약을 일괄적으로 맺고 로열티를 요구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라이센시를 보면 알겠지만, 우선 커넥티드카기술과 관련하여 자동차업계를 타깃으로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압축 코덱에 집중하던 MPEG LA에서는 전기차 충전에 대한 표준특허 POOL을 구성하고 있으 며, 새롭게 생겨난 AVANCI는 IoT 관련 통신기술에 대한 표준특허 POOL을 구성하고 우선적으로 커넥티드카에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 표준특허하면 이동통신, 방송(동영상 압축) 정도로만 생각했었다면, 이제는 자동차, 더 나아가서는 통신(IoT), 미디어, 충전, 자율주행 등의 첨단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제품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림 5. AVANCI Licensors



그림 6. AVANCI Licensees


 

마치며

지금까지 표준, 표준특허에 대한 개념, 사례, 환경 변화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표준화는 기존 기술을 연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혁신을 가능하게 해준다. 표준특허는 기업이 열심히 연구개발 한 혁신기술을 권리화를 통해 보호받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표준특허가 적용되는 기술 분야도 확대될 것이므로, 국제 표준과 연관된 기술이라면 연구개발 후 제품출시(서비스)에 그치지 말고, 반드시 연구개발과 동시에 표준화 활동을 하면서 표준특허를 확보해야 한다. 향후 수많은 중소·중견 기업들이 체계화된 표준화 활동 지원, 표준 특허 창출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김병년 그룹장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특허활용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특허청 표준특허창출지원사업을 담당했으며, 현재도 전기차, 자율주행차, 배터리 및 스마트그리드 분야의 표준특허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특허청 기술이전 사업화 사업을 통해 대학, 공공연 우수특허 기술이전및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