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탄소중립 위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나섰다   
 


 

〈탄소중립 특별기획〉
Introduction: 탄소중립 시대 성큼성큼…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
① 삶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선제적 대응이 답이다
② “친환경·녹색 시설 전환에 2조 4천억 원 투자…” 정부, 탄소중립 본격 추진
③ 탄소중립 해결책으로 CCUS 기술이 급부상 중!
④ 변화하는 철강업계, 수소시대 열다
⑤ 탄소중립 위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나섰다

 

정유·화학산업은 철강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에 정유·화학 선도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지속 성장을 위한 기회로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정유·화학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법과 SK이노베이션의 탄소중립 대응 및 추진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유엔환경계획(UNEP)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53억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는 철강산업 다음으로 정유· 화학 산업이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그 양은 약 19억 톤으로 전체 비중의 약 3.6%를 차지한다. 높은 제조업 및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 특성을 가진 우리나라의 2016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약 7억 톤이었으며, 철강(32.3%), 정유·화학(26.3%), 시멘트(14.2%), 산업단지(4.5%), 반도체 (4.5%) 순으로 높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였고 이들 산업 부문의 비중은 국가 총배출량 대비 약 37%로 아주 높은 상황이다.

 

정유‧화학 선도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의 위협을 받는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들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그 나라 특성에 맞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량을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림 1. 전 세계 각 산업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은 2010년 10월에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2060년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였으며, 미국 바이든 정부도 파리협정 복귀, 단계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상향 검토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녹색경제 구조로 전환하는 ‘유럽 그린딜’을 2019년 발표하였으며, 지난 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1990년 대비 40% 감축에서 55% 감축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합의하였다. 우리나라도 지난 12월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확정하여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비전과 전략을 설정한 바 있다.


그림 2. 쉘의 2050 ‘순제로(Net-zero)’를 위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변화



이러한 탄소중립 관련 국가목표 수립 및 실행과 비즈니스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 영향은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미래 기업의 재무성과에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정유·화학 선도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회로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13개 석유기업들은 파리협정 목표 아래 기후변화 대응의 불확실성에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석유, 천연가스 기후 이니셔티브(The Oil and Gas Climate Initiative)를 구성하였으며, 총 1조 원의 기금을 마련하여 2030년까지 CCUS 기술 상업화 실현,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에너지 및 산업 부문의 가시적 혁신 가속화 등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정유기업인 쉘은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전략과 모든 제품의 탄소배출을 2050년까지 ‘순제로(Net-zero)’로 하겠다는 목표를 2020년 4월에 수립하였다. 이는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에너지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확대를 통해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고, 기존사업은 CCS(Carbon Capture & Storage)와 산림사업을 통해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하겠다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인 BASF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2030년까지 생산 관련 배출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탄소중립 성장목표를 공개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해 생산 및 공정효율을 높이고, 스팀 크래커(Steam Cracker)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또는 메탄 열분해를 통해 CO₂가 발생하지 않는 수소제조 등 CO₂ 저감을 위한 중장기 R&D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순환경제를 구축함으로써 폐기물을 줄이고 CO₂도 감축하는 기술·사업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여 시제품을 생산 및 홍보 중에 있다.

 

정유·화학 부문 온실가스 감축 옵션

고온의 열원을 필요로 하는 공정 특성으로 인해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정유·화학 분야는 다음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단은 없으며 각 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수단이 활용되어야 한다.

1. 배출 저감 – 저탄소 연료 전환 및 신재생 에너지 대체

먼저 공정에서 소비하는 연료를 절감 또는 CO₂ 배출이 저감되는 연료로 전환하는 시도를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양한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을 통해 높은 수준에 다다르며 추가적인 효율 개선 여력이 낮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는 AI, DT 등의 기술을 접목하여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제품의 연비를 향상시키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그린수소·바이오매스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의 태양광, 풍력, 수력 등으로부터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RE100 가입, 더 나아가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발전사업 또는 바이오연료·수소· 배터리 사업 등 신재생 발전 또는 연료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도 고려해봐야 한다.

 

2. 직접 감축 – CCUS 및 산림탄소 상쇄

CCUS는 온실가스 다량 배출산업을 중심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CS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에너지 및 기후 정책적 관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른 감축기술 비용 대비 실질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 12개 국가의 526개 지질구조를 기반으로 추정한 결과, 이론적으로 CO₂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량은 약 4,086억 톤이다. 이는 2030년까지 9억 톤을 저장한다고 가정할 때 약 454년 동안 활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높으며, 저장안정성(누출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있으나 최근 정부 주도의 CCS 사업지원 및 기술개발로 인해 이러한 문제점들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또한 CCU는 부가가치가 높은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로, CCS에 비해 기술성숙도는 낮고 경제성 확보 등의 이슈가 있으나 전략적 유용성으로 인해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을 보존하고 확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데,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과 BP 등은 숲 조성을 통한 탄소 상쇄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상쇄배출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사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고 탄소중립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추진 현황 및 계획

SK이노베이션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대의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현재 정유, 화학, 윤활유, 석유 개발,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등의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주력사업에서 화석연료를 원료 및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어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므로 SK이노베이션은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앞서 다양한 감축 옵션으로 언급한 것처럼, SK이노베이션도 정유·화학 공정 개선, 에너지 효율화, 연료 전환 등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실현하고 있고, 저점도 고급 윤활기유로 연비를 최대 2% 개선하거나 고강성 플라스틱으로 자동차 경량화를 이루어 연비를 약 3% 개선하고 있다. 또한 저온 시공이 가능한 프리미엄 아스팔트로 온실가스 등의 유해물질을 감소하는 등 친환경·저탄소 제품 및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 내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는 부족하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탄소중립 관점에서 약 25년 전부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개발해 오면서, 현재 글로벌 탑5 수준의 생산·설비 규모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수송 분야에서 획기적인 CO₂ 저감이 가능하도록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판매 확대 및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를 추진 중에 있다. 또 배터리용 분리막 소재를 판매하고 있는 자회사 SKIET는 최근 녹색프리미엄 낙찰을 받으며 사업장에 필요한 전기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RE100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먼저 국내 사업장부터 적용하지만 점진적으로 해외 사업장에서도 재생에너지 전력 도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청정에너지인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자회사 SKIPC가 SK그룹사와 함께 부생수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여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상용화에 필수적인 유통, 공급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SK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는 주유소, 화물운송 트럭 휴게소 등을 적극 활용하여 태양광 발전설비,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 및 수소연료전지 실증사업 추진 등을 통해 다양한 기술융합·협력 생태계를 구축하여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할 수있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각종 폐기물 발생량을 줄여서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탄소중립 방안 중의 하나이다. SK종합화학의 경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품의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화하여 향후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제품을 100% 재활용하는 수준으로 대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대학교, 연구 기관 및 기업들과 함께 CCU 기술들을 검토해오고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형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주기 초기 단계에서부터 협력 또는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CCS의 경우,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대응하면서 천연가스 개질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포집과 동해 가스전 활용 저장을 연계한 CCS 국책과제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경영활동에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 영향을 만들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Green Balance 2030을 발표했는데,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위해 사업장 공정 개선, 수송·발전 분야에서의 친환경 연료·설비 대체, 폐기물 재활용, CCUS 등 모든 감축 옵션을 대상으로 딥 체인지 (Deep Change)를 통한 획기적인 CO₂ 감축 및 BM 변화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부지원 및 정유·석유화학 산업계 준비사항

우선 국가적·산업적 사업구조, 기술혁신과 인프라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많은 신규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지만, 아직까지는 관련 기술 수준이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국가가 CO₂ 감축 혁신기술에 지원을 강화하는 등 마중물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또한 사업구조 및 인프라의 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거나 효과적인 인센티브 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잘 파악하고 조율할 수 있는 통합된 정부-산업계 간 협의체 운영도 필요하며, CO₂ 감축 활동에 따른 인증 및 표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산업계는 새로운 변화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신규 BM을 수립하고, 이러한 변화에 핵심이 되는 혁신기술을 산학연 협력 생태계와 함께 빠르게 확보해야 할 것이다.



글/김일수 상무
SK이노베이션㈜

1996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하여 정유 및 수소연료전지 연구를 담당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 기술기획팀장, R&D혁신추진실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기술전략 실장으로 재직 중이며, 2020년부터 그린뉴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