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성큼성큼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
〈탄소중립 특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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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위협받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및 글로벌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경제, 사회, 산업 전반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기반의 선제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앞으로 이러한 대전환의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 산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대응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한 대내외 환경 변화
지난여름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없는 54일간의 역대 최장 장마와 기록적인 집중 호우로 전국 38개 시·군이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각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한파, 폭염, 폭우, 홍수, 가뭄 등의 빈발하는 자연재해로 인해 수자원 고갈, 농토의 황폐화, 해수면 상승 등으로 경제, 산업, 사회의 전반이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2019년 12월부터 퍼진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 현재 진행형의 사태는 언제 종식이 가능할지 요원한 상황이다. 생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짧아지는 유행병 주기 역시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훼손에 그 근거를 찾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고자 2015년 12월 제21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한 파리기후협약에 의해 전 세계는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상승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을 지향하며, 1.5℃ 상승을 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이 2018년 발표한 1.5℃ 특별보고서01에 따르면, 인간의 산업화 활동으로 이미 0.8~1.2℃의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였고, 현 상태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30~2052년 사이에 1.5℃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2℃ 목표하에서는, 예를 들어 온대 수역의 산호초 대부분이 멸종되는 등 생태계에 미치는 리스크가 커서, 1.5℃ 이내로 상승 억제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30년에 2010년 대비 45% 감축, 2050년에 net-zero(탄소중립)에 도달하여야 함을 밝힌 바 있다.
01 http://ipcc.ch/report/sr15/
이러한 과학계의 분석에 따라 현재 전 세계 127개국이 2040~2060년 사이에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는 목표를 선언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02 우리나라도 탈탄소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해 2020년 10월 탄소중립 선언이 있었고, 이의 이행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었으며, 우리 정부도 2020년 12월 탄소중립·경제성장·삶의 질 향상 동시 달성을 목표로 △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3대 정책방향과 △탄소중립 제도기반 강화라는 3+1의 전략을 추진하는 ‘2050 탄소 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표 1에 주요국 탄소중립 주요 어젠다 및 중점 R&D 투자영역03을 도시한다.
02 https://climateactiontracker.org/publications/global-update-parisagreement-turning-point/
03 녹색기술센터 내부 분석자료, 2020년 2월
표 1. 주요국 탄소중립 주요 어젠다 및 중점 R&D 투자영역
국가 주요 정책 및 기술 개발 동향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선언 및 시장 환경의 변화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신시장의 대폭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에너지, 산업시설, 도시 등 사회 전반의 인프라에 대한 광범위한 전환을 의미하는 탄소중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 다. 친환경 인프라로의 전환을 위해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처방과 함께 온실가스 저감 잠재력이 높은 혁신 기술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부담이 분명하지만, 이와 동시에 국제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은 혁신적인 기후기술 및 서비스의 개발과 산업화를 통해 관련 산업 육성과 우리기술의 해외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다.
2020년 10월 탄소중립 선언 이후 우리나라 국회 및정부에서는 이의 이행을 위한 법제도 정비 및 정부 차원의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림 1. 기후변화 대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9개 법안 발의 (2020. 12. 21. 기준)
먼저, 2020년 12월 기준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직접 적으로 관련된 9개 법안이 발의되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총론 성격의 법안과 함께 에너지 전환, 기술개발 촉진, 녹색 금융 등 각론 성격의 법안들이다. 전체적인 방향은 2050 탄소중립을 명시하고, 국가위원회의 발족 및 심의 의결기능을 부여하며 기술, 산업, 경영, 경제, 생활 전반의 전환을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탄소중립 추진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추진전략 및 이행과제를 도출하여 착실히 추진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 대전환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혁신이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2050까지의 장기레이스에 과학기술 기반의 선제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연말 유엔에 제출한 우리나라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서도 혁신기술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미래 저탄소 신기술의 융합형 연구개발 및실증, 친환경 수소 확대 등 신기술 도입과 상용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기후/환경/에너지 관련 국가 R&D 투자04는 2조 6,597억 원으로 국가 R&D(20조 6,254억 원) 중 12.9%를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04 녹색기술센터, 2020. “2019년도 기후기술 국가연구개발 조사분석 보고서”
정부, 시민사회, 국제사회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발 벗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이며, 우리 산업계 역시 이러한 대전환의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함과 동시에 탄소중립을 위한 대전환을 도약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산업계 대응 방향
탄소중립을 향한 대전환을 슬기롭게 추진해 나가기 위해 우리 산업계가 고민해 볼 만한 대응 방향을 세 가지 정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탄소중립 중심의 경영전략 주류화
글로벌 및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를 경영 및 투자의 주요 요소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BlackRock은 기후변화 이슈를 비즈니스나 공시자료에 활용하지 않은 투자 대상사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밝히고 있고05 , ING, JP Morgan, HSBC 등 글로벌 금융사 역시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확대, 고객사 탄소 모니터링 등 탈탄소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06 반면 최근 국내 모기업의 경우,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해 석탄 관련 신규 투자, 시공 등을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애플, 구글, BMW 등 글로벌 주요 기업 280개사가 가입되어 있는 RE100 이니셔티브로 인해 반도체, 배터리 등 국내 제조사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07, 이는 장기적으로 제조입지로서의 한국의 경쟁력 저하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는 탄소중립을 기업 경영전략의 중심에 놓고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05 BlackRock Annual Stewardship Report 2020
06 EnergyWorld.com Oct. 08, 2020, Business Wire Oct.06, 2020, Reuters Oct. 08, 2020
07 https://www.etoday.co.kr/news/view/1682272
2. 제품/서비스/사업장의 지속적 탈탄소화 추진
국가, 사회적으로 탄소중립이 지속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산업계 및 기업에 대한 제품/서비스/사업장 단위의 친환경화/저탄소화에 대한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먼저 제품 측면에서는 설계-생산-사용-폐기의 전 주기에서 에너지 및 자원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대비 제조업, 특히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을 다수 보유한 나라로, 사업장 단위의 에너지 효율화 니즈가 크다. IoT, AI, Big Data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 데이터의 수집 및 가시화, 분석과 예측, 제어와 최적화를 통해 사업장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를 지속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효율 향상 40%, 재생에너지 35%, CCS 14%로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중요성은 아주 크다. 아울러 비제조 서비스 기업들도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전통적인 성능, 서비스 질, 가격 이외에 친환경성을 통해 소비자및 시민사회에 어필해야 할 것이다.
3. 탄소중립 대전환 상의 위협요인 대응 및 기회요인의 활용
최근 미중 무역갈등에서 보듯이, 자국산업 보호의 기조는 강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탄소국경조정(Carbon Border Adjustment, CBA)이라는 이름으로 유럽 및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통한 무역장벽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이란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이다. EU집행위원회는 탄소 국경조정세 법안을 마련(2021년)하여 2023년 실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CBA가 도입될 경우,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전기전자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들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이와 유사한 법률이 제정된 바 있으며, 바이든 정부도 이를 확대할 움직임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반면 탄소중립은 혁신기술을 확보한 기업에게는 탄소중립기술 해외 진출과 탄소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021년은 신기후체제의 원년으로 탄소 저감효과가 높은 신기술의 해외진출, 아울러 국제 탄소시장 활용 가능성 등 앞서 경험하지 못한 글로벌 차원의 커다란 기회요인들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스페셜 이슈에서는 앞서 기술한 우리의 대응 방향에 맞춰 기업의 기후·환경 주류화 현황 및 전망, 탄소중립 핵심 분야 국가연구개발 투자 방향, 탄소중립 미래 유망기술 및 산업계 대응 전략 사례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견해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사적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우리 기술이 세계로 도약하는 기회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글/김형주 선임부장
녹색기술센터, GTC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KIST유럽 환경연구그룹 선임 연구원, 미국 미시간대 지속가능센터 Research-Fellow, 삼성SDS 수석컨설턴트를 역임했으며, 현재 녹색기술센터 선임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녹색 기후기술 정책 및 국제협력, 환경친화 설계 및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