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혁신

기업·정부 간 상시소통을 위한
민간 R&D 협의체 본격적으로 운영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글로벌 경제 블록화 등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사전에 대응해 나가는 데 과학 기술의 중요성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수요와 사회적 난제의 증가로 인해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전 국가적 R&D 투자는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의 성패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21년 정부 R&D 예산은 27.4조 원으로, 민간과 정부재원을 합한 국가 총 R&D 투자규모는 이번 정부 내에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국가 R&D 투자에서 국가 혁신역량을 가늠하는 민간부문의 투자는 급속히 확대되어 경제·고용 성과 창출 및 기술혁신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R&D 활동을 영위하는 기업 수는 ’97년 말 3,000여 개에서 ’20년 기준 3만 9,000여 개로 약 13배 증가(기업부설연구소 기준)하였으며, 특히 중소벤처기업 비중이 70%에서 96%로 늘어 기술혁신에 대한 기업 저변이 크게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민간의 R&D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R&D 투자가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로 연결되려면 혁신 주체인 기업과 혁신 촉진자인 정부 간의 상호협력 및 역할분담이 중요하다. 민간의 참여없는 정부 주도의 R&D 투자는 집행 및 실행 단계에서 동력을 상실하거나 갈등을 발생시키는 등 한계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은 혁신성장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민관파트너십(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영국의 섹터딜(Sector Deal)은 우리가 주목해서 참고할만한 사례로 꼽힌다. 섹터딜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 업종별 대표기 업들과 英 정부가 국가 R&D 투자전략·방향을 논의하는 협의체로 영국은 이를 통해 생명공학(’17년), 인공지능(’18년), 자동차(’18년), 해상풍력(’19년) 등 주요 성장산업 중심으로 민·관 협약을 맺고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상당수의 민·관 협의체가 국가적 이슈나 주요 사업과 연계되어 한시적으로 설치·운영되어 왔으나, 지속적·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수요기업의 참여가 부족한 정부 주도의 ‘위원회 중심 기획’으로 인해 민간이 명확한 목표를 갖고 관련 정책 마련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에 기인한다.

이렇게 정부 주도의 단발성 협의체에서 벗어나 상시적 R&D 민·관 협업 체계 구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20년 12월에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민간기업 기술혁신 선제적 지원전략」을 통해 기업·정부 간 상시소통을 위한 산업별 민간 R&D 협의체를 제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금년 3월부터 협의체가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민간 R&D 협의체는 분야 내 주요 대·중·소 선도 기업들의 기술담당·임원으로 구성된 분야별 실무위와 전문위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간사기관으로 참여한다.

금년에는 범국가적 기술 이슈인 기후변화, 소·부·장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3개 분과), 센서(1개 분야) 등 2개 협의체를 구성, 시범운영하고 ’22년도 이후에는 민간의 수요에 따라 주요 분야로 확대하여 상설협의체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협의체가 제시한 R&D 투자 필요영역과 기술확보 방안을 정부 투자방향에 반영함으로써 국가 R&D 전략성을 강화하고 투자방향 수립부터 예산심의까지 R&D 투자의 혁신 파트너로써 민간기업의 의견이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단계별 프로세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 R&D 기획·수행 과정에서 기업의 실질적인 수요가 반영될 수 있도록 부처별로 다양한 사업 기획을 유도하여 R&D 투자 효율도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 아닌, 기업의 아이디어와 R&D 투자 확대, 기술혁신 노력 등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가능하며 이는 민관 공동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민간 R&D 협의체가 정부와 민간의 R&D 투자를 연계하고 R&D 수요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획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오대현 과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연구예산총괄과

행정고시 제41회로 공직에 입문하여 교육과학기술부 원천연구과장,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성장전략과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행정관을 역임하고 현재 과학기술정보 통신부 연구예산총괄과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