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친환경·녹색 시설 전환에 2조 4천억 원 투자…”
정부, 탄소중립 본격 추진

 


 

〈탄소중립 특별기획〉
Introduction: 탄소중립 시대 성큼성큼…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
① 삶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선제적 대응이 답이다
② “친환경·녹색 시설 전환에 2조 4천억 원 투자…” 정부, 탄소중립 본격 추진
③ 탄소중립 해결책으로 CCUS 기술이 급부상 중!
④ 변화하는 철강업계, 수소시대 열다
⑤ 탄소중립 위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나섰다

 

탄소 다배출 업종 및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공급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산업이 저탄소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혁신과 친환경에너지원 확산이 필수다. 이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것이 ‘혁신적 기술개발’이다. 이미 미국, EU, 일본 등의 주요국은 탄소중립 분야 기술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탄소중립 분야 우리나라 국가연구개발 주요 투자 방향에 대해 소개한다.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이는 기후정상회의(’19.6)부터 이어진 EU, 미국, 일본, 중국 등 70여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글로벌 환경변화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어서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20.12)」을 통해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등 3대 정책 방향 및 10대 과제, 제도적 기반 강화 등의 기본방향을 제시하였다


표 1. 탄소중립 3대 과제 9대 핵심 분야(안)



탄소 다배출 업종 및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공급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저탄소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 혁신과 친환경에너지원 확산 등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기존 산업공정의 개선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으며, 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혁신적 기술개발’이다. 이미, 미국(’30년까지 1.7 조 달러), EU(’30년까지 1조 유로), 일본(’30년까지 30조 엔) 등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분야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였으며, 우리나라도 향후 친환 경·녹색시설 전환에 2조 4천억 원, 전기·수소차 보급 및 충전기반 구축에 4조 3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후·환경 연구개발에 1,501억 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에너지 기술개발에 1조 1,326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2022년도 국가연구개발 투자 방향(안)」 초안01을 발표하면서 탄소중립 분야에 대한 구체적 투자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연구개발 투자로 2050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에너지 전기화(electrification), 전원(power supply) 그린화, 에너지 효율향상 등을 목표로 새로운 혁신기술에 중점 투자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3대 과제, 9대 핵심 분야 (표 1)를 제시하였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01 「2022년 국가연구개발 투자방향(안) 공청회」 발표자료 참조(’21. 2)
 

첫 번째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촉진을 위해 주요 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 풍력과 함께 바이오, 해양, 융복합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 가격경쟁력 확보, 고효율화, 부품·장치의 국산화 및 주민 수용성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지속 투자한다. 초기 단계인 수소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주 기를 아우르는 기반구축에 투자를 강화하고, 특히 수전해 핵심원천기술개발, 성능개선 및 대용량화와 건물·가정·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 지속 투자한다.

두 번째로 저탄소 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온실가스 다배출 핵심공정(철강·시멘트·정유화학)의 저탄소 공정 전환 기술개발,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한 지능형 전력망과 에너지저장 시스템 중심의 에너지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에 투자한다. 실시간 에너지관리 시스템, ICT 기반 고효율화, 제로에너지 건물 등 고효율·저소비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CO2 포집· 저장분야는 대규모 실증과 저장소 확보, CO2 활용분야는 전환 기술 상용화 조기 달성을 목표로 투자하여 CCUS 상용화를 도모한다. 또한, 바이오매스 기반 연료생산과 폐기물 저감, 재활용, 재제조 기술개발에 투자하여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 그리고, 기술개발 성과가 산업현장에 빠르게 보급·확산될 수있도록 실증·평가·인증 기반을 구축하고, 탄소중립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나날이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성 강화를 위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수자원 관리기술과 기후변화 모델링 및 예측 기술개발에 투자한다.

이와 함께 투자방향에서는 탄소중립 연구개발의 정부와 민간 역할 분담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탄소중립 분야 혁신·원천기술 및 민간의 단독 추진이 어려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실증 및 평가·인증, 제도·규제 개선, 전문인력 양성 등 기반조성에 집중 투자한다. 민간은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다배출 공정 개선, 효율 극대화 및 에너지 절감 등 현장 중심의 기술개발에 지속 노력한다고 제시하였다.


표 2. 탄소중립 관련 주요 정책 수립 일정(안)



차년도 투자방향에 이어 과기정통부는 중장기적 탄소중립 연구개발 투자의 기본방향인 「탄소중립 R&D 투자방향」 및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기술혁신 10대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말까지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탄소중립 기술 로드맵」도 수립한다.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등 탄소중립 분야 유관부처들도 부처 업무영역에 맞는 정책 (표 2)을 수립한다고 발표하였다.

2050년 탄소중립까지는 아직 약 30년이라는 기간이 남아있지만, 지금부터 연구개발 투자방향 수립 및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의 특성상 새로운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시장에 적용되고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탄소중립 목표 기여의 효과로 나타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도 결코 이른 시간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중립 관련 산업 및 기술 현황 진단을 통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다양한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와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투자방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 국가연구개발 투자방향 수립 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핵심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 국내외 기술 수준 및 성장 가능성, 산업 및 연구환경 등을 고려한 방향 수립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중점 분야는 다양하고 세부·요소기술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기술개발에 투자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지만, 한정된 정부 연구개발 예산으로 인한 우선순위 설정 및 선택이 요구된다.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는 감축 기여도가 높은 에너지 효율화, 재생에너지, CCUS 등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 그리고, 이미 선진국과 국내 기술 수준 간의 격차가 커 자체 기술개발보다 선진기술의 도입이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후자의 방법으로 추진하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 또한, 수소 운송방식(파이프라인 vs 튜브트레일러 또는 고압가스 vs 액화)과 같은 이슈는 국내 산업 환경(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입지) 및 생산지-소비지 간 지리적 여건을 고려한 기술 개발 방향 수립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탄소중립 기여에 중요한 분야이지만 국내 연구인력, 장비 등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술개발 및 시장형성 가능성을 검토한 후 기반구축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기술개발 단계를 고려한 단·중장기 twotrack 투자방향 수립이 요구된다. 단기간 내 제품개발 및 상용화가 가능하고, 현장 적용이 필요한 기술에 대해서는 단기 집중 투자가 필요하며, 빠른 상용화를 위해 관련 기업의 참여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가속화 시킬 수 있는 미래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 장기 투자가 필요하고, 상향식(bottom-up) 수요 기반의 5년 이상 장기 연구개발사업은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정부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연구개발사업 기획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여 민간의 기술개발 수요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민간 매칭 부담 완화, 기술개발 완료 후 실증까지 이어지는 연구개발사업 지원 등 실질적이고 연구개발 연속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핵심 분야별 기술개발과 함께 개발된 기술의 적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평가모형 개발도 필요하다. 탄소중립의 효과성은 용어 그대로 온실가스 발생량과 흡수량이 같아지는 환경적 효과뿐만 아니라, 신기술 적용을 통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축하고, 발생된 온실가스를 처리하는 데에서 소요되는 비용 등을 고려한 산업·경제적 효과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별도로 진행되었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효과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정부주도의 연구개발 투자 및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 투자방향 정책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탄소중립 연구개발투자의 기본방향은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기술적·환경적·경제적 여건 변화를 살펴보고 세부전략을 재조정하는 유연성을 확보할때 2050년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은 이제 돌이킬 수 있는 글로벌 트렌드이며 전 국민의 과제이다. 정부-기업-연구자-국민이 협력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이 그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민간의 참여를 통해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기대해본다.



글/김기봉 연구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 기획평가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다부처공동기획사업, 에너지분야 정부 연구개발 투자방향 수립 및 R&D 예산배분·조정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