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아이디오(IDEO) 창업자 데이비드 캘리,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다

 


 

데이비드 캘리(David Kelly)는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산업 디자인 대상’을 10년 연속으로 수상하며 ‘가장 혁신적인 기업 25’에도 선정된 미국의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그룹, IDEO의 창업자이다. ‘디자인을 통한 긍정적 임팩트의 창조’를 기업 모토로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과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으로 디자인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그의 혁신 비결과 성공 원리를 찾아본다.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데이비드 캘리는 1978년 파로 알토(Palo Alto)의 의류 상가 2층에 있는 작은 방 두 칸에서 디자인회사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여느 디자인회사들과 다를 바 없는 산업재와 소비재 제품을 디자인하였다. 애플의 마우스, PDA 팜V, 무인양품의 벽걸이 CD플레이어, 오랄 비의 어린이용 칫솔 등 무수히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을 선보였다. 좀 더 사용하기 쉽고, 시장성이 뛰어난 멋진 제품을 디자인하는 기존의 디자인 개념에서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니즈와 꿈, 행동의 철저한 분석을 통한 체험과 효용 가치의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으로 성장한다. 현재 IDEO는 캠브리지, 시카고, 런던, 상하이, 도쿄, 뮌헨, 뉴욕 등 9개 지역에서 700명 이상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IDEO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아모레퍼시 픽, SKT, 프라다 등 전 세계 기업을 위한 제품 디자인에서 조직 혁신, 교육혁신, 사회혁신, 개도국 빈민사업 컨설팅 등 사회적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에서 이노베이션 디자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IDEO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GE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5위’로 선정되기도 한 놀라운 성장 배경에는 창업자 데이비드 캘리의 이노베이션을 위한 열정,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발아한 인간 중심 디자인과 디자인 씽킹이 자리한다.


 

 

보다 더 좋은 세상을 디자인하다

“우리는 디자이너, 창업가, 교사, 연구자 그리고 그 이상의 공동체이다. 우리의 공유 가치와 믿음은 우리가 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성취하기를 희망하는 임팩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IDEO가 밝히고 있는 존재 의미의 일부이다. B2B, 산업제품 및서비스, 브랜드, 미디어, 소비재 제품 및 서비스, 디지털, 교육, 비영리분야, 에너지, 환경, 조직컨설팅, 병원의료분야, 재무 서비스, 기술 및 서비스 분야, 의료기기 및 서비스 등 전 산업 영역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이 이같이 다양한 분야를 디자인의 영역으로 진출하게 된 출발점은 간단하다. 제품 외양을 멋지게 만드는 작업을 디자인의 개념으로 바라보던 통념을 깨뜨리고, 제품 기능의 혁신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고객과의 관계, 교육, 에너지, 의료, 도시환경, 개발 도상국의 빈곤 및 건강 문제, 사회혁신, 비영리단체 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이노베이션을 자신들이 기여해야 할 디자인 작업 공간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디자이너의 역할을 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방법론이 인간 중심 디자인이다.

IDEO의 인간 중심 디자인은 다분히 사회적 디자인(Social design)의 성격을 띤다. 디자인, 그리고 이 프로세스를 인간 중심이라 부르는 이유는 처음부터 디자인의 대상을 제품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솔루션이 무엇인지는 소비자 혹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이들과의 협업이 진행될 때 가장 탁월한 이노베이션이 가능하다는 경험 때문이다. 제품 중심의 출발을 넘어 현장에 대한 관찰, 생생한 인터뷰 등 인간 중심에서의 문제 출발은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에서의 성공을 넘어 기업과 사회 등 인간 공동체 혁신을 위한 과제 해결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낳았다. 인간 중심 디자인을 위해 IDEO는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겸비한 인재를 선호한다. 인류학적 접근론을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하며, 인문학적 이해를 갖춘 산업디자인, 건축학, 역사학, 엔지니어링 등을 전공한 다양한 분야의 T자형 인재들이 함께 어우러져 과제를 수행한다. IDEO의 경영자는 그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각자 어떤 점을 느끼는지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공감에서 출발하다

IDEO는 자신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했던 방법론,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을 교육계, 기업계 등 모든 부문에서의 실무자들이 사용하도록 방법론을 제공한다. IDEO는 모든 사람은 창의적이라는 전제하에서 모든 이들의 창의력을 해방시키는 학습 플랫폼을 구축하며, 개인과 조직이 창의적이 되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디자인 씽킹을 중시한다. 이는 소비자 관찰, 심층분석, 프로세스 설계, 아이디어 형상화, 개선방안 방법론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의 출발점 역시 다분히 인문학적이다. 그 출발을 공감으로 삼기 때문이다. 영리기업이든 개도국 빈민촌이든,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과의 공감을 통한 문제 정의를 이끌어낸다. 관찰과 인터뷰 등의 참여 활동을 통해 공감을 확보하며, 문제를 구체화한다. 이는 디자인의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인 셈이다. 디자이너와 고객 모두가 참여하는 디자인 활동을 통해 해법을 찾기 시작한다. 이때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채택된 아이디어는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진다. 프로토타입은 실제 테스트가 반복적으로 진행되면서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 발전한다. 제품디자인 영역에서는 디자이너의 고객 관찰과 인터뷰로 진행되지만, 개도국의 식수 해결 프로젝트나 의료진단키트 개발과 같은 공공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현지인들과의 협업을 통한 공동작업으로 최고의 이노베이션 효과를 거둔다. “디자이너는 디자인하고, 고객은 소비한다.”의 경계선이 “함께 문제를 찾고, 함께 해법을 찾는다!”로 주체와 객체의 벽이 허물어질 때, 최상의 이노베이션이 완성됨을 교훈하는 셈이다.


글/최재윤 대표
크로스경영연구소

신한은행 기획조사부, KT 경영연구소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중앙대학교 강의 및 평택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와 ㈜Cross Design Lab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가치창조, 지식경영, 학습조직, 조직문화〉, 〈윤리경영이 경쟁력이다(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