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세계 가구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이케아(IKEA)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

 


 

유럽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카탈로그다. 1951년에 처음 발행된 이후 2014년 기준 29개 언어로 2억 1,000만 부가 발행됐다. 가구 업계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케아는 전 세계 42개국 이상에 34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9년 연간 매출 367억 유로(약 48조 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케아의 인기 비결과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에 관해 알아본다.

 

성냥 방문판매 1인 기업을 시작하다

이케아의 모태는 1942년 스웨덴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 가난한 17살 고등학생 캄프라드가 아버지에게 받은 용돈으로 시작한 잡화점이다. 그는 초기에는 방문판매로 성냥을 팔았다. 다섯 살 때부터 삼촌을 도와 스톡홀름에서 수백 개의 성냥을 사는 일을 거들었으며, 이후 채취한 링곤베리와 크리스마스 카드 등을 팔았다. 가난 속에서 성장하며, 중학교 시절부터 경영관리학을 배운 캄프라드는 “내 피엔 거래가 흐른다(Trading was in my blood).”고 자서전에 표현할 정도로 ‘판매하는 일’ 자체에 강한 집착을 가진 천부적인 장사꾼이었다.

1950년대 스웨덴의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사업 속에서 새로운 가구 트렌드를 파악한 그는 대량구입을 통한 효율적인 원가절감, 경쟁사 대비 20%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조립식 가구 출시, 외곽 지역의 대형매장 출범, 동일 상품의 해외시장 출시 전략을 통한 다국적 기업화 등을 통해 보수적인 가구 산업에서 전 세계 1위로 성장한다. 현재 이케아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실용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구매, 제품의 완벽한 물류 관리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며 전 세계 가구 스타일을 주도하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성공한 이후에도 여전히 낡은 볼보 승용차를 폐차 직전까지 운전하는 구두쇠였던 창업자 캄프라드는 이후 블룸버그(Bloomberg)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 4위의 슈퍼리치로 등극한다.


 

 

가구에 대한 기존 관념을 바꿔놓다

이케아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타 경쟁사 가구에 비해 30%~50% 저렴한 ‘가격정책’에 기인한다. 이러한 저렴한 가격은 ‘가구는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라던 유럽인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게 된다. 북유럽에서 시작된 1인 가구의 증가 패턴,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구 출시는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적은 예산으로도 자신만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며 가구를 수시로 바꾸는 유행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케아가 세계 최대의 가구 및 생활용품 제조유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커다란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저렴한 원가 실현을 통한 주거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창조하였다는 사실에 달려있다. 특히 1950년대, 스웨덴의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 사업에 발 빠른 대응으로 기존 가구 업체들이 생각지도 못한 원가경쟁력이 탁월한 가구를 출시한 점, 불편하지만 고객이 땀 흘리며 자신이 조립하도록 만드는 DIY, 미적 요소보다는 기능에 충실한 미니멀리즘 지향의 북유럽 심플 디자인의 저렴한 제품 출시는 이케아만의 경쟁력이며 창업자 캄프라드의 경영철학이 낳은 탁월한 성과이다.

창업자 캄프라드가 이케아를 세계 최대의 가구 제조업체로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경영전략은 신혼부부들의 고민을 새롭게 해석한 점에서 시작되었다. 캄프라드는 신혼부부들이 비싼 가구를 구입하는 데 비용부담으로 망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가구들이 비싼 이유는 품질은 좋지만 경쟁이 거의 없다 보니 업자들이 높은 마진을 남겼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이후 캄프라드는 고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으로 ‘지가가 저렴한 도시 외곽 매장 출시’, ‘조립형 가구 설계와 납작하게 쌓아 운송이 가능토록 디자인된 제품을 통한 저장 및 물류비 절감’, ‘구매 가구의 소비자 직접 운송을 통한 비용 절감’, ‘고객 직접 조립의 DIY’, ‘낮은 마진의 박리다매 정책’이라는 이케아만의 독특한 경영방침을 고안한다. 이케아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단순한 가구 제조에서 벗어난 ‘이케아 스타일에 이케아 가격을 가진 아파트와 조립식 주택’을 생산하기 위해 스웨덴의 건축기업과 공동으로 보클로크(BoKlok)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하다

이케아는 가구매장을 가족 모두를 위한 외출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그러기에 이케아 매장은 ‘스웨덴식 디즈니 랜드’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는 매장은 가구와 생활용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시장이라는 기존 개념에서 가정에서의 일상적 삶이 전개되는 주거와 오락, 즐거움을 가족이 함께 공감하는 문화 체험 공간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이케아는 가구와 소품 등의 제품이 배치된 거실, 침대, 주방과 식당의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이케아는 스웨덴을 상징 해야 한다.’는 창업자 방침에 걸맞게 스웨디시 미트볼 레스토랑 등 가족 친화적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매장을 더 즐거운 곳으로 만들자!’는 창업자 캄프라드의 경영방침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케아의 가구 가격정책과 동일하게 이케아가 제공하는 레스토랑들은 가격 역시 높은 가성비를 갖고 있다. 매장에 고객들을 위한 탁아 서비스, 쇼핑하는 여성을 기다리는 남성을 위한 배려 공간 등 역시 동일한 이유를 갖는다.

‘일-가정 양립’의 일상 활동 변화 패턴은 향후 창립자 캄프라드의 사업방식이 선견지명임을 입증할 듯 싶다. 스웨덴의 ‘이케아 데이’라는 별칭이 우리 사회에서도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토요일에 이케아를 방문, 물건을 구매하며 함께 가족 간 공감의 시간을 즐기고 일요일에는 함께 조립하며 가족간 친밀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계에서 10초마다 이케아의 베스트셀러 책장이 한 개씩 팔리고 있는 이유, 그것은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공감과 체험이라는 또 다른 이유에 기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최재윤 대표
크로스경영연구소

신한은행 기획조사부, KT 경영연구소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중앙대학교 강의 및 평택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와 ㈜Cross Design Lab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가치창조, 지식경영, 학습조직, 조직문화〉, 〈윤리경영이 경쟁력이다(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