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D

새로운 교통수단의 탄생
‘마이크로 모빌리티’

 


 

오포(Ofo), 모바이크(Mobike) 등 중국 공유 자전거 플랫폼으로 시작된 ‘퍼스트-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대한 열풍은 미국 시장에 상륙하여 버드(Bird), 라임(Lime)과 같은 전동스쿠터 공유 기업을 탄생시키며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공유 비즈니스의 공룡기업인 우버가 전동스쿠터 공유 기업 라임에 거액을 투자하고, 창업 2개월 남짓의 전기자전거 공유 기업 점프바이크(Jump Bikes)를 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우버는 라이드 헤일링(Ride-hailing, 차량 호출 서비스) 외에 공유 전기자전거나 전동스쿠터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였다.

우버의 경쟁사 리프트(Lyft)도 미국 공유 자전거 약 80%를 운영 및 관리하는 모티베이트(Motivate)를 2억 5,000만 달러에 사들이면서 우버와 자동차에 이어 퍼스트-라스트 마일 싸움을 시작하였다.

포드자동차는 전동스쿠터 공유 기업 스핀(Spin)을 1억 달러에 인수했고, 다임러(Daimler)도 남유럽과 독일 등지에서 전동스쿠터 공유 사업을 진행 중이다. GM은 자체 제작한 전기자전거 ‘아리브’를 유럽에 선보였고, 테슬라도 전기자전거 진출 계획을 밝혔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라이드 셰어링/헤일링 기업들도 앞다투어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인 전기자전거와 전동스쿠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2018년 7월 우버가 점프바이크와 서비스를 통합한 후 사용자 변화를 분석한 결과, 통합 서비스의 사용량이 15%나 증가했다. 놀랍게도 우버의 라이드 셰어링은 교통 혼잡도가 높은 평일 오전 8시~오후 6시대에 15% 감소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라이드 셰어링이 점프 바이크로 대체되면서 사용자가 15% 증가한 것이다.

 

우버의 실험

그림 1을 보면 점프바이크는 주로 낮 시간에 사용되었으며(69%), 우버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집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금요일에는 평소 대비 점프바이크 이용이 78% 정도 줄어드는 반면, 우버 서비스는 40%나 증가했다. 소비자 들이 상황에 따라 두 옵션을 자연스럽게 상호 보완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매 순간 개인별로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최근 이러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개인 맞춤형 모빌리티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모빌리티 수단들을 하나로 묶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Mobility as a Service)의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그림 1. 시간대별 우버, 점프바이크 사용자 분석
 



그림 2. 운송의 넷플릭스를 모토로 하는 윔(Whim)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란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 라이드 셰어링/헤일링, 카 셰어링, 렌터카, 택시, 자전거, 전동스쿠터, 철도, 비행기, 주차장, 숙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seamless) 원스톱으로 받을수 있는 ‘멀티모달 플랫폼(Multimodal Platform for traffic/mobility)’ 서비스를 뜻한다.

모든 교통수단을 간편하게 앱 하나로 해결한다는 개념의 MaaS는 윔(Whim)을 출시한 핀란드의 마스 글로벌(MaaS Global)이 원조이다. 윔은 ‘운송의 넷플릭스(THE NETFLIX OF TRANSPORTATION)’를 모토로 2016년에 등장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동영상 서비스를 구독하듯 다양한 교통수단들을 구독 형태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트램(노면전차), 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택시, 렌터카, 공유 모빌리티 등 모든 교통수단을 조합해 최적의 경로를 제안한다. 월 정액제 방식으로 일상의 모든 이동 수단을 무제한 제공한다.

 

윔(Whim)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하드웨어(자동차) 생산과 판매를 통한 전통적 수익모델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중심의 MaaS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토요타의 아키오 회장은 “토요타는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회사로 변신할 것”이라며 전격적인 정체성의 전환을 선언을 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인 ‘이팔레트 (E.Pallete)’를 통해 카 셰어링, 라이드 셰어링과 같은 서비스는 물론, 병원, 상점, 연구소, 호텔 등을 이동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피자를 주문하면 아예 피자 가게를 집 앞으로 갖고 와서 갓 구운 피자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토요타는 이를 위해 아마존, 디디추싱, 마쯔다, 피자헛, 우버 등과 연합체를 결성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모빌리티 영역에서 전동스쿠터 공유 비즈니스는 가장 늦게 진입한 후발 주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로 진출하고, 세계적인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의 세계적 선두 기업인 라임과 버드가 우버나 리프트의 성공을 계승하고 실패는 극복하며 성공적인 통합 모빌리티 엑시콘 (Exitcorn)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향후 마이크로 모빌리티 산업의 전망이 엇갈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확실한 캐시카우(cash-cow)를 확보한후 신규 사업으로 진출하는 기성 기업들과는 달리,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전략은 수익성을 돌볼 여력이 거의 없다. 그런 면에서 라임은 초기부터 지속적인 투자유치를 통해 모범적인 성장을 보여주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사용할 수 있는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성공전략이라 불리는 블리츠스케일링 (blitzscaling)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초기부터 충분한 자본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단기간에 폭발적인 스케일업을 달성하여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고 해외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여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었다.

 

우버 vs 전동스쿠터 업체 라임, 버드

라임은 전동스쿠터와 전기자전거를 모바일 앱으로 빌려 탈 수 있게 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이다. 2017년 1월 라임 바이크(LimeBike)라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로 시작해 전동스쿠터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불과 창업 1년 만에 알파벳, 안드레센 호로위츠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 11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30여 개국 120여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5천만 건의 승차 수를 달성하는데 우버는 약 60개월이 걸린 반면, 라임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6개월 만에 달성했다. 기업가치 또한 우버에 비해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그림 3. 우버와 전동스쿠터 업체 버드, 라임과의 사용량 증가 속도 비교



또 다른 공유 전동스쿠터 대표 기업인 버드(Bird Rides)는 ‘넥스트 우버’로 거론되며, 회사 설립 후 1년도 지나지 않은 2017년에 3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20억 달러로 단숨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설립되었으며, 급속도로 성장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 그리고 아시아까지 100여 개가 넘는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지속적인 확장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를 확실하게 누릴 만한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대규모 M&A와 관련 업체들 간의 활발한 합종연횡으로 글로벌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가 탄생할 것이다. 국내에도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약 20개에 달하며 기존의 완성차 업체와 차량 공유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다양하고 수많은 MaaS 기업과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이 탄생할 것이다. 유니콘의 잠재적 보고이다. 우리도 블리츠스케일링 전략을 쓸 때가 온 것이다. 블리츠스케일링은 스피드가 생명이다.



글/유효상 교수
숭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차의과학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동국대학교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숭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로는 혁신전략, 비즈니스 모델, 유니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