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35분 이내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바이오산업 특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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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달 여가 남아있지만 2020년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단연코 ‘코로나19’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단순히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교육, 외교 등의 전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질 높은 진단키트의 생산 및 수출로 빠르게 대응하여 세계 각국의 신뢰를 얻는 상황을 이루어냈다. 이 글에서는 분자진단 헬스케어 전문 기업 랩지노믹스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및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랩지노믹스(이하 랩지노믹스)는 2002년에 설립되어, 201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분자진단을 시작한 기업 중의 하나이며, 한국의 분자진단 시장과 함께 성장해 온 분자진단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다. 회사 설립 직후 2003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전자 검사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 유전자 검사의 상용화는 미국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를 기반으로 하는 비침습 산전 기형아 검사(NIPT, Non- Invasive Prenatal Test) ‘맘가드’의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이전에 연구실에서만 사용되던 NGS 기술을 진단 현장에서 상용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렇게 분자진단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앞장 서가던 랩지노믹스는 올해 코로나19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진단키트의 성능을 개선해 후속 제품들을 출시하였다.
그림 1. LabGun TM COVID-19 RT-PCR Kit
코로나19 확산 초기,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진단키트 부족으로 우리나라 각국 대사관을 통해 랩지노믹스를 비롯한 우리나라 진단키트 제품 공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고, 그중 쿠웨이트, 모로코, 세네갈, 보스니아 등은 주한 대사관을 통해 랩지노믹스의 진단키트를 빠르게 공급하여 각국의 초기 방역에 기여할 수 있었다. 랩지노믹스는 LabGunTM COVID-19 RT-PCR Kit를 개발하여 수출허가를 받았고, 이 제품은 미국 FDA에서 EUA(Emergency Use Authorization, 긴급사용승인)를 받아 미국 메릴랜드 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 수출하게 되었다.
그림 2. LabGun TM COVID-19 ExoFast RT-PCR Kit
또한, 이후에 검사시간을 대폭 단축한 LabGunTM COVID-19 ExoFast RT-PCR Kit를 개발하여 식약처에서 응급용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진단키트는 PCR 반응시간이 35분밖에 걸리지 않고, 검체에서 RNA를 추출하는 시간을 더하더라도 전체 검사시간이 1시간 이내인 획기적인 제품으로 현재 미국 FDA 의 EUA를 심사 중이다.
현재 해당 버전의 제품은 이미 10여 개국 이상의 개별 국가 등록을 마치고 수출을 하고 있으며, 특히 전세계 두 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은 인도에서는 검사에 대한 제반 여건이 충분치 않아 검사시간 단축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해 검사의 효율을 높이고자 인도의 각 검사기관에서는 이 제품에 대해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하여 월단위로 대량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그림 3. 분자진단 글로벌 시장 트렌드
사실 랩지노믹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서 후발주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국내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연구진에게 자극제로 작용하여 개발에 더욱더 매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결과로 나온 2가지 진단 제품이 수출로 이어지게 되었다. 또한, 랩지노믹스는 회사 내에 검사센터가 함께 있어서 현장에서 직접 검사를 수행하는 인력의 애로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같이 고민할 수 있었고,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빠른 검사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기인하여 개발을 하게 되었다.
진단키트의 개선 작업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진단키트의 개선방향은 세계 각국의 검사기관들이 한정된 검사 인력과 검사 장비로 빠르고, 많은 검사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35분 신속 진단키트이고, 향후에도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검사의 속도, 편의성을 향상시킨 진단키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이미 언급한 대로 검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보니 검사 과정 중에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한 고민 끝에 현재는 검체에서 RNA를 추출하는 과정을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개발을 하고 있다.
그림 4. 랩지노믹스의 코로나 진단키트 지역별 수출 현황
BCC Research에서 발표한 보고(그림 3)에 따르면 분자진단 시장은 2023년에 약 93조 2,900억 원(82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그중에서도 진단기기 시장은 약 20조 6,300억 원(182억 달러)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연평균 성장률도 가장 두드러진 분야이다. 하지만 그동안 분자진단 시장은 Roche Diagnostics, Abbott Laboratories, Siemens Healthineers, Beckman Coulter, Johnson&Johnson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었고,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였다. 하지만 올해의 코로나19 상황에서 랩지노믹스를 비롯한 국내 진단기기 업체들이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랩지노믹스는 미국 FDA에서 EUA 승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코로나 진단키트를 수출하였다.
랩지노믹스가 코로나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세계 각국의 인허가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각 나라마다 제출하는 문서의 종류와 양식이 다르다 보니, 각 나라에 맞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렸고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회사에서 개발한 제품들에 대한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다 보니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인허가 기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다. 실제로 이러한 인허가 과정의 지연으로 구매가 결렬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랩지노믹스를 비롯한 국내 진단기기 회사들이 해외로 진출하려는 이유는 국내의 분자진단 시장의 규모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개발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러한 투자에 비해 국내시장만으로는 투자비용을 만회할 매출을 국내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이 선점해온 분자진단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랩지노믹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수한 성능의 진단 제품을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게 되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였다. 특히 이번 코로나 진단키트의 수출을 통해 각국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도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것이다.
글/김명신 이사, CTO
㈜랩지노믹스
한양대학교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국립부건원(NIH), Mayo Clinic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9년부터 ㈜랩지노믹스 CTO로 재직 중이며, 주요 연구 및 관심분야는 암생물학, 유전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