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K-제조의 미래,
소부장으로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제조업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핸드폰, 현대자동차 전기자동차, 대우조선해양 잠수함, 포스코 열연과 냉연강판, LG화학 석화제품과 배터리 등이 그러하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한국은 철광석을 수입하여 철강을 만들고, 원유와 나프타를 수입하여 레진(석화수지)을 만든다. 그리고 그 철강과 레진은 핸드폰, 자동차, 잠수함 등 거의 모든 제품의 Global Value Chain(이하 GVC)을 관통하여 흐르면서 우리 산업의 쌀이 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를 국부로 유입시키는 동맥이 된다.

한국 주요기업들의 GVC를 고찰해보면, 대체로 최상단(삼성전자 핸드폰, 현대자동차 전기자동차, 대우 조선해양 잠수함)이나 최하단(포스코 철강, LG화학 레진)에 위치한 것에 비해 중간에 위치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딩이나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소재와 부품은 제품의 일부분이므로 분해하면 가시적이지만, 장비는 제조공정의 R&D나 감가상각으로 반영되어 가시적이지 않아 제품 중심 GVC의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남아 있다. 그림 1의 GVC 노드에서 하늘색이 대체로 한국의 대표기업들 위치이고, 분홍색은 미래에 주연이 되어야 할 한국의 소부장 기업들의 위치이다.
 


그림 1. 한국 제조산업의 밸류체인



한편, 최근에는 소재, 부품과 같이 제품에 물리적으로 연결된 GVC에 플랫폼, 기술표준, 디지털 생태계등 디지털 GVC가 겹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알리바바, 네이버, 카카오 등 e-Commerce 기업의 디지털 시장 플랫폼, 지멘스, 보쉬, 다쏘, PTC, Aveva, ESRI의 디지털 팩토리,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 자산관리쉘), Digital Twin 등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엔지니어링 플랫폼, 축적된 디지털 라이브러리 등이 GVC에 복잡성을 더한다. 그렇다면 한국 산업 및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De Facto 기술표준전략,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점하여 시장을 만들어내는 선도력은 어떻게 창출해야 할까?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문제 인식(그림 2)을 기반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 설계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산업부는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설계했고, 중기부는 지능 자동화 R&D 기반 리쇼어링 정책(그림 4)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위기로 전례없이 리쇼어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리쇼어링 정책에서 경쟁력 강화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각 산업별로 상용기술과 실력있는 엔지니어 들이 풍부하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가중시켰던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은 노동집약적 특성으로 인해 해외 생산 비중이 더 높다. 해외로 이전한 노동집약적 제조공정을 그대로 한국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와이어링 하네스 제조 공정에서 20명이 1분당 부품 1개를 생산하던 공정을 1~2명이 할 수 있도록 지능 자동화 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해외에서 노동자 20명을 고용할 것인가, 한국에서 노동자 2명을 고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는가. 지능 자동화는 사람을 대체할 수 있도록 기계공학적으로 속도를 높인 자동화 공정을 넘어서 센서, 비전, 그리고 그 신호의 분석을 통해 정밀함을 강구할 수 있는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적용을 통해 한국 내 고용을 증진할 수 있다면 당연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디지털 신기술이 한국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다음(그림 3)과 같다. 기존공정과 엔지니어링의 지능자동화, 축적된 디지털 엔지니어링 재활용, 사회와 경제의 상호운용적 구조에 따른 확산 등의 3단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시나리오로 나열한 것이다.
 


그림 2. 소부장 취약성으로 인한 신성장동력 생태계 조성 어려움 인식



그림 3. 디지털 신기술이 한국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이러한 발전과정을 표 1로 시각화했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 GVC가 주로 제품 형태의 매출에 집중했다면(분홍색), 향후에는 소부장 그리고 엔지니어링(하늘색)에 집중해 다양한 매출형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디지털 증폭력이 높은 플랫폼 활용 빈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 제조업의 현실에 대해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근면성실하게 빠르게 달려서 개도국 동종 산업 경쟁기업들의 추적을 따돌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충분한 인구성장과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육성하는 베트남 등의 개도국, 제조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는 중국 등의 동종 산업 기업들과 저부가가치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기존의 한국의 최고역량, 경험 자산을 기반으로 게임의 룰을 한국에게 유리하게 바꾸어 기존에 없는 글로벌 경쟁력을 창안하고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여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
 


그림 4. 스마트한 리쇼어링 전략으로 K-제조 신성장동력 자산 확보



표 1. 제품 중심 GVC의 소부장 동반성장



K-제조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다만 제조업이 지닌 전통적인 습관을 벗어나 한국 제조업의 장점을 재인용하여 디지털 신기술과의 조합·연결을 통해 다른 플랫폼이나 생태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축적하는 새로운 GVC를 선도해야만 한다. 그렇게 K-제조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성공 DNA는 한국의 여러 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작은 생각의 전환이지만 그 효과는 정말 크다. 한국이 만든 게임의 룰을 통해 디지털 DNA로 무장하여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K-제조의 십만 양병. 여러분이 동참하면 가능하다.
 



글/박문구 전무
KPMG

서울대학교 국제경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통상전문가로서 한국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자문했다. 현재는 한국 산업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디지털 혁신 등에 행동과학을 융합한 신성장 동력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