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까지 2시간이면 등교…
정부가 발표한 ‘미래전략 2045’에 담긴 미래
#. 98세, 나튼튼 씨, 노인정에서 얼마 전 새로 난 치아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쁘다. 나 씨는 재생줄기치료를 받았다. 이를 통해 젊은 시절 건강한 치아로 복원됐던 것.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닳고 닳은 뒤 이른바 ‘줄기세포치’를 심은 나 씨와 같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기술은 적용분야가 제법 넓다. 최근엔 치아뿐 아니라 피부, 뼈, 간·심장 등의 장기도 새것으로 교체한다. 이젠 불로장생의 상징이 된 줄기세포, 얼마 전 노화 세포를 아예 신생아 수준까지 되돌리는 기술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인간 수명을 측정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있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 “이제 기러기 아빠 그만해도 돼 너무 좋습니다.” 지구촌이란 말이 더욱 실감 나는 교통수단의 잇단 등장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근 10년 만에 청산한 나홀로 씨는 서울에서 뉴욕까지 2시간이면 충분한 진공 튜브형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하이퍼루프’가 다니면서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한국으로 하교하고 미국으로 등교하는 세상이 시작된 것. 지구 반대편 미국까지 일일생활권으로 묶어버린건 이뿐이 아니다. ‘우주 왕복 유인비행기’가 대중화되면서 우주 택배가 대중화됐다. 소위 ‘직구’를 위해 수일을 기다릴 필요 없이 주문하면 저녁이나 다음날 오는 진정한 로켓 배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전용도로가 도시 곳곳에 깔리면서 새로운 예약문화도 생겨났다. 인터넷 예약창에서 차 내부 인테리어를 보고 자신이 탈 자율주행차를 선택한다. 마치 펜션을 예약하는 식이다. 더블베드가 설치되고 코로나19 등 감염병을 막을 A급 방균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자율주행차는 적어도 이틀 전엔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부가 발표한 ‘미래전략 2045’에 담긴 기술을 토대로 상상해본 미래는 이렇게 그려진다. 이제껏 정부 차원에서 첨단 기술 기반으로 한 이 같은 구체적 미래 삶을 묘사한 적이 없었던 탓에더 관심을 이끌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후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기반이 과학기술에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으며, ‘중장기 정책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제12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과학 기술 미래전략 2045’의 상세 내용을 들여다봤다.
인공강우·태풍 진로 변경 등 신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으로
미래전략의 첫 대목에선 기후변화·재난재해·감염병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외부요인들에 대처한 기술 개발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 탄소 포집·저장·자원화로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인공강우, 태풍의 진로 변경 등 혁신적 기상조절 기술과 기상기후에 대한 초정밀도 예측 모델 등을 개발 한다.
각종 재난재해에 대한 데이터 기반 관리 시스템도 구축, 대응솔 루션에 고도화를 추진키로 했다. 화재·해상사고·방사능 유출시 인명 구조, 사고 현장 복구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인공 지능(AI) 재난로봇’ 개발도 언급됐다.
미세먼지 고효율 포집·제거, 미세먼지 제로 소재 등 미세먼지 대응기술 확보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 정부의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관련 기술이 소상히 담겼다.
전염병·쓰레기·미세 플라스틱 고질문제 해결 나선다
최근 코로나19와 같이 신·변종 감염병의 주기적 발생에 대응해 감염원 사전 탐지·검출, 치료·예방백신 개발 플랫폼, 인체 면역증강 기술 등의 다양한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버릴 곳을 찾지 못하고 쓰레기 수출도 코로나19로 막히는 등 홍역을 치루고 있는 가운데 폐기물 시장에 선별·자원화·에너지화 기술 개발이 균형 잡혀 이뤄진다. ‘버리는 폐기물’에서 ‘새로운 자원인 폐기물’로 관점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으로 비춰진다.
미세 플라스틱 친환경 처리 및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 개발로 ‘제로 플라스틱 사회’를 구현하는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했다.
무한 에너지 확보 원자력 대체한다
노후화 원전 해체, 방사능 유출 등을 원천 차단하는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고 핵융합 발전의 실현을 목표로 한 투자도 이어간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이하 핵융합연)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 참여 중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ITER)가 생산하는 핵융합에너지는 주로 물을 원료로 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영구적 에너지다. 이를테면 욕조 반 분량(35리터)의 바닷물에서 추출한 중수소(1g)와 노트북 1대에 장착된 배터리 속 리튬량 정도에서 추출한 삼중수소(1.5g)를 결합해 생산한 핵융합에 너지는 한 가정에서 80년간(월 300kwh 소비 기준) 사용할 수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핵융합발전은 폭발 위험이 없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ITER은 10년 이상 설계 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 건설을 시작했고 완공 후 2040년까지 실험·운영한다. 2050년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DNA 고쳐 쓴다… 난치병 없는 세상 열리나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고 100세 시대 건강한 삶을 연장하려는 욕구가 커지는 만큼 난치병과 뇌질환을 극복하는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도 병행된다.
이를테면 원하는 대로 유전자(DNA)를 고쳐 쓰거나 줄기세포 치료 등을 통해 암, 유전질환 등 난치병을 극복한다. 아울러 초소형 로봇으로 몸속 생체 변화를 감지해 질병을 예방하는 예방 의료도 강화키로 했다. 초소형 로봇은 혈관 내 막힌 곳을 찾고 암세포의 위치를 알아보는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뇌·신경 부위별 기능에 대한 이해를 위해 뇌지도 등을 세밀하게 작성하고 치매 등 각종 뇌질환 및 고령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데이터로 활용한다. 장기적으로는 뇌의 통합적 작동원리를 규명, 기억 영상화·저장·대체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신체적 능력을 강화해 장애와 노화가 없는 삶도 꿈꾼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AI로 인류의 지적 역량 또한 확장한다.
먼저 장애·노화 없는 삶과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 부착·착용·삽입하는 ‘신체 증강 장비·로봇’ 개발이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 분야는 상당 부분 기술 진척이 이뤄진 상태다. 아이언맨처럼 로봇 슈트를 입은 작업 자가 건설 현장에서 수십, 수백 킬로그램의 자재를 손쉽게 들어 올리고, AR(증강현실) 안경으로 3차원(D) 모델링한 정보를 현장에 겹쳐 보면서 오차 없이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은 이미 가까이 다가온 미래라고 미래전략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장기·조직·뼈 등 인체 모방 설계 기술로 신체능력을 보완·확장한다. 세부적으로는 인간의 뇌를 닮은 AI를 목표로 AI 반도체·알고리즘, 양자컴퓨팅 등 기술을 고도화한다. AI 반도체는 인간의 뇌처럼 기억 및 연산 등을 동시에 병렬처리하는 반도체로 AI 관련 융합 기술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터는 연산 능력이 지금의 슈퍼컴퓨터보다 수십억 배 이상 빠르다.
양자컴퓨터는 0 또는 1의 비트 단위로 계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이면서도 1인 큐비트(양자컴에서 정보 저장 최소 단위) 단위로 정보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수조 개에 이르는 인체 내 세포와 단백질, 유전자 등의 분포와 상호작용 등을 분석하는 데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꿈의 컴퓨터’다.
시장조사업체 마켓 리서치 퓨처는 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이 오는 2023년 28억 2,200만 달러(약 3조 3,522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자컴퓨터 개발엔 구글과 IBM, 마이크 로소프트, 인텔 등 공룡 IT 기업들이 모두 뛰어든 상태다. 여기에 포스텍 확장형 양자컴퓨터 기술 융합 플랫폼 센터도 출사표를 내던졌다.
알약 하나 먹으면 그날 식사 끝… 유인 우주왕복비행기 대중화
식량·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고갈 우려가 있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자원을 확보하고 제조업의 지능화를 통해 산업경쟁력도 강화한다. 전통 굴뚝산업에 연속성 확보를 위한 고민이 담겼다.
이중엔 ICT를 통해 365일 24시간 무인으로 가동되는 농장이나 양식장 등을 구현할 계획이 포함됐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제어가 가능해 농장주는 언제든 외출할 수 있고 특히 귀농을 원하는 도시인들의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약 하나만 먹으면 그날 섭취할 영양소를 모두 얻게 되는 SF 영화 같은 일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 보고서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등으로 인한 식량 고갈에 대비해 배양육, 식사용 알약 등 미래 식량을 확보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빠르고 편리한 친환경 이동수단을 통해 생활권을 확장하고 새로운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삶의 편의성도 높여나간다.
이를 위해 항공엔진으로 이착륙하고 우주공간(지구 저궤도)에서 발사체 엔진으로 초고속 이동하는 ‘유인 우주왕복비행기’를 개발한다. 또 국내·외 도시를 단시간 내에 연결하는 하이퍼루프(진공튜브열차)망도 촘촘히 깔릴 것으로 예상했다. 날아다니는 일명 ‘플라잉카’가 고속도로 정체를 줄이고, 내연기관을 완전 대체할 전기·수소 및 미지의 미래형 연료에 기반하는 친환경 이동 수단 개발도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이밖에 미래에 새로운 소통공간인 가상현실(VR) 등과 뇌파통신 등의 기술을 확보하고 특히 해킹 등에 대비한 온라인 네트워크 보안능력을 강화한다.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같이 재사용 우주 발사체 기술도 확보한다. 이를 통해 민간 우주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이끈다는 복안이다. 심해 유인잠수정 등의 개발, 우주·심해·극지 등을 탐사·개척하고, 희귀자원 채취 및 극한 환경에서의 다양한 기초·원천연구를 진행한다.
정철희 삼성 고문 등 전문가 20인이 1년간 공들여 제작
이번 ‘미래전략 2045’는 지난해 정철희 삼성전자 고문을 위원장으로, 산·학·연 20인의 전문가로 구성·출범한 ‘2045 미래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대국민 설문조사와 대전·광주·부산 등에서 이뤄진 지역토론회, 스타트업 대표들의 간담회, 기술·정책 분야별 전문가 자문 등 1 년 이상 사회 각계각층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제작됐다고 한다. 그만큼 신뢰도가 탄탄하다는 얘기다.
미래전략 2045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풍요롭고 편리한 사회, 공정하고 차별 없는 소통·신뢰 사회,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대한민국 등 총 4가지 핵심 방향으로 이를 실현할 8대 과학기술 도전과제, 관련 160여 개의 예시적 미래기술에 대한 개발 방향이 담겼다.
위원회 측은 “장기 미래예측은 불확실성이 높고 지금은 전망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출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정 기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도전과제의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각 연구 주체가 이의 해결을 위해 기술적 요소를 찾아가도록 하는 접근방법을 설정했다”고 전했다.
또 “전략에서 제시한 예시기술들은 제6차 과학기술예측조사 (2021~2045)를 통해 기술의 실현 시기, 중요도, 기술발전 영향 등을 분석하는 등 보다 구체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카이스트(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 석사,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디넷코리아, 이데일리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머니투데이에서 과학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