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R&D는 이제 그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활용법
2020년 기업의 현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언급이 있었고, 그 후 변화와 혁신은 전 세계 사회·산업·문화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하나의 원천기술에서 파생된 개량기술에 대한 빠른 개발이 정답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융합’을 통한 변화를 요구했고, 그것이 곧 혁신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전 세계 생산성은 기술의 진보와 혁신에 대해 폭발적 투자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정체되기 시작했고, 이는 전 세계 생산성(노동생산성 또는 총요소생산성 TFP, Total-Factor Productivity로 측정) 증가율의 감소로 입증되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경제와 산업구조 속에서 기업은 빠르게 적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서나가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하고 신생기업이 유니콘이 되어 기존 기업을 위협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아무리 혁신적인 개발을 해도 몇 년이면 구닥다리가 되는 것이 현실이 된 이 시대에서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Open Innovation 전략
기업은 본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련의 가치창출 활동을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과정에 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고, 권리의 중요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 자체가 낯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폐쇄적으로 R&D를 실시하고 협력보다는 나 홀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국내 기업의 현실이 되었다. 이렇게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하여 경쟁사보다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려던 폐쇄적인 연구활동들이 시간과 비용상의 문제를 야기해 애써 개발한 기술이 시기를 놓쳐 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역으로 적절한 시기에 신속하게 외부 기술을 도입하고 후속연구와 사업화 활동을 통해 성공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오픈 이노베이션=기술도입’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기술도입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가져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과의 연계성(기술 친밀도)과 기술의 Life Cycle을 확인하여 그 정도에 따라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 이미 제품화되어 시장에 검증된 초기 기업을 M&A 하는 방식으로 기술도입을 함께 고려할 것인지 혹은 직접 R&D를 해야 하는지를 결정한 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L&D(Launching & Development), C&D(Connect & Development), S&D(Seeding & Development), A&D(Acquisition & Development) 등 다양한 기술 개발 전략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C&D(Connect & Development)는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부의 R&D 역량과 연결시켜 신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며 기업과 연구기관 간의 연계가 대표적이다. (S&D(Seeding & Development)01 와 A&D(Acquisition & Development)02 는 대기업과 스타트업·벤처 간 연계를 생각할 수 있다.)
01 S&D(Seeding & Development): 신기술 개발 등 전략적 미래투자를 목적으로 유망 벤처에 투자 혹은 인큐베이션하는 전략
02 A&D(Acquisition & Development): 필요한 기술을 갖춘 기업(주로 벤처)을 인수한 후, 추가 개발을 통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
그림 1. 개발대상 기술 친밀도에 따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출처: POSRI ISSUE REPORT
지난해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글로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품 혁신의 주체에 대해 ‘자체 개발’이라는 응답이 여전히 83.0%였고, 공정 혁신의 주체에 대해서도 응답기업의 79.9%는 자체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유력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의 54.2%는 전 세계 스타트업들과 기술 자문, 제품·서비스 공유, 인큐베이터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브스 500’의 상위 100개 업체의 스타트업 협력 비율이 68%로, 하위 100개사(32%)를 크게 웃돌았다.(한국무역협회 2019년 35호)
따라서 기업은 서비스나 제품을 통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현 수준을 면밀히 분석하여 현 사업 유지 혹은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추가적 기술도입이 필요한지 자체 R&D로 추진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현 수준에서 가장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Open Innovation 연계 파트너 찾기
기업은 더 이상 소유에 매몰된 기술 개발이 아닌 공유를 전제로 한 기술 개발을 해야 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대학과 다른 기업에 비해 혁신적 기술 개발과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기 수월한 조직이고, 대기업의 경우 조직은 잘 갖추어져 있지만 규모로 인해 혁신적 변화가 다소 어려운 단점을 갖고 있어, 각각의 목적하는 바에 따라 연계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Open Innovation 전략 활용법: 기술도입
기업이 시작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중 가장 기초적인 부분은 기술도입이다. 선진국은 이미 지식재산권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손해액의 3배 이상을 추징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사들은 지식 재산 포트폴리오나 지식재산권의 권리 확보는 사업 추진의 기본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표 1. 목적에 따른 오픈 이노베이션 연계 파트너 찾기
우리나라도 2019년(2019. 7. 9.)부터 타인의 특허권·영업비밀 고의침해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미국은 3배~5배)을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포트폴리오 및 권리범위의 강도를 점검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상 취득해야 할 기술의 범주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지향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를 염두에 두고 검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우수기술 보유기업 또는 연구기관과 기술그룹 형성이 가능한 모델로 개방형 혁신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정부 R&D 예산의 68.5%가 대학·공공연에 투자되고 있어 대학·공공연이 국가 경쟁력 향상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개방형 혁신모델 추진의 파트너로서 대학·연구 기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은 기술을 확인하고 찾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직접 나서기보다는 이미 정부에서 구축한 기술이전 사업화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훨씬 수월하게 파트너 찾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기술도입을 결정할 경우, 기업이 반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단순히 지식재산권의 포트폴리오 확충 수준이 아니라 때로는 이를 바탕으로 IPO를 하거나 투자유치를 받아 사업영역 확장의 수단으로써도 활용이 가능하다.
Open Innovation 사례
Open Innovation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 업종은 의약품, 화장품, 전기통신서비스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특허청에서는 기술 이전 사업화 플랫폼으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지식재산활용 네트워크(IP-PLUG)를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해당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의 업종을 살펴보면 총 12개 기술 분야 중 전기통 신서비스(33.33%), 바이오 의약품(화장품 포함) 분야 (18.7%)가 가장 많은 활발한 기술 도입을 실시하였으며, 특히, 최근의 대형 기술이전 성과와 투자 성과는 대부분 바이오·의약 부분에서 도출되었다.
성균관대 이동기 교수가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올릭스는 RNA 간섭 플랫폼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2010년 창업한 기업이다. 다년간의 R&D 결과를 통해 시작한 올릭스는 창업 후 여러 번의 기술이전을 실시하였으며, 기술기반으로 코스닥 상장, 임상시험 승인 후 프랑스 안과 전문기업 ‘떼아’에 총 807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2019년 3월)하는 등 기술개발 개방형 혁신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또한 최근 올릭스는 RNAi기술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 플랫폼 기술로 변종 코로나에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투입된 신약개발 연구비와 승인된 신약의 개수가 비례하지 않음을 알고 적극적 외부기술 도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를 도출해내고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도 적극적 외부 기술도입과 외부로의 기술수출을 하는 등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여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제약업체로 유한양행을 들 수 있다.
그림 2. 올릭스(Olix) 기술도입에서 글로벌 시장 진입까지 히스토리
출처: 올릭스 홈페이지
그림 3. 유한양행 기술도입을 통한 사업영역 확장 예시
출처: 유한양행
표 2. 개방형 혁신을 도와주는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예)
국내 바이오 기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유한양행은 2018년 R&D에 1,100억 원을 투자(2016년 대비 30% 이상 증액)하고, 외부업체와 기술을 공유 또는 외부로부터의 적극적 기술 도입을 통해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도입한 기술이나 약물 단계에 따라 임상연구를 통한 중개연구, 생산연구, 제제연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맞춤형 개발)하였고, 그 결과 2015년 9개 불과하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27개로 증가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기술의 도입이 아닌 기술의 수출처가 되어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올릭스, 유한양행 성공사례는 홈페이지 개방 자료와 기사 내용 일부 발췌)
정부 지원 사업으로 기업 혁신 일으키기
과거에는 기업 스스로 나 홀로 혁신과 R&D를 통해 자가 발전하도록 했다면 최근 우리나라는 다양한 개방형 혁신 헬퍼(Helper)를 두고 있다. 정부에서는 6차에 걸친 기술이전·사업화 촉진 계획 수립, 시장주도 IP기술거래 활성화 방안, IP금융 활성화 정책에 이르기까지 개방형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술이전·사업화 규제 관련 의견청취를 통해 허들을 제거하고 있다. 심지어는 기업 간 협업과 연계를 통한 개방형 혁신에서 진일보하여 정부 지원사업 간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고자 부처 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부처 공동 기술 이전 사업화 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 있어 외부기술 도입을 통한 개방형 혁신은 이제는 선택이 아닌 발전을 위해 당연히 고려해야 할 요소이며, 더 이상 원천기술과 폐쇄적 R&D 속에 갇히지 말고, 기업·기관·고객과의 교류와 다양한 기술 도입을 통해 개방형 혁신을 위한 성과를 달성해 가야 할 것이다.
기술의 신규성, 원천특허, 원천기술이라는 단어가 R&D의 목표일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정부 R&D에서 '원천, 신규성'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2020년 현재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더이상 원천성이니 신규성이니 하는 내부 자원 개발에 귀속되어서는 안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있는 적정기술을 찾아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우리는 기술도입이라 한다. 즉, 일부는 내부에서 개발하고 일부는 외부에서 들여와 빠르게 제품화·사업화하는 것이야말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인 것이다.
글/이유미 팀장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특허활용팀
기계공학과 기술경영을 전공하고 특허기술동향조사 사업을 포함한 특허창출사업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특허청 기술이전 사업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근 지식 재산 금융활성화 정책에 따라 대학, 공공연 기술이전과 이전 받은 기업의 사업화 성공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