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언택트 시대
VR·AR을 활용한
기업 혁신사례

 



 

〈언택트(Untact) 특별기획〉
Introduction: 코로나로 빨라진 디지털 전환,
Introduction: 한국기업에 기회가 된다!
① 언택트 시대 VR·AR을 활용한 기업 혁신사례
② 너와 나의 연결고리, 코로나로 주목받는 '블록체인'
③ 공간을 초월하는 적층 제조, 우주에서도 통한다
④ 인공지능, 언택트를 커넥트하다
⑤ 코로나19로 변화한 스마트시티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로 기업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장 먼저 피부에 와닿는 것이 이동과 모임의 제한일 것이다. 불과 40여 년 전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디지털 기반의 투입·산출 메커니즘이 빠르게 보편화되었으나, 물리적 ‘대면’이 가지는 여러 장점들(예: 암묵지01 의 전달, 장기간에 걸친 대면 접촉에 기반한 신뢰의 형성 등) 때문에 그간의 디지털화에 비해 물리적 접촉의 극복은 더디게 일어난 편이었다. 다만, 코로나19로 강제적인 비대면이 보편화되면서, 개인의 이동과 다수의 모임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어떻게 스마트하게 일을 할 것인가가 기업 경영과 혁신의 중요한 어젠다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제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기술 중 하나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혼합현실(Mixed Reality, MR02),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03) 인데,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장기화되면서 기업 경영과 혁신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VR/AR/MR/XR의 기술적 가치는 ‘물리적 공간의 극복’과 ‘사용자 경험 극대화’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미 다음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01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힘든 종류의 지식 또는 노하우, tacit knowledge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타기, 수영하기 등이 있다.
02 VR과 AR의 장점을 합친 기술로 가상과 현실정보를 결합해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다.
03 VR, AR, MR을 모두 아우르는 기술로 근 미래에 나타날 새로운 기술을 포괄한다.


첫째, VR/AR/MR/XR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산업 교육(Industrial training)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업무 교육 방식 중에 가장 오랫동안 사용된 방식은 집체 강의이다. 다수를 모아 놓고 일방적 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집체 강의 방식은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에 가장 널리 쓰여 온 방식이었다. 그러나, 개인의 이동이 제한되고 개개인의 접촉이 지양되면서 다수의 모임과 물리적 접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교육방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기술이 점점 복잡해지고 상이한 기술 간 융· 복합이 가속화되면서 효과적인 산업교육 방식으로 VR/AR/MR/XR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이미 2018년부터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제조업에서의 활력 저하를 방지하고자 VR/AR/MR/XR을 산업교육에 도입해 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제조업연구소(Institute of Manufacturing, IfM) Thomas Bohne 박사팀은 VR/AR/MR/XR을 통한 실제 제조환경에서의 작업자 능률 향상 정도를 연구해 왔는데, VR/AR과 햅틱글러브 등 웨어러블 장비가 결합된 MR 환경에서 작업자의 능률이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음을 실증한 바가 있다. 그림 1에 나타난 것처럼 240여 명의 참가자들이 트랙터에 들어가는 클러치 제품을 조립하는 실험에 참여하였는데, 종이로 인쇄된 하드카피 매뉴얼을 숙지하고 조립공정에 투입된 팀과, VR과 햅틱 글러브로 구성된 가상 MR 환경에서 클러치 조립 시뮬레이션을 한 후 조립공정에 투입된 팀의 작업시간, 작업 만족도, 작업품질에 대해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 작업시간이 단축되고 작업품질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가상 MR 환경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도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와 같은 경험을 통해 암묵지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 VR/ AR/MR/XR이 효과적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림 1. VR과 햅틱글러브를 착용한 실험 참가자와 가상 작업환경


 


그림 2. BMW의 AR 글라스 기반 작업과 BP의 석유시추선 사고 VR/MR 교육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글로벌 리딩 기업들은 VR/AR/MR/XR이 가진 ‘물리적 공간의 극복’과 ‘사용자 경험 극대화’의 가치에 주목해 왔다. 그림 2에 제시된 것처럼 보잉(Boeing)은 항공 승무원들의 기종전환과 기종별로 달라질 수 있는 테러상황 또는 응급상황에서의 긴급 대처법을, 포드(Ford)와 BMW는 AR 글라스와 외골격(exoskeleton) 등을 활용한 작업능률 향상, 노르웨이 육군은 탱크 운전병의 효율적 비대면 교육을 위해 VR/AR/MR/XR을 사용해왔다. 코로나19로 VR/AR/MR/XR이 주목받는 것은 대면으로 실시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한 산업훈련을 실시할수 있다는 점인데, 세계 2위 정유회사인 BP(British Petrorelium)의 사례가 좋은 예이다. 2010년 4월 미국 루지애나주 멕시코만 앞바다에서 BP의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의 시추시설이 폭발했는데, 이로 인해 해저 1,500m 심해 시추공에서 하루에 900만 리터에 달하는 원유가 유출된 대형 환경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 사고의 대처 과정을 분석한 BP는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한 직원들의 교육이 부족했다고 판단하고 실제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VR/MR 훈련과정을 구축하여 필수요원들에게 주기적인 교육을 의무화하였다.
 


그림 3. 실리콘밸리의 한 업체가 출시한 VR/AR기반 비대면 산업 훈련 모듈



이처럼 VR/AR/MR/XR의 비대면 산업훈련 효과가 입증되면서 VR/AR/MR/XR 기반 산업훈련 환경을 구축해 주는 회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몇몇 VR/AR/MR/XR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한 VR/AR/MR/XR 기반 산업훈련 모듈을 출시하고 있는데, 실제와 같은 상황을 구현하여 작업자들이 원격으로 교육을 이수함으로써 고온/고압 등의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한 실무교육, 무인 실내자율주행 로봇이 공존하는 작업환경에서의 작업 절차, 바이오 분야의 복잡한 실험절차 등 다양한 형태의 산업훈련 플랫폼을 개발하여 출시하고 있다.
 




그림 4. (위에서부터) IKEA의 VR experience, 국립중앙박물관의 VR 관람 서비스, 국내 아파트 업체의 VR 모델하우스



한편, VR/AR/MR/XR이 가진 ‘사용자 경험 극대화’ 효과 때문에 마케팅에서의 응용도 확산되고 있다. 그림 4에 나타난 것처럼 글로벌 가구 기업 IKEA는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VR experience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최신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에 설치된 라이다를 활용해 가구의 실 치수를 고려한 공간 배치를 구현함으로써 소비자가 가구 치수를 재는 수고를 없앴을 뿐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가구를 실제 집에 배치했을 때의 공간적 느낌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 극대화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이러한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림 4에 제시된 것처럼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VR 관람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다수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관람이 불가능해지자 VR로 모델하우스를 제작하여 아파트 구매 수요자들의 사용자 경험을 높인 바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나 비대면 작업환경의 비중이 장기화되거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연스럽게 VR/AR/MR/XR의 다양한 활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VR/AR/MR/XR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가상현실(또는 증강현실)을 통한 ‘물리적 공간의 극복’과 ‘사용자 경험 극대화’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다면 앞으로 산업훈련과 마케팅 외의 다양한 융복합적 활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글/안준모 교수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기술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학과장과 기술경영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중소기업청, 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과학기술혁신정책 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