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24시간 멈추지 않는 R&D로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한
강소기업 성공사례

㈜바텍
 


 

어릴 적 치과에 대한 기억은 온통 두려움과 눈물뿐 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치료를 미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행히 기술이 발전되고 치료 장비들도 많이 좋아지면서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치과의 문턱은 낮아졌다.

흔히 치과에 방문하면 치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엑스레이 사진을 찍게 되는데 필요에 따라 CT(전산화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구강 전체를 펼쳐진 형태로 한눈에 보는 파노라마(2D)와 입체로 보는 CT(3D) 영상을 얻기 위해 별도의 전용 센서로 각각 촬영을 진행했다면 최근에는 한 번의 촬영으로 2D와 3D 영상을 동시에 구현하고, 엑스레이 촬영에 따른 방사선 노출량을 타사 제품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진단 장비가 인기다. 국내 1위 치과용 영상 진단 장비 전문기업 ㈜바텍(이하 바텍)이 개발한 엑스레이 진단 장비 ‘스마트 플러스(Smart Plus)’ 이야기다.

 

덴탈 이미징 시장의 글로벌 탑티어

바텍은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과용 진단 장비 틈새시장을 공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1990년대 초 산업용 엑스레이 기기회사로 시작해 2002년 덴탈 이미징 시장에 출사 표를 던진 바텍은 현재 글로벌 탑티어 회사로 도약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파노라마와 교정용 세팔로(Cephalometric, 교정 진단용 엑스레이), CT를 한 장비에 담은 ‘3 in 1 디지털 엑스레이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그 신호탄이었다.

이 제품은 초기부터 엑스레이와 CT를 따로 구비해 비용과 공간에 어려움을 겪던 치과의사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2D와 3D 영상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장비인 ‘PaX-i3D Smart’를 출시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영상의 질과 선명도는 높이면서 환자 안전을 위해 방사선량을 줄임으로써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PaX-i3D Smart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착수한 바텍은 2016 년 엑스레이 진단 장비인 ‘스마트 플러스(Smart Plus)’ 개발을 완료하고 2017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초기에는 국내 매출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수출액이 내수를 압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이지만 해외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향후 전망이 밝다.
 


그림 1. 바텍이 개발한 엑스레이 진단장비 ‘스마트 플러스(Smart Plus)’



그림 2. 아치형 FOV


 

2D·3D 영상 동시 촬영·방사선 노출량은 절반으로 줄인 혁신 제품

2016년 바텍이 개발한 ‘스마트 플러스(Smart Plus)’가 2020년 23주 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스마트 플러스는 치과 진료 시 구강의 해부학적 구조를 엑스선 영상 등으로 선명하게 구현해내는 엑스레이 진단 장비다. 2D 영상과 방사선량이 적은 저(低)선량 3D 컴퓨 터단층촬영(CT) 영상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제품으로 중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 신흥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첨단 장비다. 

과거 치과용 영상 진단 장비가 CT와 파노라마(치과 기본 엑스레이 영상)를 각각 촬영해야 했다면, 이 제품은 하나의 센서로 영상을 단 한 번만 찍으면 된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통해 CT와 파노라마를 동시에 구현하기 때문에 한 번 촬영으로 2D·3D 영상이 동시에 확보된다. 최근 의료 선진국을 중심으로 임플란트나 치열 교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두 가지 요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진료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자 역시 한 번만 촬영하면 돼 엑스레이 촬영에 따른 방사선 노출을 줄일 수 있어 방사선량에 민감한 국가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회 촬영 시간을 4.9초까지 줄여 방사선 노출량을 타사 제품 대비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스마트 플러스가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데는 여러 첨단기술이 접목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충분한 Projection 데이터로도 영상 품질을 만들어내는 압축 센싱기술(Compressed Sensing Technology), 분해능 (Range resolution)이 충분한 2D 이미지를 제공하는 Panoramic Multi-Layer 재구성기술, 실제 입안 모양을 손실 없이 촬영할 수 있는 FOV 기술 등이 있다. 

Compressed Sensing Technology는 불충분한 Projection 데이터로도 우수한 3차원 영상 재구성이 가능하므로 선량을 최소화(기존 자사 장비 대비 약 3 분의 1 정도의 CT 방사선량이 감소)하면서 영상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잇몸뼈의 넓이(악궁)를 41개의 Panoramic Multi-Layer로 재구성하여 2D 이미지 품질을 향상함으로써 경쟁제품들보다 깊이 분해능을 높이고, 혁신적인 FOV(Filed of View, 시야의 범위와 그 각도를 말함)는 아치형 볼륨을 제공하여 일반 FOV 사용 시 치아 이미지가 잘릴 걱정을 없앨 수있었다. 
 


그림 3. 차별화 전략 플랫폼


 

기술경영 관점에서 본 바텍의 성공 요인

차별화된 신사업 테마를 찾아서

후발주자로서 선진 경쟁사를 극복하기 위한 경쟁 전략으로 당연한 접근 방법이 되겠지만, 자사가 제안한 가치가 고객의 요구와 맞는 경우(A), 이런 요소들을 더 키우고 확보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경쟁사가 제안한 가치가 고객의 요구에 대응한 부분(B)에 대해서는 관련 인자들의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반면 고객의 요구 중 자사와 경쟁사가 제안한 가치가 중복될 경우(C)에는 소극적으로는 자사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사의 성능을 발전시킴으로써 경쟁사와 차별화할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그림 3)

해당 사업 분야의 리더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은 ‘혁신’이나 ‘차별화’라는 개념이나 용어를 쓰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고객 마음에 더 들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하면서 생존을 위한 방안을 찾는다. 예를 들어 3M의 경우는 ‘보유기술로 할 수 있는 신규 기능’을 찾거나, ‘기존 제품의 기능과 유사한 기능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여 혁신과 차별화를 시도한 바 있었다.

‘치과인데 X-ray 아닌 것, X-ray인데 치과가 아닌 것’을 찾고자 하는 슬로건이 오늘의 바텍이 있게 한 성공의 기조가 아닌가 싶다. ‘가치를 더하는 기술(Value Added Technology)’을 의미하는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치 있는 것을 찾되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테마를 찾아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신사업 발굴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CT는 많이 대중화되고 있었지만 치과용으로는 적용되지 않았던 분야였고, 치과 관련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치과용 의료기기를 사업의 기회로 보고 치과용 CT사업에 진입했다. 주요 부품인 센서(디텍터)를 자급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집중하였다. 센서를 만들기 위해 시장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반도체 웨이퍼는 8인치나 10인치로 한정되어 있고, 기능이나 가격 관련해서도 공급업체에 의존적이다. 게다가 입 안은 센서가 되는 웨이퍼처럼 원형이 아니기 때문에 촬영되는 영역에서 어금니 부분이 삐져나오게 되므로 기존에 공급되던 웨이퍼로는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바텍은 입 안 모양(악궁)에 맞는 아크형 센서를 만들기 위한 ‘아크 FOV’나 ‘아나토미 FOV’를 개발함으로써 사람마다 다른 입 안 모양에 맞도록 고화질의 영상 촬영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센서를 자체 공급했다. 이를 통해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었고, 센서 공급 사업도 병행할 수 있게 되어 시장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사가 공유하는 전략
제품로드맵(PRM)과 기술 로드맵(TRM)

Roadmap은 원래 기술이나 제품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 결과로 미래를 예측한 결과물을 정리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오다가 미국의 모토로라가 전략으로 활용하면서부터 제품전략이나 기술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인 윌리엄 밀러가 정리한 4세대 R&D(4th Generation R&D)나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ADL(Ather D. Little)에서 체계화한 세대별 R&D 구분에서는 3세대 R&D의 대표적인 방법론으로 알려져 왔다.(그림 4)

전략으로서 Roadmap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자신의 예지력을 자랑하기보다는 기업의 기술개발, 사업개발, 마케팅 등 사업에 관여하는 부문들이 목표와 전략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활용돼왔다. 국가 차원에서도 학계, 산업계, 관련 국가기관이 국가의 특정 목표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동의 방향을 잡아 가는 과정에 사용되는 도구로 강조되어 왔다.

소피언(Sopheon)社 등 일부 시스템 개발업체에서는 이런 개념을 자신들의 시스템에 반영하여 고객사가 확보한 미래시장, 경쟁, 정책, 규제 기술발전 등의 환경분석 결과를 전략 수립의 근거가 되는 부분인 ‘Know-Why’에 입력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기술적 목표 스펙과 기능을 ‘전략 목표(Know-What)’의 영역에 입력한다. 또한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중요 기술이나 활동(Know-How)’을 입력하면, 자신들의 시스템이 정리해서 전사 혹은 국가적으로 연계된 전략으로서의 로드맵(Aligned & Integrated Roadmap)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얼굴을 맞대고 수주 또는 수개월에 걸쳐 T/F(Task Force)팀을 운영해야만 가능한 일을 시스템이 해준다니 솔깃한 제안이지만 ‘Garbage in, garbage out(들어가는 게 좋아야 나오는 것도 좋다.)’이라는 격언처럼 개념은 공감하지만, 일부 부문만의 부분적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입력한 경우 전사 전략은 물 건너갈 수 있다.(그림 5)
 


그림 4. 3세대 R&D와 전사 전략으로서의 Roadmap



그림 5. Sopheon社의 로드맵 시스템(Know-why, Know-what & Know-how)



또한 한 번 만들었으니 잘 보관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변화에 대해 수시로 신규 정보를 반영하고 업데이트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혹은 사전에 변화의 범위를 미리 확인하여 표기한 후, 수시로 외부 환경변화를 체크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해나가는 것이 ‘Roadmap의 효과적인 활용법’이라 할 수 있다. 전략을 만들 때 실제 일을 수행할 주체들이 모여 만든 것이니, 운영 역시 관계 부문이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조정해나가야 할 것이다.

바텍은 이 같은 전문기관들의 제안을 충실히 이해하고 있다. ‘1세대는 필름, 2세대는 디지털, 3세대는 세미 오토, 4세대는 오토 포커싱, 5세대는…’ 등의 세대가 구분된 제품 로드맵(PRM, Product Roadmap)과 기술로드맵(TRM, Technology Roadmap)을 연구소가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된 사업부와 공유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해외법인들의 마케팅 기능과도 연계가 되어있다. 분기별로 해외 법인장들까지 참여하는 ‘Vision Work’을 통하여 기술전략이 공유되고 있으며, 시장 정보가 더해져서 살아 움직이는 전략으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물론 공식적인 협의 자리 이전에 실무진과 수시로 접촉하며 전략의 실질적인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연구·경영지원 시스템

연구개발 과제관리나 경영자원 관리를 위하여 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의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다수 있다. 많은 돈을 들여서 경영진이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도 실무자들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시스템 사용을 꺼리고, 일은 메일로 주고받으면서 한 후에 결과물을 다시 시스 템에 올려놓는 이중 작업을 하는 경우들이 빈번하다.

업무의 편리성을 위한 경영진의 의도가 왜곡된 경우다. 그래서 잘 나가는 선진기업들은 전문 업체의 좋다는 시스템을 선뜻 설치하기 전에 자체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사전에 정리하고, 프로세스의 강건성을 확인한 후에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6년 전 바텍이 ‘오아시스’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초기만 해도 앞서 언급한 사례와 유사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중간관리자들의 노력으로 조기에 효율을 끌어낼 수 있었다.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지사와 협업이 필요한 다국적기업인 바텍의 입장에서는 근무 집중시간이 달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해외법인과 협의를 위해 한밤중에 화상회의를 할 수는 없었다.
 


그림 6. 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그 대안이 된 것이 연구·경영지원 시스템인 ‘오아시스’와 ‘VTS(Vatech Task Management System)’였다. 각 부문의 일이 진행되면 단편적인 정보를 메일로 보내고 화상회의 등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시스템에 로딩하고 해당 정보에 관계되는 부문들은 가능한 시간에 접근하고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24시간 근무 체계’가 가능하게 되었다. 연구원을 밤새우게 하는 대신 ‘시스템이 알아서 일하도록’ 원활한 연구개발과 사업 부문 협력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물론 경영진의 지시에 잘 따르거나 실무자들이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시스템 활용 방법에 대한 훈련도 병행되어야 했고, ‘훌륭한 시스템’에 맞는 ‘훌륭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므로, 업무 방법이나 전문지식 등 콘텐츠에 대한 사내외 교육체계에도 큰노력이 있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과·부장 급의 중간관리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특정 전문지식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직접적으로 경험을 전하는 도제식 훈련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수의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구축해 놓은 시스템에 담을 내용을 충실하게 함은 물론 실질적인 업무효과도 얻어내는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을 기회로 만든 대한민국 강소기업

강소기업이란 바다 건너 일본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기술적 경쟁력을 가지고 먼저 치과 시장에 진입한 우리 기업이 있었다. 게다가 사업 차별화 방법으로 단가에도 영향이 크고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해도 영향이 없을 주요 부품 사업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한 성과는 더욱 눈에 띈다.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은 많아도 전사가 공유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스템에 연동하는 기업은 더욱 보기 힘들었는데, 바텍은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하고 유지하는 기업이다. 기술경영의 우수 사례는 대기업이나 해외 선진기업들만의 스토리로 여겨지던 것을 스스로 잘 꾸려가고 있다. 치과용 엑스레이 점유율 세계 3위 기업으로써 한국 강소기업의 활약상과 성공사례를 전파할 기회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최성일 연구소장
㈜바텍

연세대학교 의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 학위 취득 및 박사 학위를 수료했 다. 현재 바텍 연구소에서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치과용 엑스 레이 의료기기 시스템이다.


공동 작성/남태영 대표(SBI컨설팅코리아)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