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요즘 핫한 ‘디지털 뉴딜’의 성공,
설계와 실천에 달렸다!

 


 

한국 사회와 경제의 건강한 지속가능성과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많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신기술을 아교로 활용해 선순환을 유도한다면 발견하지 못했던 가치와 시장을 만들 수 있다. 그 Design Thinker, Design Curator, Smarter Architect 육성이 지금 한국에 필요한 십만 양병이다.

 

한국의 많은 지자체가 스마트시티 패러다임에 참여한다. 이를 주도하는 거버넌스를 관찰해보니 지자체 조직은 지속적인 선순환 변화를 주도하기 어려운 구조이거나, 중앙정부의 기획성 예산에 의존해 늘 부족한 살림을 꾸리느라 디지털 및 ICT 기업 또은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도 자주 본다. 문제점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긍정적인 시각으로 미래에 대한 설계를 브레인스토밍 해보려 한다.

Smart, Intelligent, Brilliant, Connected, Disruptive, Innovative, Digial 등 남다르게 작명해 보려는 노력들이 Smart X 정책에 참 많다. 그러나 작명보다는 ‘다양성 연결 조합’과 우리 도시에 맞춤식 재단과 설계가 중요하다. 디지털 신기술의 종류와 그 깊이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 다양성을 어떻게 조합하여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학습 및 시행착오, 비교적 덜 디지털적인 의사결정자로 인해 막혀있는 투자 검토, 정작 내 자신도 불편한 선구자의 길을 걷는 데의 망설임 등으로 스마트 패러다임 체험과 실천이 늦어진다.

다수의 스마트시티 패러다임 체험과 실천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느낀 점은 스마트시티 혹은 도시의 디지털 혁신은 생각보다 쉽다는 것이다. 여기서 설계와 변화 과정이 중요하다. 왜 그렇게 설계되는지에 대한 철학이 중요하다. 그리고 신기술 기반 미래 변화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해 생태계 구조를 설계할 때, 생태계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상호·상승작용을 포함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이기적으로 행동할 다수를 예상해 그 에너지를 역이용하여 공동체, 경제 및 사회구조 전체를 최적화하는 변화과정 또한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설계와 변화 과정을 측정하는 KPI를 선정한다면 재사용성(Reusability),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매쉬업(Mashup),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 Library)의 네 가지를 선정할 수 있다.

 

재사용성(Re-usability)

재사용성은 Ctrl+C 그리고 Ctrl+V를 뜻한다. 각 산업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전문성이 비전문가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사회와 경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기존에는 도제식 훈련, 오랜 수련시간의 축적, 직관적 판단 등을 통해 Best Practice를 배우고 전파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재사용 가치가 높은 디지털 족적을 축적하고, 해석하고, 배워서 전파한다.

예를 들어 첫째, 엔지니어의 작업 현장 전문성을 IoT와 Vision AI 신호의 황금조합으로 찾아내면 수십, 수백 명의 제자 동시 양성, SCI급 논문을 양산하는 연구실 탄생, 논문 기반 특허권, 기술거래 및 창업 등이 가능하다. 둘째, 쇠락하는 농촌, 도심 골목의 복지 서비스 수요와 공급 매칭, 대가 지불 애플리케이션 등은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코딩을 시도하고 있는데, 지자체가 공용 OS로 제공하면 재사용성이 제고된다. 그렇게 청년 창업가들을 옥탑방 코딩으로부터 해방시켜 골목과 농촌 커뮤니티를 건강한 스킨십으로 누비게 할 수 있다. 셋째, 스마트시티의 교통, 안전, 행정 등 인프라가 양산하는 데이터는 각 영역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그 데이터셋과 목적들을 ‘n차원으로 연결 및 조합’하면, 입체적인 디지털 족적이 되어 그 가치가 지수적으로 팽창할 수 있다. 지자체의 데이터 생태계는 별도의 조직과 예산이 있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의 수작업 행정업무들을 입체적인 디지털 족적으로 남기도록 설계하여 정책 과정과 수행 인력을 연결 및 조합하면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상호운용성은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생태계(Ecosystem)와 궤를 같이한다. 세 가지 단어를 사용해 Smart X(도시, 제조, 산업단지, 농업 등)의 설계, 운용, 조직, 민간참여, 발전을 논하는 분들이라면 이들이 삼위일체, 아니 n위일체처럼 쓰여야 한다는 것을알 것이다. 설계 대상이 되는 생태계는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생명력(숨통 트이는 합리적 설계)’을 가지고 ‘신진대사(이해관계자 간 원활한 의사 소통과 거래)’를 하며, 그 대상이 속한 생태계의 다른 여러 대상들과 상생하며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순환하는 사회와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전체가 생태계인 것이다.

이전에는 도시 안팎의 경제활동을 통계 기관의 때지난 통계치나 발품파는 공무원의 깨알 수첩 필기를 통해서 파악했지만, e-Payment, GPS, WiFi, CCTV, IoT 등 디지털 도구가 풍부한 요즘은 발품팔이 없이도 지역 경제활동을 실시간으로 파악, 분석, 정책 도출 및 수행이 가능하다. 그렇게 신호를 수집해 지자체 업무의 전주기를 연결, 상관관계, 선후관계, 설계하는 것이 상호운용성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시티에 살면서 스마트산단으로 출퇴근하는 엔지니어가 작업 현장의 IoT, Vision AI 신호의 황금 조합을 찾아내는 데이터 분석과 품질 제고 알고리즘을 찾는 작업은 산단의 여러 기업과 협의하여 지역 대학가 골목의 언택트 R&D 거점에서 할 수있다. 교통체증을 감수하며 지자체 주변 산단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데이터 전문가들이 대학가 골목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정주하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며 지역길드를 이룰 수 있고, 재래시장 상인들의 물건을 소비하며 로컬 크리에이터로 변신할 시간을 가지며, 삶의 여유를 느끼며 무작정 대도시로 떠나려는 무모한 골드러쉬를 감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지자체는 쇠락한 골목 재생, 재래시장 부흥, 청년 창업과 정주 여건 개선, 출퇴근 동선 및 이동량 최소화로 교통 체증 감소, 골목과 재래시장 근처 언택트 R&D 거점, ‘실리콘 앨리(Alley)’의 브랜딩 등의 지자체 숙원들을 해결할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상호운용성은 ‘정책 효과가 상승작용을 하도록 연결하는 설계’를 통해 다목적 정책 효과를 동시에 이룰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왜 하지 않고 있을까? 신뢰의 부족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기업과 창업가들은 공공정책이 위와 같이 합리적으로 설계된다는 믿음이 부족하다. 소위 정책 꼰대가 나타나 정책 대상 안팎의 신진대사, 거래구조화, 의사소통을 끊은 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반면에 공공부문의 정책 설계자와 이행 전문가는 민간기업과 창업가들이 철새처럼 떠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승 거래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해서 각자 참여하면 어떤 실익을 챙길 수 있는지 공시해야만 철새가 매년 날아 들고 둥지를 틀 것이며, 철새의 앞뒤 먹이사슬도 생겨 나고 생태계 밸류체인이 깊어지고 길어진다. 그래서 서로 믿음이 부족한 우리 사회와 경제는 상호운용성을 통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단계적으로 커지는 생태계의 목표 이미지를 설계하고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건설, 건축할 수 있는 디자인씽킹 전문가가 필요하다.

 

매쉬업(Mashup) 그리고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

이 두 가지는 앞서 재사용성과 상호운용성을 설명 하며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상승 작용이 매쉬업이고, 연결이 곧 디지털 스레드이다. 점증적으로 상승 작용 힘이 더욱 커진다면 매쉬업이 잘 되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지역경제가 선순환되는 것이다. 지자체의 노인·아동·여성 복지, 청년 창업, 도심 재생, 기업 유치 등 정책 간, 이행자와 수혜자 간 연결의 설계와 과정을 디지털 스레드로 기록해 ‘n차원으로 연결 조합’이 남는다면 지자체 시민과 국민의 삶과 경제활동이 디지털 족적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이를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기여할 창업가는 세상에 널려있다. Public Private Partnership으로 투자하며 참여하고 싶은 중소, 중견, 대기업은 많다. My Data 패러다임이 등장했고, Open API와 데이터 오너 연합으로 이루어진 데이터 주권 시대의 디지털 스레드는 지자체 시민과 국민의 귀중한 금맥(金脈)이다. 이들이 그 금맥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활용하고, 가치 증폭을 기획하도록 유도하는 인프라가 디지털 스레드이다.

기재부가 경제발전을 기획하지만, 최근에는 지자체도 지역 기재부가 되어 경제발전을 기획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KDI(한국개발연구원), STEPI(과학기술 정책연구원), KIPA(한국행정연구원) 등과 함께 상호 운용성을 염두에 둔 사회와 경제의 미래를 설계하는 모임과 연구가 빈번히 목격된다. 최근 발표된 디지털 뉴딜 정책을 대표하는 데이터 댐(Data Dam)은 ‘모음’ 을 의미하는 것인데, 디지털 스레드는 그 댐과 연결되는 관개수로의 역할이다. 모음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에 관개수로를 통해 물과 영양분이 필요한 적재적소까지 밸류체인을 연결하고, 그 수로와 밸류의 활동량이 점증하며 생태계에 영양분이 풍성해지도록 ‘설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재사용성, 상호운용성, 매쉬업, 디지털 스레드라는 최소한의 철학적 도구 혹은 KPI를 활용하면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다.


 



글/박문구 전무
KPMG

서울대학교 국제경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통상전문가로서 한국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자문했다. 현재는 한국 산업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디지털 혁신 등에 행동과학을 융합한 신성장 동력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