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강연

제48회 산기협 조찬세미나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환경변화와 대응전략

 

지난 5월 7일, 제48회 산기협 조찬 세미나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구자균, 이하 산기협)에서 진행됐다. 이날 강연은 서울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KBS 보도본부 디지털 뉴스제작부에 몸담고 있는 경제전문가 박종훈 기자가 전 세계적인 화두이자 트리거가 되어버린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환경 변화와 대응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가짜 정보가 넘치는 시대,
확증편향을 경계하라

이날 강연은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로 흔들리는 세계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지, 지금의 경제 환경을 긴급 진단하고 앞으로 다가올 경제 지각변동을 집중 조망한다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정보 홍수의 시대를 살면서 발생되는 문제 중 하나는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시그널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박종훈 기자는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라기보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라던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경제 위기는 대부분 우리가 몰라서 당한 것이 아닌 잘 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확증편향(確證偏向)’에 대한 경계.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에 빠지면, 편견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보를 편식해서 받아들이기 쉬우며, 경제 시스템 속에서는 언제나 뜻밖의 반전이 찾아올 수 있으므로 이를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복잡계 경제 특성상 어느 하나의 원인이 영향을 끼친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복잡계 경제는 정태적인 균형 시스템이 아닌 불균형한 상태에서 수많은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7가지 위기 시그널에 주목하자

‘2020년이 되면 미국 경제가 추락할지도 모른다’ 박종훈 기자가 꺼낸 첫 번째 화두는 벤 버냉키(Ben Bernanke), 레이 달리오(Ray Dalio) 등 세계적인 석학이자 기업의 수장을 지낸 경제 크루들의 비관적 예측이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저서 「2020 부의 지각변동」에서 언급했던 ‘부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시그널’들에 주목했다. 이날 강연의 핵심 내용인 경제 위기 시그널 키워드는 금리, 부채, 버블, 환율, 중국, 인구, 쏠림 등 모두 7가지다.
 

‘부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7가지 시그널’

① 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순간을 주목하라
② 부채= 규모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
③ 버블= 주식·부동산 통계 유혹에 속지 마라
④ 환율= 돈의 흐름을 한 발 먼저 읽는 기술
⑤ 중국= 문제는 미·중 무역보다 구조적 부실
⑥ 인구= 경제를 잠식하는 침묵의 살인자
⑦ 쏠림= 한국 사회 지나치게 쏠리면 반드시 터진다


박종훈 기자는 역전의 기회는 극적인 변화에서 찾아오며, 그 극적인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시그널’을 찾는 힘은 역전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시그널은 총 7가지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날 강연에서는 금리, 부채, 버블, 중국 시그널에 관해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➀ 금리 시그널: 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순간을 주목하라!

금리 인상은 다가올 경기 둔화를 알리는 시그널이 되어 왔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시그널은 미국 경제가 좋다는 신호다. 연준은 경기 둔화의 가능성이 보이면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호황 파티’가 절정을 향해 가는 것으로, 금리 인상 중단은 곧 파티가 끝났다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

1994년, 1999년, 2004년 연준이 3번의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달러 외채가 많은 신흥국은 위기의 진원지가 되었다.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주가 급락, 통화가치 하락, 부동산 가격 붕괴와 같은 불안이 이어졌다. 대개 금리 인상을 중단한 뒤 6~24개월 후 주가가 급락했다. 특히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불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➁ 부채 시그널: 규모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

금리를 낮추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 부채는 계속 증가한다. 쌓여가는 부채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부채 시그널이 주는 교훈을 복잡계 경제학으로 설명하면 다음 예시와 유사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옐로스톤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미국 정부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공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산불을 철저하게 막아왔다. 그런데 이 같은 인위적인 행위가 옐로스톤을 불에 타기 쉬운 수종으로 바꾸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통 수준의 벼락이 내리쳤는데 공원의 3분의 1을 태울 만큼 대참사가 일어난 것. 이처럼 인위적으로 억눌러 자연계의 불안전성이 증폭되면 아주 작은 충격으로도 파국을 부를 수 있는 ‘임계상태’가 되는데 이는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시적인 금융 위기나 경기 불황기에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정책에만 의존하다 보면 빚더미의 지속적인 증가 없이는 경제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든 상태로 변한다. 마치 옐로스톤의 대화재처럼 경제는 괴멸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임계상태로 끝없이 돌진하게 된다. 그렇기에 부채는 필수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➂ 버블 시그널: 주식, 부동산… 통계의 유혹에 속지 마라!

1711년 설립된 영국의 남해회사 주가가 한때 10배 이상 치솟으며 투기 광풍이 불었다. 하지만 그 뒤 각종 리스크로 주가가 10분의 1토막으로 폭락했는데, 그 결과 수많은 투자자들이 큰돈을 잃고 파산했다. 당시 영국의 조폐국장이자 천재 물리학자인 아이작 뉴턴도 투자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 돈으로 2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잃고 말았다. 이후 뉴턴은 이런 말을 남겼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주가의 고평가 여부는 PER를 보지만, 당기순이익의 착시현상을 희석하기 위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쉴러 교수가 고안한 케이프(CAPE) 지수를 참고해야 한다. 케이프는 물가를 반영한 S&P500 지수를 10년간 평균 EPS로 나눈 주가수익비율이다. 128년 평균은 16.6이며, 케이프 지수가 30을 넘은 적은 3차례였다. 1929년 대공황과 2000년 닷컴 버블 시기, 그리고 현재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버블은 케이스-쉴러 전미 주택 가격지수를 활용한다. 케이스 쉴러 지수는 1890년 이후 2000년까지 110년 동안 120선에서 움직였다. 이 지수가 200을 넘은 게 단 2번인데 글로벌 금융 위기와 현재다.

현재 위 두 가지 버블 신호가 동시에 출현한 건 미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그 여파가 굉장히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버블이 붕괴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➃ 중국 = 문제는 미·중 무역이 아니라 구조적 부실

중국 경제는 아프리카 초원의 회색 코뿔소와 비슷하다. 회색 코뿔소가 달려오는 순간까지 인지하면서도 속도가 너무 빠르고 무서워서 도망가지 못하고 부딪히는 현상, 예측할 수 있는 위기임에도 방치하다가 맞이하게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중국의 과도한 부채비율’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19년 1분기 기준 303%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총부채비율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도 감당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았던 부채비율을 과연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두 번째는 ‘부동산 버블 문제’.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폭등해왔다. 특히 2015년부터 투입된 부동산 개발 투자액이 천문학적이다. 이때 개발하기 시작한 부동산이 완공되면 부동산 공급이 폭증할 수밖에 없고, 과잉공급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은 ‘좀비기업’으로, 중국에는 이미 심각한 적자 상태에 빠져들었지만 정부 지원으로 가까스로 생존해 나가고 있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너무 많다. 중국 정부의 ‘묻지마 지원’이 계속된다 해도 그 한계를 견디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코로나 집착에서 벗어날 것

박종훈 기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많이 바뀌었고, 이번 강연도 온라인으로 생중계가 되고 있는 점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면서, 향후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언택트 문화(비대면 문화)가 시작된 것 같다고 정의했다. 또한 “경제 위기도 바이러스와 같아서, 수많은 사례를 통해 우리가 면역체계를 세워놓지만 위기는 빈틈을 찾아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우리를 공격한다.”라고 진단한다. 더불어 ‘방아쇠’가 된 코로나19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집착하게 되면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모든 것이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 상황을 암시하는 시그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박종훈 기자가 제안한 4가지 솔루션은 앞서 언급한 '확증편향에 대한 경계' 이외에, 올바른 시각을 가로막는 ‘탐욕에서 벗어날 것’, 위기와 함께 찾아오는 기회마저 놓치지 않기 위해 ‘최악의 순간에도 공포에 사로잡히지 말 것’, 마지막으로 ‘언제나 플랜B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완벽한 예측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세상은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한 복잡계의 영역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재도약과 몰락의 갈림길,
우리 기업에게 희망은 있다

박종훈 기자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구 문제’, ‘부동산 문제’ 등의 위협만 피한다면 반전을 꾀할 수 있다.”라며 경기 회복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합계출산율이 1.8, 미국이 1.76 등 선진국에 비하면 합계출산율이 0.98로 현저히 적다. 출산율도 적지만 국적포기자도 많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이를 타개해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계속 등락을 거듭해왔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만큼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은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 요소를 잘 조율할 수 있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을 잘 펼쳐야 한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와 변화를 가속화하는 단초가 된 코로나19. 재도약과 몰락의 갈림길일지 모를 현재, 박종훈 기자의 마지막 제언은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를 창출해 국가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에 주목하고, 향후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도전과 위기의 파도를 넘기 위해 모든 기업이 꾸준한 노력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날 강연의 뜨거운 열기처럼, 제48회 산기협 조찬 세미나가 모든 회원사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값진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종훈 기자
KBS 보도본부 디지털 뉴스제작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박사 출신으로 현재 KBS 보도본부 디지털 뉴스제작부 기자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