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활용전략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먹거리 찾기

 


 

데이터로서의 특허의 의의

특허를 의미하는 ‘Patent’는 원래 ‘Open’이라는 뜻을 지난 단어이다, 14세기 영국에서 국왕이 특허권을 부여할 때 다른 사람도 볼 수 있게 개봉된 상태로 수여했다는 데서 그 어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제 조약에 따라 전 세계 150여 개국의 체약국이 가입해 있는 국제 특허 제도는 특허 문서가 다른 기술문서에 비해 차별화될 수밖에 없는 특징을 부여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정형성’과 전 세계 누구라도 제약없이 특허 문서를 조회할 수 있다는 ‘정보의 공개 가능성’이다.

산업 발전을 위해 내가 발명한 기술 자료를 공개하는 대신, 그 기술의 독점권을 주는 특허제도의 취지는 그대로 적중하여, 특허제도 도입부터 현재까지 산업은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허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담고 있으며 그 어떤 기술 자료보다도 신뢰도가 높다. 왜냐하면 특허는 방금 개발한 따끈따끈한 기술을 제대로 보호받기 위해서 필수로 거쳐야 하는 제도이며, 이를 위해 발명자(또는 출원인)가 자발적으로 돈을 들여 만들어 낸 시장 지향적 기술 정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기술이 산업적으로 활용이 어렵거나, 기술성이 부족, 또는 기존 기술과 중복된 발명이라면 굳이 돈과 노력을 들여 특허를 낼 이유가 없다.

게다가, 만일 내가 완성한 발명이 너무나 우수해서 우리나라에서만 쓰이기에는 아까운 기술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는 더 많은 돈을 들여 해외 출원을 하는 등 ‘특허 패밀리’를 구성한다.
 


그림 1. 산업혁명 단계별 개요 및 주도국의 특허정책
출처: 한국지식재산연구원, UKIPO, USPTO 자료를 참조하여 재구성



이에 따라 특허는 시장이 원하는 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 왔는데,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00만 건 이상 특허가 출원되면서 현재 약 4억여 건 이상이 누적된, 말 그대로 ‘특허 빅데이터’의 시대에 이르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특허 문헌은 상당히 체계화되어 있다. 한 건의 특허는 크게 서지사항 및 명세서로 대별되는데 이는 특허제도를 운영하는 모든 국가 간 통일된 틀을 만들어서 적용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특허문서를 보더라도 특허의 서지사항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특허데이터의 활용

오래전부터 주요 기업들은 특허 문헌을 R&D 수행에 적극 활용해 오고 있었으나, 이는 분석 대상 기술이나 경쟁사에 대한 특허 문헌을 조사하여 결과물에 대한 건별 심층 검토를 통해 특허맵 작성, 무효 및 회피전략 등을 수립하는 소규모 심층 분석이 주를 이루어 왔다.


그림 2. 각국 특허청에서 공개하는 특허 공보의 다양한 구성 요소



그러나 빅데이터 규모의 대용량 특허 데이터인 경우, 사람이 처음부터 건별로 읽어가며 분석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특허의 정형화된 서지사항을 활용하여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 전통적 으로 많이 활용되어 왔는데, 이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특허 빅데이터 분석은 말 그대로 빅데이터 규모의 자료가 수집되어야 유의미한 분석 결과가 도출 되는 관계로, 관련 특허 건수가 많지 않은 세부 기술이나 특정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나 개인 발명가 입장에서는 그 분야가 속한 좀 더 넓은 범위의 기술군이나 전방 산업에 대한 동향 파악 및 예측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특허문헌 자체는 과거의 데이터이지만, 빅데이터의 시계열적인 분석을 통해 향후를 예측해 볼 수가 있다. 특허 빅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형태는 바로 출원 건수를 산출하여 그 추이를 비교해 현 상황을 탐지하고 향후를 예측해 보는 방법이다.
 


그림 3. LCD, 조선 산업에 대한 특허 출원 추이 분석 사례



그림 4. 디스플레이 분야 경쟁기술별 특허 빅데이터 분석 예시


 

특허 빅데이터 분석 사례

그림 3은 우리나라의 핵심 주력 산업인 LCD 및 조선 산업의 예로써, 관련 특허 빅데이터를 통해 위기 신호를 탐지한 사례이다.

LCD의 경우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여 왔다가 2018년에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을 허용하였다. 그런데 이를 그림 3과 같이 특허 빅데이터에서 찾아보면, 이미 7년 전인 2011년에 특허 출원량이 중국에 역전됨으로써 그 신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조선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조선은 2009년에 수주 잔량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바 있는데, 특허 빅데이터에서는 이보다 먼저인 2002년에 이미 중국이 조선 분야 출원량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하였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LCD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7년 후에 현실 경제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렇게 산업 단위에서부터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향후 기술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데, 그 대상 산업을좀 더 세분화하여 유망한 분야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분야에 대해 분석한 사례를 들어보자.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면서도 세계적으로 많은 시장, 치열한 기술 간 우위 경쟁 및 각국의 기술 주도권 다툼이 첨예한 가장 전형적인 산업이다.
 


그림 5 . 디스플레이 분야 경쟁 국가별 특허 출원 추이 및 해석 예시



그림 6. 디스플레이 분야 주요 기업 점유율, 출원 증가율을 활용한 전략 도출맵 사례



그림 4는 디스플레이에서 유망한 세부 분야를 찾기 위해 LCD, OLED, MicroLED, 퀀텀닷 등 서로 경쟁 하는 기술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 특허를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인데, 특허 관점으로 보면 OLED는 특허 건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성숙기로 나타나고 있고 퀀텀닷(QD)과 MicroLED는 높은 성장 추이를 나타 내고 있다.

그림 5는 국가 간 특허 출원 경쟁 추이를 시계열로 분석한 차트인데, 이를 통해 향후의 국가 간 기술 경쟁력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림 6은 디스플레이 각 하위 기술별 특허에 대해 평균 출원 증가율과 국내외 점유율(주요 출원인 국적별 특허 점유율)을 두 축으로 전략 도출맵을 그려 종합 비교한 차트인데, MicroLED와 퀀텀닷의 출원 증가가 높아 미래의 시장성이 좋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다만 퀀텀닷은 국내 기업에서 선제적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인 반면, MicroLED는 해외에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여 육성해야 할 유망기술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림 7. 공백 기술 발굴과 주요 출원인 도출 사례



다만 유망기술 도출을 위해서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 외에도 시장의 규모, 성장률, 기술 성장 단계 등 특허 외적인 요소들도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허 분석을 통해 공백 영역을 찾아냄으로써 유망성을 판단할 수도 있다. 그림 7은 위에서 도출한 MicroLED 특허를 좀 더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수율 향상’이라는 공백 기술을 찾아낸 사례인데, 공백 기술을 찾아 그 기술의 주요 경쟁자를 분석하여 연구개발 방향을 수립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특허분석 외에 업계 전문가 등을 활용한 기술적인 검토도 뒷받침하여야 한다.

그 외에도 해당 분야의 주요 출원인 및 그 특허를 선별하여 최근의 집중 기술 분야를 확인하는 방법, 기술 분야별로 최근 해외 진출(해외 특허 패밀리) 추이를 분석하여 유망한 기술을 찾아내는 방법이나, 해당 분야 전체에서 주요 출원인의 특허 점유율을 산출하여 기술의 장벽도를 가늠하는 등 여러 활용 사례가 있다.

 

특허 빅데이터 분석의 다각화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유망기술을 위한 특허 서지 사항을 기반으로 한 가장 일반적인 정량 분석 방법이다. 그 외에 다른 특허 분석 기법도 존재하는데, 간략히 소개하기로 한다.
 


그림 8. 연도 구간별 SNA를 통해 최근 부상하는 기술을 탐지한 사례(AI 반도체 분야)



먼저, 특허의 사회관계망분석(SNA) 기법을 들 수있다. 특허문헌에 언급되는 인용 및 피인용 관계를 시간 순으로 추적하면서 특정 기술들이 생성되거나 발전되는 양상을 확인해서 유망기술 후보를 도출하는 방법이 그중 하나인데, 아래의 기준을 가지고 유망기 술을 판단할 수 있다.

① 최근 들어 밀집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영역에 해당하는 기술
② 군집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영역에 해당하는 기술
③ 군집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영역에 해당하는 기술

그림 8은 미래 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AI 반도체 분야를 SNA로 분석한 사례이다. 최근 30년간의 AI 반도체 특허 빅데이터를 조사, 연도를 묶은 구간별로 차트화하여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비정형 문헌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방법의 하나인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특허문서에 기술되어 있는 발명의 명칭, 초록, 청구항 및 나아가서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 같은 비정형 필드를 활용하는데, 이를 컴퓨터가 자연어처리 과정을 거쳐 분석하여 워드클라우드, 등고선맵 등과 같은 형태로 텍스트 군집을 도식화 또는 도표화하여 보여줄 수 있다.

그림 9는 수소 충전 기술에 대한 특허 문헌을 연도별 구간으로 묶어서 어떠한 키워드가 생겨나고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지를 나타낸 사례로서 최근 부상하는 기술을 판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림 9.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통한 최근 부상 키워드 도출 사례(수소 충전 분야)


 

맺음말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노력은 어떤 기업이든 끊임없이 가져가야 하는 과제이다. 미래에 유망할 기술이나 제품을 찾는 방법은 이를 수행하는 조직마다 각기 다른 방법을 활용하고 있을 것인데, 이는 담당자의 경험 수준과 정성적인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많을 것이다. 

특허 빅데이터의 가치는 특허라는 정형화된 기술 문헌을 체계적으로 가공, 분석하여 어느 누구의 정성적 의견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있다는 사실에 있다. 여기에 특허 외에 다양한 정보를 추가로 활용하면 더 객관적인 분석 내용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특허 서비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특허를 수집·조사하고 특허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결합하여 스마트하게 분석하는 서비스를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발명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용했던 특허 정보, 이제는 최근의 트렌드와 미래 유망분야를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잘 활용해보고, 다양한 분석 사례를 노하우와 방법론으로 지속적으로 정립해 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글/ 이인희 전문위원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특허빅데이터센터

건국대학교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케이씨씨에서 신수종사업 발굴 및 R&D 기획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한국특허전략개발원에서 ‘특허 빅데이터를 통한 산업혁신전략 수립’ 과제 PM(Project Manager)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